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고은 기자

드디어 내 차례가 됐다. 9월에 1차, 10월에 2차 백신 접종 예약을 마치고 나니 자연스럽게 11월 달력에 시선이 머물렀다. 그리고 생각했다. 올해 안에는 어디든 가야겠다고. 

18~49세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예약이 시작되면서 여행업계는 현실적으로 해외여행이 가능한 시점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게 됐다. 물론 백신 접종률만으로 낙관적으로 전망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백신 수급 과정에서 일정에 변동이 생길 수도, 코로나19 유행 상황에 따라 여행 심리는 계속 위축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야놀자가 최근 우리나라 국민 1,300여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시대 여행에 대해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도 보수적이다. 이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해외여행 재개 시기'에 대한 질문에 40.6%는 '코로나19가 종식되었을 때'라고 답했다. 23.5%는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는 한 국내 여행도 가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코로나19 종식은 언제쯤, 아니 과연 가능할까? 여행인 중 한 사람으로서는 씁쓸한 결과다.

그렇다고 마냥 좌절할 일만도 아니다. 움츠러든 심리와 반대로 해외여행에 대한 욕구도 시장 곳곳에서 신호를 보내고 있다. 우선 신혼부부들들의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허니문 전문 여행사들에 따르면 하와이, 몰디브, 칸쿤을 중심으로 예약이 접수되고 있고, 허니문 박람회도 조금씩 열리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에는 캐나다가 9월7일부터 백신 접종 완료자에게 국경을 개방하기로 결정하면서 캐나다 허니문 연합상품도 출시됐다. 또 미국 여행을 하고 백신도 접종하고 돌아오는 최대 1,500만원짜리 '미국 백신 관광 상품'도, 사이판 트래블 버블 여행 상품도, 추석 연휴 전세기 상품도 조금씩 판매되고 있다. 

물론 하반기 해외여행 계획을 확정한 숫자는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이제는 상담과 예약 데이터를 통해 인기 목적지들은 물론 해외여행 결정을 망설이는 이유까지 면밀히 분석해볼 필요가 있겠다.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는 한 해외여행도 국내여행도 하지 않겠다는 마음, 백신 접종을 위해 미국까지 기어코 가겠다는 마음, 코로나19 검사를 수 차례 받아야 하고 동선에도 제한을 받으면서 사이판 여행을 결심하는 마음, 그리고 아직 백신 접종을 한 차례도 하지 않았으면서 달력을 보며 어딜 갈지 고민하는 마음까지. 다양한 마음을 헤아리다보면 해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진심은 통하는 법이다. 

 

손고은 기자 koeu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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