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 버블, 코로나19 사태 속 방역이 우수한 지역 간 상호 협약을 통해 서로 여행을 허용하는 협약이다. 한-사이판 트래블 버블이 7월24일 처음 시행되고 약 두 달이 흘렀다. 코로나19가 만든 이름도, 의미도 생소한 트래블 버블은 누구에게나 처음이었다. 가이드라인은 수시로 바뀌었고 여행 중 이동에도 제약이 따랐다. 많은 것들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시작된 트래블 버블에 기대와 걱정, 비난의 시선이 동시에 쏟아진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 트래블 버블 시행 첫날 여행을 떠난 이들은 열 손가락 안으로 꼽을 정도였다. 소소하고도 소소한 여행객 수에 첫날부터 여론은 실패했다, 무의미하다는 평가를 맹렬하게 쏟아냈다. 두 달이 지난 요즘은 어떨까. 마리아나관광청에 따르면 사이판 트래블 버블 여행 상품 예약률은 9월로 접어들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8월만 해도 하루 평균 예약자 수는 약 20~30명이었는데 9월 초부터는 이보다 약 5배 많은 인원이 트래블 버블 여행 상품을 예약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추석 연휴 기간에 출발하는 인천-사이판 정기편 탑승률도 약 70%를 나타내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월9일 기준 올해 연말까지 트래블 버블 혜택을 적용한 여행 상품 예약자는 약 1,500명에 달했다. 4차 유행과 거리두기 4단계는 여전한데 말이다. 

아이러니한 점은 또 있다. 마리아나관광청은 지난 8월12일부터 백신 접종자여도 사이판 입국시 5일 동안 리조트 내에서만 이동을 허용하기로 사실상 동선을 제한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약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유가 뭘까? 백신 접종률이 증가했다는 점도 꼽을 수 있겠지만, 여행업계 관계자들은 '안전한 여행'에 대한 신뢰가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두 달 가까이 트래블 버블을 통한 여행에서 코로나19 감염 사례가 없었다는 점, 현지 지역 사회의 코로나19 유행이 미미하다는 점, 그럼에도 만에 하나 현지에서 감염되더라도 정부의 지원 하에 모든 치료를 약속받는다는 점 등이 여행을 결심하는 데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4차 유행 속에서도 여행이 갑작스럽게 중단된 적도 없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10월 말부터 '위드 코로나'로 전환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어쩔 수 없이 코로나19와 공존해야하는 일상이라면, 안전한 여행은 더욱 강조되어야 한다. 어쩌면 이제는 사이판 트래블 버블을 살펴보며 위드 코로나 시대 여행의 표준을 고민해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손고은 기자 koeu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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