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지 기자
이은지 기자

요즘 여행심리 회복을 몸소 체감 중이다. 지인들 사이에서 해외여행에 대한 언급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는 여행업과 관련 없는 지인이 사이판 여행을 가자고 먼저 연락해와 깜짝 놀라기도 했다. 반가운 마음에 백신 접종 완료일에 맞춰 선뜻 여행상품을 예약했다. 

여행 재개 움직임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여행사들은 연이어 사이판·유럽 등 해외 패키지 출발 도장을 찍는 중이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사이판 상품은 200명 정도 예약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출시 첫날에만 1,200명이 몰렸다”며 놀라움을 표했다. 그 덕에 직원들이 추석 연휴에도 출근해 항공발권을 했던 에피소드도 있었다고. 쉬는 날 일을 했다는 소식에도 안쓰러움보다는 반가움이 더 크니, 여행업이 얼마나 기나긴 침체기를 겪고 있는지 새삼 느껴졌다.

‘진짜’ 여행하고 있다는 사실은 수치로도 나타났다. 한국은행의 ‘2021년 2분기 중 거주자의 카드 해외 사용실적’에 따르면, 해외에서 사용한 카드 금액은 지난 1분기 대비 31.7% 증가한 33억7,000만달러(약 3조 9,900억원)를 기록했다. 전년대비로는 80% 증가한 수치다. 한국은행은 ‘해외 현지의 이동제한조치 일부 완화에 따른 여행지출 증가’를 주원인으로 추정했다. 

집단면역을 목전에 두고서야 여행은 죄인이라는 누명을 제법 벗은 모양새다. 유튜브, SNS, 여행커뮤니티 등 온라인에서도 해외여행에 대한 언급과 후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안전하게 여행을 다녀온 이들의 후기가 이어지면서 여행심리 회복에도 속도가 붙는 중이다. 물론 그 바탕에는 백신 접종 가속화와 접종 완료자 대상 격리 면제도 한몫했다. 돌이켜보면 여기까지 오는 데도 자그마치 1년6개월이 넘는 긴 시간이 걸렸다.

여행업은 중요한 기로에 서있다. 겨우 살아난 여행에 대한 불씨를 꺼트려서는 안 된다. 여행심리 회복을 위해 정부의 지원과 업계의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정부는 코로나19로 중단한 여행지원 사업을 재개하고, 여행 분야 백신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업계에서는 안전하고 합리적인 가격의 상품을 출시해 소비를 끌어올리는 한편,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여행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던져야할 테다. 입소문을 타고 만들어진 여행 분위기는 일상 속 여행의 빈자리를 메울 것이므로. 

 

이은지 기자 even@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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