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 잘 안돼요. 아주 머리 아파죽겠다구. 항공사에서 자리 못 채운다고 하니 일은 벌여놓
고 어디 잠이 와야지요. 저가로 상품을 내보긴 했는데 여행사는 늘어났지, 수요는 기대 이하
지. 고민이 커요.”
W사 S과장은 7∼8월 성수기를 앞두고 고민이 많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W사는 비교적 항
공권 판매와 인센티브 유치에서 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업체. 최근 패키지 판매 시장에 본격
뛰어들었지만 기대에 못미치고 있는 형편. 무엇보다도 여름 성수기 좌석 확보에 비상이 걸
렸고 6월 들어 주춤하고 있는 해외여행 수요로 인해 일부 항공사에서는 6월 실적을 충분히
고려해 성수기 좌석 블록 작업에 들어가겠다고 알리기도 했다.
때문에 신문 광고에 선보이는 상품들은 비교적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업체들 것보다 조금씩
싸다. 노마진 괌·사이판 4일 상품을 39만9,000원에 내놓기도 했다.
오픈한지 2년차인 C사의 경우 업계내에서는 악명이 높다. 같은 상품이라도 적어도 남들보다
는 몇 만원이 더 싸다. 지난달 29일에는 사이판/괌 4박5일 33만3,000원, 마닐라/팍상한 폭포/
타가이타이 4박5일 37만9,000원, 싱가포르 일주 39만7,000원, 방콕 파타야 5일 36만9,000원을
내놨다. 이는 지난 주에 내놨던 것보다도 2∼3만원은 더 저렴한 요금. 전화를 걸자 “이미
싱가포르 일주 등은 12일까지는 마감됐다”고 담당자가 말한다.
다시 덤핑 경쟁이 슬그머니 불붙기 시작했다. 방콕·파타야 399가 일반적으로 등장한지는
오래됐다. 매달 전년대비 2배정도의 성장률을 보이는 괌, 사이판 지역도 저가 경쟁에 뛰어든
지 오래다. 일반적으로 여행사가 받는 항공사의 요금은 대략 마닐라 35∼38만원, 방콕 38∼
42만원, 괌·사이판 32∼35만원대. 아무리 항공사로부터 특별 요금을 받았다고 할 지라도 현
지에서 거의 투어피없이 행사를 진행하는 것에는 이견을 내놓기가 힘들다.
해마다 비수기면 되풀이되는 노마진 행사의 원인은 무엇일까? 사실 여행사 탓으로만 돌리기
에는 많은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 먼저 항공사들의 은근한 조장이다. 특히 여행시장에 진출
한 지 얼마 안되는 경력을 가진 신생업체의 직원들은 “7∼8월 항공좌석을 받기 위해서는
노 마진이 아니라 원가를 깍아서라도 행사를 할 수 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말한다. 시장
내에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저가로라도 소비자들을 공략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해 가을부터 다소 호전된 경기를 타고 대거 여행사들이 늘어 경쟁력이 악화된
요인도 크게 작용한다. 이러한 경영 환경의 어려움은 여행사 뿐만이 아니다. IMF이후 중단
했던 각 지역에서도 신생 랜드사가 대거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노투어피’등으로 얼룩진
현지 시장의 자체 정화를 외치며 나섰던 각 지역 여행사 모임의 자체 노력도 제 역할을 하
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
K사의 대양주 담당자는 “겉으론 똑같이 항공요금을 준다고 해 놓고는 아무리 따져봐도 전
혀 나올 수 없는 가격대의 상품이 나오는 것을 보면 도무지 이해를 할 수 없다”고 했다.
실제로 여행사들 중에서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되는 요금을 내놓고는 전화를 하면 “마감
이 됐다”며 다른 상품으로 유도하는 경우도 있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다.
여기에 인터넷 업체들도 곧 저가 경쟁에 합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한 인터넷 여
행사들 모임에서는 저가 경쟁에 나서는 오프라인 업체들을 보고 우스개 소리로 “가진 건
돈밖에 없는 게 우린데 아예 20% 이상 손해를 보고서라도 한번 해볼까”라는 얘기들이 오
고 갔다고 했다.
한 온라인 전문 여행사 팀장은 “미국의 트래블로시티는 초기 시장 진입시 소비자들의 인지
도를 얻기 위해 A항공사의 LA-뉴욕 왕복 항공요금을 시중 오프라인 여행사들이 파는 199
달러에서 무려 100달러가 저렴한 99.99달러에 내놨었다”고 했다. 이는 온라인 고객의 특성
상 한번 이용시 만족하면 지속적으로 그 사이트를 방문한다는 점을 살려 초기 인지도 및 점
유율을 높이기 위한 것. 재 이용시에는 점차 할인폭을 줄여나가는 것이 특징이다.
이때문에 지상비를 깍거나 랜드 등에게 소비자를 떠맡기는 행위도 하지 않는다. 소비자가
여행사에 불만을 품게되면 일부러 소비자들이 찾아야만 사이트가 유지되는 온라인 특성상
성공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아직 대부분의 온라인 업체들은 시장을 지켜보고 있는 중”이
라는 그는 “온라인 업체들 중에서 저가 경쟁에 뛰어들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지만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와 함께 온(ON)이든 오프(OFF)이든 현금 가독률과 매출 실적을 올리기 위해 저가 경쟁
이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하지만 저가 상품들이 잘 되고 있는가하는 것은 미지수다. 실제로 여행사 직원들은 “그냥
한번 내놔 봤다”고 말을 하기도 한다. 이미 언론 등을 통해 ‘싼 게 비지떡’이라는 인식
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꼼꼼히 일정 등을 따져보고 여행사와 상품을 고르는 여행자들이 늘
고 있다.
더 우려해야 할 문제도 있다. 올 초 모 일간지 기자는 전화를 걸어 속칭 “해외 여행 업계
를 좀 조지는 기사를 쓰려고 하는데 자료를 좀 달라”는 부탁을 했다. 당시 초봄이었고 각
지역별로 자정 활동이 일어나고 있는 시기라 별로 내용이 될만한 게 없다는 답을 줬지만 최
근 정부가 여행자 휴대품 단속을 강화한다는 내용 등을 발표하는 등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허리띠를 조일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한 유가 인상과 환율 상승 등으로 인한 제2의 경제
위기설과 ‘제 2의 구조조정설’등이 나오고 있어 어려운 시장 환경이 될 것이란 전망이 지
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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