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주 부국장
김선주 부국장

11월부터 시작된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에 들뜨기도 잠시, 주변을 살펴보니 설렜던 것에 비해 달라진 게 별로 없다. 20년 넘게 여행사 사무실로 쓰였던 옆 사무실은 여전히 주인을 찾지 못한 채 텅 비어 있고, 아직 여행사 간판이 걸려있기는 하지만 아무도 출근하지 않는 불 꺼진 다른 사무실들도 적막하기는 마찬가지다. 위드 코로나와 함께 정부가 여행 지원에 나섰다고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국내여행에 국한돼 있다. 인바운드 부문은 언제 재개될지 가늠조차 할 수 없고, 아웃바운드는 재개 속도가 더디고 범위가 제한돼 있어 답답하다. 세계 전 지역을 대상으로 내려진 특별여행주의보부터 번거롭기 짝이 없는 출입국 절차까지 위드 코로나 이전 그대로다. 마냥 위드 코로나에 취해 있을 수 없는 이유다. 다시 되돌아보고 여행업 생존을 위해 코로나19와의 싸움을 지속해야 한다.

현실적 당면 과제는 여행업계가 입은 피해에 상응하는 적절한 보상을 받는 일이다. 정부와 국회는 희망회복자금이라는 이름으로 알량한 지원금(최대 400만원)을 쥐어주고는 손실보상법 적용대상에서 여행업을 뺐다. 집합금지 행정명령만 없었을 뿐 각종 제한조치로 인해 어느 업종 못지않은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은, 굳이 다시 강조하지 않아도 대부분의 국민들이 잘 아는 바다. 근 2년 동안 사실상 여행이 금지된 시기를 몸소 겪었기 때문이다. 그 덕분일까, 여행업처럼 손실보상 지원대상에서 제외된 업종에 대한 별도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정부 여당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이를 불씨 삼아 여행업에 대한 추가 지원을 이끌어내는 데 힘을 모아야겠다. 한국여행업협회(KATA)가 지난주 성명서를 내고 여행업에 대한 합당한 보상과 위드 코로나 시대에 걸맞은 여행업 회복방안을 요청한 것은 그래서 시의적절하다. 이를 신호탄으로 다시 여행업계의 힘을 결집해 정정당당하게 목소리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

미래 위험에 대한 대비 수위를 높일 필요도 높다. 코로나19로 인해 외생 변수에 여행업이 얼마나 무방비한지, 또 얼마나 취약한지 절절히 경험하지 않았는가! 특히 두드러졌던 부분은 관광사업체 경영주에 대한 보호막이었다. 직원 고용유지를 위한 정부의 고용지원 정책은 있었지만, 경영주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대책이 없었다. 나중에 부랴부랴 지자체들이 사업체 대상 직접 지원에 나선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이 경험을 잘 살려 사업주 보호막을 만들어야겠다. 

마침 법적 근거도 마련됐다. ‘감염병 확산 등으로 관광사업자에게 발생한 경영상 중대한 위기 극복을 위한 지원사업’에도 관광진흥개발기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8월10일부로 관광진흥개발기금법이 개정돼 시행되고 있다.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한 일반적인 사업들로만 한정됐던 관광기금 용도가 관광사업자의 경영상 중대위기 극복으로도 확대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매우 크다. 하지만 활용하지 않으면 허사다. 잘 구상하고 설계한다면 적어도 감염병 확산으로 여행업계에 다시 큰 위기가 닥쳤을 때 이번 보다는 더 든든하게 사업주를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관광진흥개발기금으로 공제기금을 쌓고 이를 기반으로 관광사업주를 대상으로 감염병 위기 때 사용할 수 있는 공제보험을 운영하는 방안 등 방법은 다양하다. 정부는 물론 관광 관련 협회 및 단체, 관광사업주들이 머리를 맞대야 하는 이유다. 이 역시 엄연한 코로나19와의 싸움이니 소홀히 할 수 없다.

 

김선주 부국장 vagrant@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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