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문턱과 금리…기안기금도 어려워
직원 절반가량 근무하며 고난의 버티기

항공사들이 잇따라 유상증자를 추진하며 자금 확보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바닥을 드러냈다. 까다로운 조건과 높은 금리로 인해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을 통한 자금 수혈도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항공 수요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으면서 생존을 위한 항공사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항공사·부서별로 차이는 있지만 직원의 40~50%가 근무하며 버티고 있고, 고정비 부담을 위해 지난해부터 유상증자에 돌입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3월 3조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성공했다. 지난해 제주항공과 진에어는 각각 1,506억원과 1,050억원, 에어부산은 802억원을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했다. 티웨이항공은 두 차례에 걸쳐 총 1,468억원을 확보했다. A항공사 관계자는 “지난해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금액은 올해 4월부로 소진이 된 상태로 자금 확보를 위해 고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정부의 기안기금도 ‘그림의 떡’이다. 40조원 규모 중 실제 집행된 금액은 6,000억원으로, 그중 항공업계에는 3,321억원이 투입됐다.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은 2조4,000억원의 기안기금을 승인받았지만 실제로 집행된 금액은 3,00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안기금은 차입금 5,000억원 이상, 근로자 수 300인 이상인 기업에 한해 신청할 수 있으며, 지원 후 6개월간 고용 90%를 유지해야한다.

당초 4월말이었던 기안기금 신청기간이 올해 말까지로 연장됐지만 항공사들이 신청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B항공사 관계자는 “항공사들은 지금 당장 죽어가고 있는데 기안기금은 지원요건이 까다로운 데다 금리도 7%로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원요건을 완화하고 금리를 낮춰 항공산업을 보다 많이 지원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C항공사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 등 다른 나라와 비교해 봐도 지원금액이 크게 차이가 난다”며 “말로만 기간산업이라 하지 말고 향후 외항사와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현실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호소했다. 

신생항공사 지원책은 여전히 전무하다. 한 신생항공사 관계자는 “자본금은 이미 바닥이 났고, 정부 지원 및 은행 대출도 불가해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플라이강원은 다음달 지분매각 절차를 통해 2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며, 강원도 차원에서 올해 운항장려금 명목으로 60억원의 예산을 반영해 그나마 숨통이 트일 예정이다. 에어로케이는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청주-제주 노선에 취항했지만 지속되는 코로나19 여파 속 고전 중인 상태다. 

항공사들의 자구책 마련은 계속될 전망이다. 대한항공은 5월부터 장거리 화물운송 노선에 투입된 A330 6대의 좌석을 모두 제거했다. 항공기 무게를 줄여 연료비를 절감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한 데 이어 화물 수송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당장 국제선 운항이 힘드니 지금 운항 중인 무착륙 국제관광비행을 이어나가는 한편, 수요에 따라 전세기도 운항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은지 기자 eve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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