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가을, 독서의 계절.
상쾌하게 불어오는 가을바람에
사각사각 책장 넘기는 소리가 익는다.
강화도가 품은 감성 책방 5.

●초승달, 쉼
이루라 책방

이루라 책방에는 도시에선 마주할 수 없는 가을이 머물고 있었다. 황금빛으로 고개를 숙여 물결치는 논, 그 뒤로 펼쳐진 강화도의 바다, 부쩍 높아진 하늘. 책장을 사각사각 넘길 때마다 산새가 울었고 가을의 상쾌함을 머금은 바닷바람이 시원히 불어왔다. 몽실몽실 머리 위를 지나는 구름을 닮은 책방이다.

이루라 책방은 강화도 석모대교 앞 야트막한 산 중턱에 위치한다. 2021년 2월에 오픈한 따끈한 신상 책방이다. ‘이루라’라는 책방 이름은 김명선, 이정훈 작가 부부의 아이 이름에서 따왔다. 김명선 작가는 아이들을 위한 동화를 쓰는 작가이고 이정훈 작가는 기획과 전략에 관한 경영서의 저자다. 이루라 책방에는 부부의 노력이 서려 있다. 직접 땅을 찾고, 집을 지어 지금의 공간을 일궜다.

책방 1층에는 거대한 책장과 그곳을 밝히는 책 조명이 천장에 매달려 있다. 책장 가운데에는 두 작가 부부가 직접 읽고 선정한 추천 도서가 가득히 꽂혀 있다. 정성스럽게 정리된 누군가의 취향을 읽는다는 것은 상당히 운이 좋은 일이다. 100% 사전 예약제로 책방을 운영하며 인원을 제한하고 있어 어떠한 소음도 없다. 가을바람과 책장이 스치는 소리뿐이다. 이루라 책방은 책만 보는 공간이 아니다.

숙박 시설을 갖추고 있어 북스테이도 가능하다. 논 너머 바다까지 조망이 가능한 2층 옥상에는 글램핑도 준비되어 있다. 루프톱에 올라 책방의 넓은 마당을 내려보니 초승달을 닮아 있다. 이루라 책방은 보름달처럼 책으로만 꽉 채운 공간이 아니라, 책 사이 쉼이라는 여백이 더 많은 공간.


주소: 인천광역시 강화군 내가면 황청포구로333번길 27-1
영업시간: 화~일요일 10:00~19:00, 월요일 휴무, 방문 전 사전예약 필수
전화: 0507 1363 3595
가격: 프라이빗 예약 1~2인 기준 2만2,000원(디저트, 커피 포함), 3인 이상 1인당 추가요금 5,000원


●식물을 바라보는 마음으로
우공책방

우공책방은 고려산의 굽은 고갯길을 거쳐, 한적한 연꽃마을을 거쳐야만 도착할 수 있다. 외관은 담백하다. 작은 마당에는 코스모스가 피었고, 가지가 열려 있었다. 어느 명절, 시골에 계신 할머니 댁이라도 찾아온 느낌이다.

우공책방은 중년의 부부가 운영한다. 김찬욱 작가(남편)는 금속공예와 목공예를 하는 공방장을 맡았고, 김시언 시인(아내)은 책방장을 맡았다. 1층과 2층으로 나뉜 집 안 전체에 책장이 가득하다. 너무 가득한 나머지 내부가 좁게 느껴질 정도다. 사람을 위한 공간이라기보다 책을 위한 공간이다. 책장에서는 부부의 취향을 느낄 수 있다. 나무와 환경에 관한 책이 특히 많고, 시집도 가득 들어차 있다.

우공책방의 2층에는 책 여행자들이 편히 쉬었다 갈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북스테이를 하는 손님들에게는 주인장이 직접 만든 조식과 석식을 제공한다. 나물 가득한 푸짐한 산골 밥상이다. 시래기가 가득 올라간 고등어시래기찜이 인기 메뉴란다. 책을 읽고 쉬는 것 이외에도 목공예 작품을 만들어 보는 체험도 가능하다. 체험은 뒷마당에 위치한 남편의 작은 공방에서 진행한다. 풀벌레 소리가 주변을 가득 메운, 그리고 차분하게 식물을 바라보는 마음이 드는 책방.

주소: 인천광역시 강화군 내가면 연촌길 77-10
영업시간: 매주 월요일 휴무
전화: 032 463 0989


●푸른 구름, 책의 숲
청운서림

서점 냄새, 학창 시절의 향기랄까. 새것과 종이 냄새가 적절히 섞여 있는 그런 냄새. 늦은 밤 책상 앞에서 신명나게 졸다 보면 가까워지곤 했던 그런 냄새. 강화도 강화읍에는 오래된 서점 골목이 하나 있다. 지금 이 골목에 ‘추억 속 서점’이라고 부를 수 있는 곳은 오직 단 한 곳. ‘청운서림’이다.

