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사 성우애드컴 9월 초 부도로 10~12월 차질
과도한 공모가 등 한국철도 사업 운영 방식 논란 

2004년 창간 이후 18년 동안 기차를 지킨 KTX 매거진이 일시적으로 발행중단되면서 한국철도공사의 KTX 매거진 사업 운영 방식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015년 1월부터 KTX 매거진을 제작해온 성우애드컴이 9월 초 최종 부도처리 되면서 당장 10월호부터 발행이 어려워졌다. 제작사의 부담을 키우는 한국철도공사의 KTX 매거진 사업 운영 방식도 부도를 유발한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우선 일반적이지도 않고 과도하기까지 한 '공모가격'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제작사가 한국철도공사에 납부해야 하는 금액이다. 제작사는 한국철도공사의 제작비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한 채 자체 광고영업 등을 통해 매거진을 발행하기에도 빠듯한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꼬박꼬박 한국철도공사에 일정액을 전달해야 하니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특히 코로나19로 영업환경이 악화되면서 부담은 더욱 커졌지만, 한국철도공사는 이에 대해 배려하지 않았다. 코로나19가 한창 기승을 떨친 지난해 9월 코로나19 이전과 같은 수준인 공모가격 3억원 이상을 골자로 한 차내지(KTX 매거진) 운영 사업자 공모를 진행했다. 코로나 시국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높은 공모가격 탓에 입찰에 참여한 업체는 한 곳도 없었다. 이후 11월 재공모에 성우애드컴이 단독 참여해 최종 선정됐다.

제작사의 업무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제작사는 ▲광고 섭외 및 유치 ▲차내지 기획·취재·제작·편집 등 업무 ▲인쇄·검수·출판 ▲배포·비치·회수 ▲e-매거진 제작(모바일 전용 앱 개발 및 운용 등) ▲차내지 고객 의견 수렴 ▲한국철도가 차내지 사업에 필요하다고 지정하는 기타 업무까지 폭 넓은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거쳐 생산된 KTX 매거진의 콘텐츠에 대한 저작권과 편집저작물·2차적 저작물의 작성권은 모두 한국철도공사가 갖는다. 제작사가 콘텐츠를 재가공해 2차 출판물을 발간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보전하는 방안은 원천적으로 차단된 셈이다. 

제작부터 광고유치, 배포, 온라인 운영까지 사실상 KTX 매거진 관련 전체 업무를 담당하면서도 3억원 이상을 납부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 한 출판업계 관계자는 “정상적인 상황에서도 제작사의 고정비용 부담이 상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코로나19로 광고영업까지 위축되면서 재정적 압박이 심각했을 것”이라며 “발행부수 조정, 기존 콘텐츠를 활용한 출판물 제작 허용, 업무범위 조정 등을 통해 제작사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한국철도공사의 배려가 없었던 것 같아 아쉽다"고 지적했다. 또 "결국 그 피해는 10월호부터 차내에서 KTX매거진을 볼 수 없게 된 탑승 고객에게까지 미치는 만큼 공공기관으로서 코로나로 극심한 어려움을 겪는 사업자와 고통을 분담하려는 한국철도공사의 상생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철도공사는 새로운 사업자 선정 과정에 착수하고, 지적 사항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레일 관계자는 “10~12월 KTX 매거진 발행은 힘들 것 같아 조만간 공식적으로 공지할 예정”이라며 “사업자 입찰공고 및 선정을 위해 2~3개월이 소요되는 만큼 매거진은 내년 1월에 재개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어 “공모가격, 사업 범위 등 사업자 선정에 필요한 사항은 내부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지난 9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밝혔다.

KTX 매거진 9월호 / 이성균 기자
KTX 매거진이 9월호를 끝으로 일시적으로 발행중단 된다 / 이성균 기자

이성균 기자 sage@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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