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의 화려함에 가려 뒤늦게 개발된 보석같은 관광지들이 중국에는 아직 많다. 청대 황제
들의 숨결이 그대로 살아숨쉬는 승덕도 그 중의 하나. 이미 일본과 동남아지역의 관광객들
로 매년 12만명의 인파가 몰리고 있는 이곳은 내년 중 종합 관광단지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
다.

‘황제여름별장’ 규모로 압도

건설기간만 89년 걸려
여름엔 서늘하고 겨울엔 춥지않아 청왕조 황제들의 여름나기 장소로 이용되었던 승덕. 그렇
다고 화려한 별장정도의 규모를 생각하다가는 깜짝 놀라게 된다. 승덕시 하나가 우리 남한
의 절반, 승덕의 명소인 ‘피서산장’만 해도 이화원의 2배인 564㎢에 달한다.
강희 40년(1703년)에 공정을 시작해 건륭55년(1792년)에 완공되었으니 건설기간만 무려 89
년이 걸린셈이다.
북경에서 250km 지점에 위치해 있어 버스로 4시간여정도 걸리는 피서산장은 더위에 약한
청조황제들이 3~9월까지 6개월을 머무는 동안 북경 다음의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로 자
리잡게 된다. 황제를 따라 중신들이 건너왔으며, 각국의 사신들도 이곳으로 와 황제를 알현
해야 했다.
승덕은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물이 얼지 않는다고 해 옛부터 ‘열하(熱河)’라고 불
리었는데, 조선시대 연암 박지원이 지었던 ‘열하일기’는 바로 이곳에 사신으로 왔던 일을
기록한 것이다.
산장은 다시 궁전지역, 호수지역, 평원지역, 산지역의 4부분으로 나뉘어 둘러볼 수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여정문(麗正門)’이라는 한자가 보이는데 그 옆으로 몽고어, 만주어, 위
그르어, 티벳어가 함께 표기돼 역시 정문임을 알리고 있다. 다른 민족과의 화합을 꾀했던 청
대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여정문을 지나 들어가면 황제가 국정을 처리했던 정궁부터 황후와 황제의 침실, 탈의실, 옷
방 등을 둘러 볼 수 있다.
외오문을 통과해 내오문앞에 서면 금색으로 화려하게 쓰여진 ‘피서산장’이라는 액자를 볼
수 있는데 강희제의 친필이라 한다. 이같은 황제의 친필은 황실사원에서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내오문을 지나 들어가면 사신들을 접견했던 사지서옥이 보이는데 대리석바닥과 금
침 등 지금봐도 그 화려함에 눈이 부신다.
호수구역은 호수라기보다는 강에 더 가까울만큼 시원하게 펼쳐져 있다. 뱃놀이용으로 쓰이
는 조그만 보트들이 주변에 널려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
황제들이 승덕을 찾는 또하나의 이유는 바로 평원지역에 있다. 사냥을 즐기는 청대의 황제
들은 이곳에 큰 수렵장을 만들어 사냥과 무예 등을 연마하곤 했다. 이곳에서는 지금도 일년
내내 ‘수렵투어’를 즐길 수 있다.
꽃들이 만발하는 5~6월이 피서산장의 하일라이트다. 연못위에 피어있는 연꽃의 청초함부터
황실정원 자체가 모두 색색으로 물든다. 규모가 넓은 만큼 황제의 산책길을 따라 주변을 감
상하다보면 어느새 주변이 어둑어둑해진다. 수렵투어나 뱃놀이 등을 즐기려면 시간을 넉넉
하게 해 들어가는 것이 좋다.

