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걷다 차이는 게 돌 아니냐고 생각한다면 당장 제주로 떠나시라. 
제주의 돌은 그런 게 아니다. 돌은 문화요, 역사요, 예술이니
지긋이 음미하시라! 

제주 현무암 돌덩이는 천 년 세월을 머금은 밭담으로 재탄생했다. 밭담은 전체 길이가 2만2,000km에 이른다
제주 현무암 돌덩이는 천 년 세월을 머금은 밭담으로 재탄생했다. 밭담은 전체 길이가 2만2,000km에 이른다

●제주를 나는 검은 용 ‘밭담’

 

구멍 숭숭 뚫리고 새까만 제주도의 현무암 돌덩이는 천년 세월을 머금은 ‘밭담’으로 재탄생했다. 밭담은 긴 세월 동안 대대로 이어지며 하나하나 쌓여진 농업유산이다. 농경지에서 나온 돌과 인근 돌을 이용해 쌓는다. 농토의 경계로서는 물론 토양유실을 막고 바람을 걸러 농작물을 보호하는 기능도 한다. 제주도 농업인의 지혜와 제주농업의 역사가 고스란히 묻어 있는 셈이다. 제주도 전역에 분포하는데, 전체 길이가 무려 2만2,000km에 이른다고 한다. 


관광자원으로도 손색이 없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밭담은 마치 모자이크처럼 아름답다. 검은 현무암 밭담이 구불구불 흘러가는 모습이 마치 흑룡을 닮았다 해서 ‘흑룡만리’라고도 부른다. 2013년 4월 제주 밭담을 농업문화유산 ‘흑룡만리 제주밭담’으로 지정한 배경이다. 밭담이 지닌 농업유산으로서의 가치와 인문학적 의미, 그리고 검은 아름다움은 제주밭담축제를 낳았다. 매년 가을경, 제주시 월정리에 있는 제주밭담테마공원에서 밭담축제가 열린다. 밭담 트레킹, 밭담 쌓기 체험, 제주 밭담 사진전, 밭담 그리기, 먹거리 장터 등의 행사가 관광객을 유혹한다. 


김녕 구좌운동장 뒤편의 밭담 쌓기 체험장을 찾았다. 제멋대로 생긴 돌덩이의 아귀를 맞추는 게 보통 어렵지 않았다. 그래서 하나의 돌을 쌓는데도 좌우로 위아래로 8번을 돌려 가장 잘 맞는 위치를 찾는다고 한다. 돌도 그러할진대, 사람과 사람 사이를 맞추기는 얼마나 어려울까…. 밭담에서 삶의 철학을 읽는다. 

 

●결코 스쳐 지나갈 수 없는

 

제주 돌문화공원은 그저 스쳐 지나가기에는 아까운 곳, 만만히 봤다가 크기에 압도되는 곳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잠시 들렀다면 각오를 단단히 하시라. 잠깐 둘러봐도 어느새 2시간은 지나있을 테니.


돌문화공원은 우리 삶에 자리한 돌의 면면에 대해 펼쳐낸 사전이다. 제주의 형성 과정과 제주민의 삶 속에 녹아 있는 돌 문화를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보여주는 박물관이자 생태공원이라고도 할 수 있다. 총 3코스가 330만㎡ 규모로 조성돼 있어 모두 둘러보려면 꼬박 3시간은 걸린다. 동굴과 주춧돌 등 주거부터 시작해 무덤 앞에 세우는 동자석,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방사탑까지 돌은 우리의 생활과 의식 곳곳에 깃들어있다. 우리 삶 속에 돌이 이렇게 많았던가, 이다지도 중요했구나 돌아보게 된다. 


이 넓은 공원은 ‘설문대할망과 오백장군’이라는 한 가지 주제를 관통하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키가 크고 힘이 센 설문대할망은 바닷속의 흙을 삽으로 떠서 제주도를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지역별로 다른 설화가 전해지는데, 한라산 영실에서는 오백장군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한라산에 살던 설문대할망은 아들을 위해 죽을 끓이다 가마솥에 빠지게 되고, 그 죽을 먹은 아들들이 그대로 오백장군 바위가 돼 버렸다는 얘기다. 공간이 들려주는 슬프고도, 애절한 스토리텔링에 빠져든다. 

 

*주목! 우수여행상품
주식회사 뭉치  [제주가 들려주는 이야기 ‘돌, 바람 그리고 여자’]
 

글·사진 트래비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