전북 생태관광

지금까지의 공원이 경관과 테마 중심이었다면, 앞으로 공원은 자연과 인간이 함께하는 공존의 자리다. 익산이 그리는 미래의 공원이다.  

금마저수지 일부 구간에 수변 데크를 놓아 연꽃을 관찰할 수 있다
금마저수지 일부 구간에 수변 데크를 놓아 연꽃을 관찰할 수 있다

●미륵산 아래서 미래의 눈으로

 
이제는 터로만 남은 익산 미륵사지가 기대고 있는 산의 이름은 미륵산이다. 높은 산이 귀한 익산에서 미륵산은 가장 높은 산이고, 그 정상에서 내려다보면 한반도 지형을 닮은 아담한 저수지가 보인다. 금마면에 위치한 금마저수지다. 미륵산(430m)과 용화산(342m)에서 흘러내린 물은 이 저수지에 고였다가 평원으로 퍼져 나가 곡식을 키운 후 다시 만경강에 합수해 서해로 흘러간다.

서동과 선화공주의 이야기는 매년 축제로 꽃을 피운다
서동과 선화공주의 이야기는 매년 축제로 꽃을 피운다

곡식 수탈을 위해 저수지가 조성된 일제시대부터 세월이 한참 흘러, 지금의 금마저수지는 옆구리에 2개의 공원을 낀 채로 익산 시민들의 휴식처가 되었다. 금마서동공원과 서동농촌테마공원이 그것이다. 남쪽의 금마서동공원은 서동(백제 무왕)과 선화공주의 형상을 포함한 100여 개의 조각상과 마한 유적을 전시한 마한관이 있는 조각공원에서 출발했고, 북쪽의 서동농촌테마공원은 농경체험장, 황토놀이터, 마 재배지 등으로 조성된 곳이다. 그러다 보니 각자도생하는 것 같았던 금마저수지와 2개의 공원은 최근에야 공통의 지향점을 찾았다. 금마 서동 생태관광지로 묶이면서 통합적인 생태 회복과 공생을 그리게 된 것이다. 익산시에서 계획을 수립 중이고, 저수지 북쪽 3개의 마을 주민들의 역할도 있다.  

냉해를 입었던 구룡마을 대나무숲은 마을의 보살핌으로 다시 건강해졌다 ©JBESC
냉해를 입었던 구룡마을 대나무숲은 마을의 보살핌으로 다시 건강해졌다 ©JBESC

●다시 그리는 공원의 생태

  
금마 서동 생태관광지는 이미 공원화가 이뤄진 도심형 생태관광지라는 특수성 때문에 고민이 꽤 길었다. 담당자인 익산시 환경정책과 엄은용 계장<사진 오른쪽>과 양희찬 주무관<사진 왼쪽>의 어깨가 무겁다.

조심스럽게 시작한 첫 번째 사업은 금마저수지 일부 구간에 수변 데크를 놓는 일이었다. 여름이면 수면을 가득 채우는 낙지다리, 남개연, 물양귀비와 다양한 연꽃들을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으니 반응이 좋았다. 그래서 욕심껏 저수지 전체를 한 바퀴 도는 데크길도 바랐다지만, 깃대종인 원앙, 오리와 백로, 먼 하늘을 건너온 철새들이 편히 쉴 수변 공간도 남겨져야 한다. 보존을 넘어 개체수가 늘어날 수 있도록 서식 환경을 개선하고, 조류관찰대 등 탐조시설을 늘려 꾸준히 관심을 가질 예정이다.  

원앙이 둥지를 틀고 철새들이 쉬어가는 금마저수지
원앙이 둥지를 틀고 철새들이 쉬어가는 금마저수지
서동농촌테마공원에서는 다양한 동물
서동농촌테마공원에서는 다양한 동물

서동농촌테마공원에는 현재는 다양한 동물을 만져 보고, 먹이도 줄 수 있는 액션하우스가 중심시설이 된 상태다. 하지만 1~2년 내로 생태학습원, 생태놀이터, 에코캠핑장, 생태탐방로 정비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 하나의 사업명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지속 가능한 생태여행의 방법을 오래 고민한 내용들이다. 

금마서동공원 ©JBESC
금마서동공원 ©JBESC

자연과 사람을 함께 고민하자 생태에 대한 시선은 공원에만 머물지 않고 인근 마을로도 넓어졌다. 특히, 금마저수지 북쪽 신용리 3개 마을 주민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저수지와 가장 가까운 도천마을, 예부터 풍경이 수려했던 황각마을, 미륵산 아래 구렁에 자리한 구룡마을이다. 이 중에서도 구룡마을은 이미 중요한 생태 복원의 경험이 있다. 

구룡마을의 정승
구룡마을의 정승

5만 제곱미터나 되는 구룡마을 대나무숲이 2005년 겨울 냉해의 피해를 입자 마을 주민, 산주, 지자체, 전북생명숲 등이 협력하며 숲을 돌보고 있는 것. 간벌을 마친 구간은 쭉쭉 뻗은 왕대가 시원한 데 반해, 미처 손을 대지 못한 구간은 쓰러진 대나무들로 을씨년스러운 걸 보니, 그 역할이 절대적이다. 드라마 <추노>, 영화 <최종병기 활> 등의 촬영지이자 ‘인싸’들의 인생숏 촬영지일 만큼 멋진 대숲에 반딧불이가 산다는 것은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다. 대숲을 지나 미륵산으로 올라가 한반도 모양의 금마저수지를 조망하는 산책로도 정비될 계획이다.  


사라진 미륵사처럼, 인간의 기록은 과거형이지만, 자연의 기록은 하늘, 땅, 산과 물의 현재로 그려진다. 함께 살아가는 방법으로 선택된 생태여행이 익산을 굽어살펴 온 미륵불의 마음에도 들는지, 새벽마다 금마저수지엔 물안개가 향처럼 피어오른다.  

▶익산 금마 서동 생태관광지   
서동농촌테마공원

주소: 전라북도 익산시 금마면 신용리 433-2
금마서동공원, 금마저수지, 용화산
주소: 전라북도 익산시 금마면 동고도리 533-1 (서동공원)

 

글 천소현 기자  사진 김민수(아볼타)
취재협조 전라북도생태관광육성지원센터 www.jb-ecotou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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