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20일,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뒤 어느새 일년 반이 흘렀다. 여행산업은 그동안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최악의 위기에 빠졌지만, 코로나19라는 어둡고 긴 터널도 희미하게나마 그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과연 여행은 언제 정상화될까? 여행신문 기자들이 자유럽게 얘기를 나눴다.

 

트래블 버블, 첫 단추 잘 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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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와 사이판이 7월1일부로 트래블 버블을 시행하면서 해외여행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늦어도 8월부터는 트래블 버블을 통한 사이판 단체여행이 가능할 전망이다. 코로나19 이후 1년 반 만에 해외 단체여행이어서 의미가 작지 않다. 

: 단체여행 규모나 동선 관리, 상품 내용과 가격 등 세부 기준이 어떻게 정해지느냐에 따라서 트래블 버블이 실질적인 효과를 낼지, 아니면 있으나마나하게 될 지 판가름날 것 같다.
지 확진자 추이, 변이 바이러스 등 외부 변수가 너무 많아 예측하기 힘들다.

: 정부의 특별여행주의보도 그렇다. 참좋은여행은 특별여행주의보가 7월15일까지로 연장되면서 7월12일 출발 예정이었던 프랑스 패키지를 미뤘다고 한다. 

: 특별여행주의보를 전면 해제하기가 어려우면, 주요 목적지별로 안전도를 평가해 차등 적용하는 게 합리적이다. 그러면 여행 재개 분위기 형성에도 좋을 것이다.

: 해외여행 주요 소비층인 30~50대의 백신 접종 완료까지 시간이 꽤 필요하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백신접종을 완료했더라도 PCR 검사 횟수와 비용에 대한 부담도 작지 않다. PCR 음성 확인서만 요구하는 국가들도 있지만, 백신을 맞지 않으면 귀국 후 자가격리 2주를 견뎌야 하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다. 

: 여행업계에서는 과연 정부가 트래블 버블의 의미를 알고서 추진하는 것이냐, 별로 완화된 것도 없는데 뭐가 트래블 버블이냐, 규제를 획기적으로 풀고 자유롭게 해야한다는 등 여러 지적을 내놓고 있다. 

: 첫 트래블 버블이라는 점에서 사이판은 괌, 태국 등 다음 트래블 버블 후보 국가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할 것 같다.

 

 

여행을 되돌리기 위한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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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 연휴를 영업 재개의 기점으로 삼으려는 여행사들이 많다.

: 여러 여행사가 추석 전세기 상품을 출시하는 등 기대가 크다. 

: 정부도 9월까지 백신 접종률 70%를 달성해 집단면역을 형성하겠다는 목표이니, 추석 연휴 때쯤이면 여행수요 기반이 꽤 넓어질 전망이다.

: 하지만 몇몇 대형 여행사만 준비하는 느낌이다. 5~6개 여행사 정도만 활발하게 움직이는 거 같다. 나머지는 소극적으로 나서거나 관망하고 있다.  

: 변수가 여전히 많고 미래를 예측하기 힘들어 업체별 대응방식도 천차만별이다. 당장 델타 변이 바이러스만해도 향후 어떤 여파를 미칠지 가늠할 수 없다. 

: 무엇보다 항공 운항 재개가 관건인데 지금으로서는 안갯속이다.

: 항공사가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여행사도 상품 개발에 나설 텐데…. 

: 항공사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 코로나 이후 매달 슬롯을 신청해 받는 방식으로 바뀌었고, 방역을 이유로 운항허가도 잘 내주지 않는다고 한다. 수요예측이 안되니 무턱대고 운항을 늘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 세계 각 지역별로 백신 접종이 균형을 이룰 때 항공 운항도 본격 재개될 수 있을 것 같다. 모든 국가들이 동일한 방역 수준으로 올라오기 전까지는 페쇄적, 제한적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

: 그나마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항공시장 정상화 시기를 지난해 2024년에서 올해는 2023년으로 1년 앞당겨 전망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 일단 해외여행 패키지가 나가기 시작하면 해외여행의 물꼬를 틀 수 있다. 너무 방역에만 초점을 맞추면 아무것도 못할 것 같다. 아무 문제없이 국내여행이 이뤄지고 있는 것을 보면 해외여행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연락두절 1년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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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사나 항공사, 관광청 등은 그래도 연락이 닿는데 랜드사들은 아예 소식이 끊기다시피 했다. 

: 작년과 마찬가지로 가게를 차리거나 알바를 하거나 다른 업종으로 떠난 것 같다. 여행이 정상화되면 돌아오겠다는 이들도 많다.  