봉추산 남근석바위가 최고
승덕의 산들은 매우 빼곡하게 첩첩이 쌓여져 있다. 황토빛의 산들이 굽이굽이 들어차 마치
중국 수묵화를 보는 듯 하다.
이 중에서도 봉추산은 황제들이 가장 즐겨찾던 산으로 그 기운이 상서롭다 한다. 산의 꼭대
기에 오르면 매우 기괴한 바위를 볼 수 있는데 남근모양의 큰 바위가 매우 안정적인 모습으
로 하늘을 향해 곧추서 있다.
이 바위의 기운을 얻으면 장수를 한다고도 하고 아들을 얻는다는 설이 있다.
중국에서 가이드를 하고 있는 허남희씨는 “조금 아는사람들은 남근석중에서는 봉추산바위
가 최고라는 말들을 한다”며 “처음엔 코웃음치던 사람들도 바위를 보고나면 꼭 오른다”
고 웃는다.
멀리서 볼때는 작게만 보이던 바위가 가까이 갈수록 고개를 완전히 뒤로 젖혀 바라봐야 할
만큼 크다. 바위 부근에는 유난히 강한 바람이 부는데 , 승덕지역은 오전보다 오후의 바람이
더 거세기 때문에 바위를 보려면 아침일찍 오르는 것이 안전하다.

소수민족문화 대변하는 건축양식
피서산장 동쪽에서 북쪽으로 넓게 자리잡고 있는 황실전용사원은 원래 12개가 있었으나 현
재는 8개만이 남아있다.
티벳의 포탈라궁과 똑같이 지어졌다고 해 ‘소포탈라궁’이라 불리는 보타종승지묘(普陀宗
乘之廟)는 그 중 가장 큰 규모로 티벳과 몽고의 화친을 위해 건립되어졌다. 티벳풍의 건축
양식은 물론 티벳의 승려들을 모셔놓은 곳이기도 했는데, 티벳의 수녀들이 수행했던 ‘맹
창’이 특히 인상적이다. 하늘만 보이도록 설계되어있는 맹창은 잡념을 버리고 수련에 전진
하라는 티벳의 종교수양 중 하나라고.
승덕에 와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 중 또다른 하나가 바로 보녕사의 ‘천수천안관음보살상’
이다. 1755년에 만들어진 목불상으로 지상에 나와있는 길이만 23m, 둘레 15m에 무게 110t
으로 전체가 하나의 통나무로 만들어져 있다.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느껴지는 웅장함과
손가락 하나하나에 이어지는 섬세함이 함께 느껴져 경탄을 자아낸다.
승덕에 남아있는 황실전용사찰은 중국적이기보다는 변방쪽의 이민족 문화를 반영하는 건축
물이 많다. 건축양식과 사원의 분위기까지 모두 소수민족 각각의 문화를 대변한듯 보인다.
청대의 융화정책의 하나라고 보여지는 이같은 문화유산은 매우 이색적이면서도 진귀한 문화
적 보고임에는 틀림없다.
취재협조 : 에어차이나 02-774-6602
승덕=박은경 기자 eunkyung@traveltimes.co.kr


[현지인터뷰]북진여행사 김의진 사장

“중국시장은 너무나 무궁무진합니다. 팸투어, 다 개발이고 투잡니다”북경북진국제항공여행
사 김의진 사장의 말이다. 그는 중국 팸투어를 기획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팸투어의 황
제’로 불린다. 그만큼 많은 팸투어를 똑소리나게 진행했다.
이익을 창출하기는커녕 쌈짓돈을 까먹는 팸투어. 좋다고 발벗고 나서는 여행사가 많지 않다.
지금도 해마다 최소 1~2회의 팸투어를 주관하는 그는 ‘상품에 대한 개발’과 ‘중국시장에
대한 투자’에서 그 이유를 찾는다. 수익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결국 돌아온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학생시절 중국문화를 전공한 김사장은 단순한 볼거리보다는 역사와 문화적인 장소를 발굴해
상품화하기를 즐겨한다. 특히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중국의 경우 같은 장소라 하더라도
공부를 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느끼는 감정은 하늘과 땅차이.
“일본인 같은 경우엔 단체여행을 오더라도 가이드설명만을 듣지는 않는다. 엄청난 자료를
보고 공부해 그대로 요구한다”고 말하는 김사장은 “공부하는 관광객들이 박식한 가이드를
만든다”고 덧붙인다.
교포3세인 그가 중국 공무원의 일종인 중앙정보관을 그만두고 여행업계에 들어온지 벌써 12
년. 한중수교 후 한국대표단의 통역이 계기가 되었었다.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도 모를만큼
일에 빠져 살았다는 그는 올여름 실크로드 코스를 새로이 선보일 예정이다.
010-6491-0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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