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관광청, 아비정전·영웅본색·색,계 촬영지 소개
치파오·마작 등 영화 속 홍콩인들의 일상도 엿봐

최근 주요 영화관에서 왕가위 감독 특별전이 성황리에 진행됐다. 홍콩 영화는 레트로 감성이 듬뿍 묻어나는 특유의 배경과 연출로 지난 몇 년간 꾸준히 국내에서 재개봉되고 있다. 레트로를 넘어 뉴트로 감성으로 확대된 지금, 홍콩의 매력은 10대부터 50대까지 전 세대를 사로잡기 충분하다.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다양한 시대적 배경의 홍콩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영화 속 '그곳'으로 떠나고 싶은 생각이 불쑥 솟아난다. 그렇다면 구룡반도 스타의 거리(AOS, Avenue Of Stars)는 어떨까. 해안선을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빅토리아 하버의 전경을 바라보고, 동시에 홍콩 영화계의 유명 인사를 기리며 산책해보자. 440m의 해안가를 따라 100년의 홍콩 영화사를 이어온 배우, 제작자, 작가 등 영화계 별들의 동판을 만날 수 있다. 한 발짝 더 들어가 영화 <영웅본색>, <아비정전>, <색,계> 속 홍콩의 명소와 문화를 살펴보자. 

 

●정통 무협 영웅 느와르 <영웅본색(1986)>

영웅본색은 의리, 암흑가의 배신과 복수를 모티브로 한 영화다. 슬로우 모션과 같은 테크닉을 활용해 액션 신을 감각적으로 표현하는 오우삼 감독의 특징이 돋보인다. 성냥개비를 물고 쌍권총을 든 주윤발과 미소년 이미지를 보여준 장국영을 만날 수 있다. 

황후상 광장 / 홍콩관광청
황후상 광장 / 홍콩관광청

황후상 광장은 영화 시작부 낭만적인 갱스터 주윤발이 등장하는 곳이다. 영국 식민지 시절 이곳에 빅토리아 여왕 동상이 세워졌지만, 지금은 빅토리아 공원으로 옮겨져 '황후상'이라는 이름만 남았다. 광장은 중심가인 센트럴에 빅토리아 후기 시대 정취를 담은 건물들과 초고층 빌딩들 사이 조용하게 자리잡았다. 홍콩의 식민지 역사를 품고 홍콩인들과 여행자들의 쉼터가 되어준다. 

홍콩을 상징하는 아이콘인 빨간 택시/ 홍콩관광청
홍콩을 상징하는 아이콘인 빨간 택시/ 홍콩관광청

홍콩의 아이콘 빨간 택시다. 홍콩 택시 전용으로 제작된 토요타 크라운 어필스의 각진 디자인에 강렬하면서도 역동적인 빨간색이 더해졌다. 도심을 누비는 1만5,250대의 택시들은 홍콩 아티스트들에게 영감을 주는 존재이기도 하다. 제52회 베니스 비엔날레에 홍콩 대표로 참여한 에이미 완만청(Amy Cheung) 작가는 홍콩 택시를 실물 크기로 표현한 'Down the Rabbit Hole, TAXI!'라는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홍콩의 슬픔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아비정전(1990)>

아비정전은 1997년 영국의 홍콩 반환을 앞두고 1960년대를 살아갔던 홍콩인들의 심정을 주인공인 플레이보이 '아비'로 은유적으로 표현한 영화다. 왕가위 감독만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는 첫 작품으로 홍콩금장상영화제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했으며, 홍콩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홍콩 영화 1위로 뽑힌 바 있다. 

빈티지한 감성이 묻어나는 미도 카페 / 홍콩관광청
빈티지한 감성이 묻어나는 미도 카페 / 홍콩관광청

영화에서 장국영, 유가령이 이야기를 나누던 퀸즈 카페는 사라졌지만 템플 야시장 근처에 위치한 미도 카페에서 그 분위기를 오롯이 느낄 수 있다. 1950년 오픈한 미도 카페는 빈티지한 모자이크 타일, 천장 선풍기, 골동품 가구 등을 통해 옛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홍콩의 옛 차찬탱 스타일 음식을 맛볼 수 있으며, 장국영이 실제로 즐겨찾던 곳이기도 하다.

곡선미가 돋보이는 치파오를 제작하는 모습 / 홍콩관광청
곡선미가 돋보이는 치파오를 제작하는 모습 / 홍콩관광청

영화 속에서 아비와 애증의 관계였던 양어머니는 치파오를 즐겨입는다. 치파오는 시대를 초월하여 여성의 곡선미와 우아함을 드러내는 전통 의복이다. 왕가위 감독의 <화양연화> 속 장만옥의 치파오를 디자인한 '린바 테일러'와 1920년대부터 100년 넘게 운영되고 있는 '미와 치파오' 같은 로컬 브랜드들도 유명하다. 

 

●젊은이들의 시대적 혼란, <색, 계(2007)>

색, 계는 전쟁 속에서 꿈을 찾아 홍콩에 왔지만 항일 운동을 하는 홍콩 대학생들의 이야기다. 양조위는 암살의 표적이 되는 친일파 핵심 인물로, 탕웨이는 사랑과 애국 사이에서 흔들리는 비밀 스파이로 분했다. 

홍콩 도심에서 가장 가까운 해변인 리펄스 베이 / 홍콩관광청
홍콩 도심에서 가장 가까운 해변인 리펄스 베이 / 홍콩관광청

절벽으로 둘러싸인 리펄스 베이는 마치 프라이빗 해변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홍콩 도심에서 가장 가까운 해변이기도 하다. 1920년에 지어져 영국 식민지 시절의 정취를 품은 '레스토랑 더 베란다'는 영화 속 탕웨이와 양조위의 첫 데이트 장소. 페닌슐라 호텔에서 운영해 영국적이면서도 현대적인 홍콩의 애프터눈 티를 맛볼 수 있다. 

청나라 때부터 시작된 전통 게임 마작/ 홍콩관광청
청나라 때부터 시작된 전통 게임 마작/ 홍콩관광청

마작은 영화 속 탕웨이가 정부 고관 부인들의 세계에 들어가는 통로가 된다. 당시 룰을 몰랐던 배우들이 즉석에서 배워 촬영했는데 그 재미에 빠져 중독됐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도 있다. 청나라 때 기와로 만든 게 시초로, 홍콩 일상 생활에 공존하는 놀이 문화이기도 하다. 

 

정리=이은지 기자 even@traveltimes.co.kr

자료=홍콩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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