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균 기자

온라인 쇼핑을 하다 보면 비슷한 조건이라면 당연히 더 저렴한 쪽을 선택하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정작 선택한 상품을 구매하려면 옵션 선택 후 추가 가격이 붙는 일이 많다. 구매하기 전부터 기분이 상하고, 결국 다른 판매자의 상품으로 이동하게 된다. 노출되는 상품 가격을 낮추고 뒤에서 옵션을 붙이는 행태, 낯설지 않다. 패키지여행의 선택관광과 쇼핑이 겹쳐 보인다. 

지난 6월, 항공권을 제외한 유럽 현지투어 상품이 상당히 저렴한 가격으로 홈쇼핑에서 판매돼 논란이 뜨거웠던 적이 있다. 패키지 이미지 개선에 실패했다는 지적과 그저 마케팅의 일환일 뿐이라는 반박이 팽팽했다. 한동안 뜸하다가 11월 초 홈앤쇼핑에서 7박8일 터키 현지투어 상품이 9만8,000원에 판매됐다. 종전 기록인 9만9,000원을 넘어선 역대급 가격으로 소비자를 유혹하기에 충분했다. 홈앤쇼핑도 성공적인 방송이었다고 자평했다.

그렇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절대적으로 저렴한 상품은 아니었고, 여행의 질도 담보할 수 없어 보였다. 쇼핑은 기본 5회, 선택관광은 10개에 달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항공료, 공항-호텔 이동비, 가이드 경비 등을 더하면 기존 패키지보다 비싸질 수도 있었다. 다수의 선택관광+쇼핑이 터키 패키지의 특성이라고 해도 과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방송 직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해당 상품을 두고 말이 많았다. ‘터키 여행 9만8,000원 실화?’라는 글에 여러 댓글이 달렸다. ‘그런 여행 가는 거 아니다’, ‘패키지는 적정 가격으로 가야 한다. 업체도 땅 파서 장사하는 게 아니므로 너무 저렴하면 결국 해외까지 가서 쇼핑만 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98만원 아니고?’ 등의 의견이었다. 댓글만 봐도 여행을 아는 소비자들은 이제 너무 저렴한 패키지를 경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만약 가격에 혹해서, 또는 패키지로 안전하게 가고 싶은 소비자가 이런 상품을 구매하면 어떻게 될까. 과도한 쇼핑에 질리고, 해도 고민 안해도 걱정인 선택관광은 나쁜 기억으로만 남을 공산이 크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일부 여행사를 중심으로 가성비 상품에서도 선택관광과 쇼핑의 부담을 줄이려는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를 현혹하기 위한 허울뿐인 가격이 아니라 소비자 만족에 초점을 맞춘 내실 있는 패키지 상품이 많아지길 기대한다. 

 

이성균 기자 sage@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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