청운서림은 푸른빛의 구름과 같은 책들의 숲이라는 뜻이다. 무려 30년의 세월 동안, 그것보다 셀 수 없이 많은 학생들의 발자국이 이곳에 스며 있다. 어느 동네에 이런 서점이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는데, 이제는 이런 곳에 서점이 있다며 놀라곤 한다. 그만큼 동네 서점이란 존재가 귀해진 지금이다. 수학의 정석, 성문 기초영문법, 쎈수학 등 학창시절 수도 없이 여닫았던 참고서가 매대에 가득 꽂혀 있다. 모범생은 아니었지만, 학생이라면 해야 할 공부 정도는 하고 살았다.

한참 학창 시절의 추억에 빠져 구경하고 있는데 사장님이 다가와 말을 건넸다. “못 보던 분이신데, 여행 오셨나 봐요?” 30년의 세월 동안 이 자리를 지켜 왔기 때문에 가능한 질문이었다. 사장님은 청운서림을 ‘안부를 묻는 서점’이라고 소개했다. 근처 동네 아이들이라면 유치원 시절부터 대학교 시절까지의 성장을 모두 지켜봤기 때문이다. 가끔 명절이면 성인이 된 학생들이 서점을 들러 안부를 묻곤 한다고. 그리고 꼭 이 한마디를 건넨단다. “이 자리에 그대로 있어 줘서 감사합니다.”

주소: 인천광역시 강화군 강화읍 북문길 3
영업시간: 월~토요일 08:30~21:00, 일요일 휴무
전화: 032 932 8698


●그 남자의 안목
소금빛 서점 

대명헌(大明軒)은 강화도에서 꼭 가 봐야 할 명소다. 대명헌은 김구 선생이 인천 감리서를 탈옥하고 강화도에 왔을 당시 자신의 구명을 위해 힘쓴 김주경의 집 인근에서 서당을 열어 3개월가량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치며 계몽운동을 펼쳤던 장소다. 현재 대명헌은 본채는 한옥 스테이로, 일부 건물은 카페와 유림상회, 소금빛 서점으로 운영되고 있다.

유림상회와 소금빛 서점은 2개의 이름으로 하나인 공간이다. 부부가 운영한다. 왼편에 위치한 유림상회는 아내가 운영하는 그릇가게, 오른편에 위치한 소금빛 서점은 남편이 운영한다. 강화도 여행자를 위한 책부터 강화도 출신 시인들의 책 등 ‘강화도’에 대한 사랑이 남다르다. 책장에는 ‘소금빛’이라는 서점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독실한 기독교인인 주인장의 취향이 가득 반영되어 있다. 무인으로 운영되는 서점이기 때문에 유림상회에서 결제해야 한다.

이곳은 드라마 <더 킹: 영원의 군주> 촬영지로도 입소문을 타며 인기몰이 중이다. 소금빛 서점을 운영하는 주인장은 작게 출판사도 운영하고 있다. <꿈꾸는 인생>, <옥수책방> 등 소금빛 서점에서 출판한 책도 만나볼 수 있다.

주소: 인천광역시 강화군 강화읍 남문안길 7
영업시간: 월~수요일, 금~토요일 11:00~17:00, 일요일 13:00~17:00, 목요일 휴무
전화: 010 9845 5999


●느리게 가는 삶
꿈공작소 모모

미하엘 엔더의 장편소설, <모모>의 주인공 ‘모모’는 고아 소녀다. 그 소녀에겐 남다른 재주가 있는데 바로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진심으로 경청할 수 있는 능력’이다. 모모는 다른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고 마음을 채우며 천천히 사는 삶을 살아간다. 그런 꿈공작소 모모는 정말 모모를 가득 닮아 있는 작은 동네 책방이다.

꿈공작소 모모는 책이 가득가득 들어찬 ‘서점’의 느낌보다는 동네 사람들끼리 한곳에 모여 책을 서로 읽고, 느낀 것을 나누는 커뮤니티 공간, 문화의 공간에 가깝다. 코로나로 사회적 격리가 심해지기 전까지는 강화 청년모임인 ‘청촌내일’의 독서모임, 저자특강 등 동네 문화적 공간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심화된 이후로는 고전명작 읽기모임인 ‘모모N클럽’을 소수로 운영하고 있다.

내부에는 ‘나도 북큐레이터’라는 공간이 있어 나만의 책 추천을 동네 사람들에게 선보일 수도 있다. 좁고 길게 늘어선 작은 책방을 지나면 ‘모모의 서재’라는 공간이 나온다. ‘아지트’라는 단어가 딱 어울리는 공간이다. 따뜻한 티 한 잔을 주문해 마시며 혼자만의 독서 시간을 보내기에 제격이다. 꿈공작소 모모는 바쁘디 바쁜 일상 속 잠시라도 천천히 즐길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하는 책방.  

주소: 인천광역시 강화군 강화읍 북문길 10
영업시간: 월요일, 수~일요일 11:00~18:00, 화요일 휴무
전화: 0507 1329 4362


글·사진  강화송 기자
취재협조·공동기획 강화군 www.ganghw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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