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주 부국장

코로나19로 인한 여행업계의 변화상 중 하나는 국내여행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는 점이다. 출입국 제한으로 인·아웃바운드 부문이 막힌 상황에서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선택한 측면이 크다. 그렇다해도 아웃바운드에만 치중했던 대형 여행사들이 국내여행으로도 사업을 다각화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 않을 수 없다. 하나투어가 한국관광공사와 손 잡고 국내여행 활성화 프로젝트를 전개하고 인터파크투어가 국내여행 기획전을 벌이며, 노랑풍선과 롯데제이티비가 울릉도·독도 상품을 홈쇼핑으로 판매한다. 코로나19 이전에는 보기 드문 풍경이었지만 이젠 자연스러워졌다. 대형 여행사에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니다. 해외 골프투어만 취급했던 A사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국내 골프상품에서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1인당 몇 천원 남기는 게 고작이어서 ‘천원떼기’라고 무시했었는데 본격적으로 파고들고 보니 국내골프도 나름 수익이 돼 앞으로도 계속 다룰 생각”이란다. 항공·숙박·액티비티·체험·패키지·골프 등 속성과 테마에 상관 없이 전반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그동안 인·아웃바운드에 비해 산업적 기반이 약했던 국내여행이 비로소 여행업의 3개 축 중 하나로서 기반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여기에 법적 측면의 순풍도 불었다. 어느 여행업종으로 등록하든 여행사라면 모두 국내여행을 취급할 수 있도록 관광진흥법 시행령이 개정돼 9월24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일반-국외-국내’라는 기존의 여행업 세부 분류가 ‘종합-국내외-국내’로 변경됐다. 1987년 7월 이후 34년여만의 변화다. 1961년 8월 ‘관광사업진흥법’에 처음 등장했던 일반여행업이라는 명칭은 60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국내외여행업이 새롭게 등장했다. 종합여행업은 ‘국내외를 여행하는 내국인 및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여행업’으로 기존 일반여행업과 같고, 국내외여행업은 ‘국내외를 여행하는 내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여행업’으로 기존 국내여행업과 국외여행업을 합친 것이다. 이전에 일반여행업과 국외여행업에 등록한 업체의 경우, 각각 종합여행업과 국내외여행업에 등록한 것으로 자동 인정된다. 국외여행업 등록업체도 추가 조치 없이 국내여행업도 다룰 수 있게 된 셈이다. 발빠른 업체는 이미 국내여행 신규 진출을 위해 국내여행 콘텐츠를 보강하고 나서는 등 가시적인 변화도 일고 있다.

국내여행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진출이 늘면 필연적으로 경쟁 수위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국내여행만을 전문으로 취급해왔던 기존 영세 업체들이 경계하는 이유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좁게만 받아들일 게 아니다. 그동안 왜 국내여행이 산업적 측면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채 계속 위축돼 왔는지 되짚어보면 답이 나온다. 관심을 받지 못했고 경쟁이 약했기 때문이었다. “대형 여행사의 자본력과 기획력이 가미되면 국내여행 상품 전반적으로 한층 다양화해지고 질적 개선도 이뤄질 것이며, 이는 자연스럽게 소비자들을 다시 여행사로 이끄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던 국내여행 전문 B사 대표의 기대는 그래서 인상 깊다. 그러잖아도 작은 파이, 뺏고 뺏기기를 걱정하기보다는 함께 파이를 키워 풍족하게 나눌 궁리를 하는 게 맞다. 정부와 지자체 역시 이번 법 개정 취지에 맞게 산업적 측면에서 국내여행업이 보다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만 34년만의 기회를 잘 살릴 수 있다.

 

김선주 부국장 vagrant@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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