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균 기자

물가가 무섭게 오르고 있다. 생각 없이 소비하던 것들도 이제는 선뜻 손이 가지 않을 정도다. 코로나19 이후 모든 상품과 서비스의 이용 비용이 높아진 것 같다. 여행 빼고 말이다. 

그나마 국내여행의 경우, 코로나 공포심이 극심했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여행 심리가 회복되면서 가격대 또한 일정 수준 회복됐다. 특히, 일부 5성 호텔들은 F&B, 레이트 체크아웃 등 혜택을 더 제공하는 방식으로 판매 가격은 유지한 채 2년 가까운 시간을 버텼다. 고급 이미지를 지키면서 영업을 유지하는 데도 성공한 셈이다. 해외여행, 특히 패키지여행에 시사하는 바가 큰 것 같다.

해외여행은 이제 막 재개됐을 뿐이지만 이미 가격 경쟁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작년만 해도 코로나 이후 항공권과 여행상품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대다수가 예측했으나, 시장은 이를 비웃었다. 사실 저가 경쟁은 여행업계의 해묵은 논쟁거리지만, 이번에는 더욱 민감한 것 같다. 코로나 이후 새롭게 열리는 해외여행 시장에 대한 업계의 기대감이 투영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야말로 ‘패키지=저가·저품질’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날 기회라고 생각한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지난 몇 달간 출시된 사이판, 유럽 일부 상품을 보면 여전히, 아니 역대급으로 저렴했다. 여행사 마케팅의 일환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업계 전체로 보면 마냥 반길 일만은 아닌 것 같다.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도 저가 마케팅 논란이 있었다. A여행사 직원이 B여행사를 저격한 게 발단이었다. ‘B사는 매번 뒤늦은 프로모션으로 가격을 후려친다’는 게 골자였다. 그러자 B사 직원은 ‘적정 가격이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패키지여행 상품의 적정 가격은 관점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 소비자가 원하는 가격일수도, 투입된 시간과 인력 등을 고려한 가격일수도, 품질을 고려한 가격일수도 있겠다. 여러 관점이 있겠지만, 건강한 여행업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오로지 소비자 선택을 받기 위해 맹목적으로 저렴하게 책정한 가격만은 지양해야 할 것 같다. 오히려 가격이 아닌 콘텐츠를 바탕으로 경쟁하는 분위기가 될 수 있도록 업계가 나아가기를 기대해본다. 상품의 가격과 가치는 제공하는 이들이 결정하므로, 제 살을 깎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성균 기자 sage@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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