: 인솔자나 가이드도 다른 업종으로 많이 움직인 것 같다. 여행사 구조조정 과정에서 사원급 젊은 층들도 많이 떠났다.

: 인바운드 관광통역안내사는 코로나19로 100%가 실직 상태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 처음에는 일단 소나기는 피하자는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오랜 장마가 된 것 같다. 버티지 못하고 전업하거나, 지긋지긋해서 바닥을 뜬 사람도 있다. 

: 결국 사람이 재산이라고 말은 하면서도 상반된 모습을 보인 기업이 많았다. 코로나19 이후 심각한 인력난을 겪지 않을지 걱정된다.

: 요즘 여행플랫폼을 이끄는 것은 사람이 아니고 기술이라고 한다. 그래서 채용도 주로 시스템 개발 인력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 여행업이 어떻게 바뀔지 궁금하다. 예전처럼 사람의 손길이 절대적일지, 아니면 기술이 사람을 대체할지….  

: 기술이 사람을 대체하면 사람의 노동값은 더 비싸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여행도 사람의 손이 필요한 상품은 고급서비스가 될 것이다. 손쉽게 예약하고 구매하게 하는 것은 기술의 영역이겠지만, 맞춤형·프리미엄 상품처럼 세심한 손길이 필요한 부분은 사람의 영역으로 남지 않을까. 

 

 

인바운드 숨통은 언제 트이나

: 정부는 괌·사이판·싱가포르·태국·타이완 등과의 트래블 버블 추진 소식을 전하면서 외국인 단체관광객 관리 방안에 대해서 특히 강조했는데, 첫 체결지는 아웃바운드 목적지인 사이판이다. 트래블 버블이 인바운드에는 큰 효과를 주지 못할 것 같다. 

: 인바운드의 양대 시장은 중국과 일본인데 현재로서는 트래블 버블조차 힘들 것 같다. 동남아 시장도 비중이 큰데 현지 방역 상황이 좋지 않아 관광객을 받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 중국은 지난해 3월부터 일방적으로 5·1 정책(1국가, 1항공사, 1개 노선, 주1회, 1편 운항)을 고수하며 국경을 걸어잠근 상태다. 

: 일본은 도쿄올림픽 때 해외 관중을 받으면 그것을 계기로 교류가 재개돼 일본인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다 물거품이 됐다. 

: 인바운드 업계는 일찌감치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2주 자가격리를 완화해야한다고 주장해왔지만 아직 풀린 건 없다. 비즈니스 목적 입국자라면 몰라도 일반 관광객을 받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 MICE 업계에서도 국제회의 및 특수목적 방한객부터 먼저 열어달라고 요청해왔다. 입국부터 동선을 철저히 관리해 숙소와 박람회장만 오가는 식으로 진행하면 방역에도 무리가 없다는 주장이다.  

: 그러고 보면 유럽은 외국인에게 빨리 문을 열었다. 우리나라는 아마 그 정도로 과감하게 외국인에게 문을 열지는 못할 것 같다. 

 

여행업 시위 ‘졌잘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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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신문CB

 

: 올해 1월말부터 시작된 여행사들의 시위가 손실보상법(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 제정과 2차 추경을 통한 피해지원금 지급 결정을 계기로 마무리된 느낌이다.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 초기에는 분산된 느낌이 컸는데, 한국여행업협회(KATA)를 중심으로 비상대책위원회와 특별위원회를 구성해서 창구를 일원화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 나름 성과도 컸다. 4차 재난지원금 지급에서 ‘경영위기업종’으로서 지원금을 받았고, 전국 지자체들의 지원책도 이끌어냈다. 여행업 손실보상을 포함한 손실보상법 제정을 요구했지만 반쪽짜리 결실에 머무른 점은 아쉽다.

: 집합금지 및 영업제한 행정명령을 받은 소상공인의 향후 손실에 대해서 보상을 하는 식으로 손실보상법이 처리돼 경영위기업종인 여행업은 앞으로 행정명령을 받지 않는 한 손실보상을 받기는 어렵게 됐다. 단 재난지원금을 통해 과거 손실에 대해서는 일부 지원금을 받게 됐는데, 100~300만원 수준이니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 그래서 KATA도 정부와 국회의 결정에 실망과 유감을 표명했다.

: 단순히 집합금지나 영업제한 행정명령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코로나19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여행업의 손실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점은 안타깝다.

: 오죽하면 차라리 여행업을 집합금지업종으로 지정해달라고 했겠나. 

: 어찌됐든 이번에 여행사들이 힘을 모으고 한 목소리를 낸 것은 좋은 선례로 남을 것 같다. 멈추지 말고 활동을 지속해야 한다.

 

진행 및 정리=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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