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취재]길은 멀어도 기꺼이 가리 ‘백두산’
[현지취재]길은 멀어도 기꺼이 가리 ‘백두산’
  • 여행신문
  • 승인 2000.06.0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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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구한 세월을 관통해 유전되는 성소를 가진 민족은 그리 흔하지 않을 것이다. 고난의 대명
사로 일컬어지는 유대민족과 모든 기독교들의 본향인 예루살렘이 언뜻 떠오르지만 기실 그
땅을 밟아 본 사람들이라면 세월의 흔적을 뱉어내는 옛스런 교회당 외에 생각나는 것이라곤
우선 사막을 닮은 태양빛과 누런 먼지뿐일 것이다.
다만 그럼에도 즐거이 그 곳을 찾기 위해 몇 천km의 험한 길을 마다 않는 사람들이 있음으
로 그곳은 오늘도 지상의 성지로 남아 있는 것이다. 백두산 길도 바로 그러할 것이다. 이번
여행은 애당초 적잖이 부담스러운 것이었다. 우선 16여 시간이나 걸린다는 뱃길이 그러했고,
그러고도 근 8시간이나 걸릴 육상이동 또한 유쾌할 리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무의식을 넘
어 이 땅에 태어난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이미 본능이 되어버린 백두산이라는 이름 석자가
주저 없이 여장을 꾸리게 한다. 출발 당일이 되어 러시아행 배에 오르자 기자는 어느덧 제
고향을 찾아 대서양을 가로지른다는 제왕나비가 되어 있었다.
속초를 떠난 배가 러시아 자루비노항에 도착한 시간은 아침 8시 경. 통관소 밖에는 벌써 우
리를 태워 갈 버스가 대기하고 있었다. 겹겹이 가로막고 선 러시아 검문소들을 지나며 훈춘
외곽 중·러 국경지역으로 이동하자 또 다른 버스 대열이 이번엔 현지 조선족 가이드를 동
반하고 우리를 맞는다. ‘장영자 세관'이라 불리는 그 곳 이름이 신기해 물어보니 원래 지
명이 그렇단다.

객 반기는 보기드문 좋은 날씨
7시간에 걸친 이동 끝에 마침내 백두산 자락 ‘백산대주점'에 여장을 풀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나와 이미 어둠이 짙게 깔린 산책로를 걷노라니 만주 벌판을 달리다 산자락에 고혼
을 묻었을 열사들에 대한 생각도 잠시, 금새라도 검은 숲에서 화등잔만한 눈을 한 호랑이가
튀어나올 것 같아 머리가 쭈뼛해진다. 아직도 산에 다가갈 준비가 덜 된 탓일까? 속인의 발
걸음을 거부하는 그 어떤 신령스러움이 백두산의 밤공기를 가득 메우고 있다.
다음날 아침. 흥분에 들뜨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드디어 천지를 향해 출발을 했다. 연중 30여
일 정도밖에 볼 수 없는 화창한 날씨라며 가이드도 덩달아 흥분하고 있었다. 7월부터 9월까
지 약 90일 정도만 눈이 녹으며 또 맑은 날이라도 언제 사방에서 구름과 안개가 몰려와 시
야를 가릴 지 모를 만큼 백두산 주변의 날씨는 변덕스럽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찌기 방랑시
인 김삿갓도'작북유록 탄불견백두산(作北遊錄 歎不見白頭山)'이란 시를 통해 ‘금강산은 여
러 번 올랐고 묘향산도 두 번이나 올랐지만 백두산은 멀리서만 보았지 단 한 차례도 오르지
못했다'고 탄식했다지 않는가?

백두 정기 머금은 ‘천지’
천지 입구로 이어지는 비포장길가엔 자작나무 숲이 끝없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멀리 보이는
백두산을 마치 주군으로 모시며 호위하고 늘어선 문무백관처럼.
지프로 갈아타고 수십 구비를 가쁘게 돌아 오른 정상. ‘장백산 천지'라고 씌여진 중국어
간자체 안내문을 뒤로하고 서둘러 천문봉 정상에 올랐다. 천지는 아직 녹지 않아 허연 얼음
장을 그대로 머금고 있었다. 그 위로 깎아지르며 하늘을 향해 솟구치는 준봉들. 뒤를 굽어보
니 비탈을 타고 내리는 끝없는 능선들 뿐, 우리를 인도하던 자작나무숲도 더 이상 보이지
않고 눈길이 닿는 끝녘에선 하늘조차 은빛으로 일렁인다. 게다가 다들 준엄하기 짝이 없는
봉우리들이 서로 오롯이 모여 천지물을 넉넉하게 품고 있는 모습도 신령스럽기 그지없는 것
이었다.

장군봉 실제 높이는 2,749.5m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고 서 있는데 옆에서 가이드가 왼쪽 봉우리 하나를 가리킨다. 바로
장군봉인 것이다. 장군봉의 실제 높이는 2,749.5m이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워 알고 있는 백
두산의 높이 2,744m는 일제가 도쿄만을 해발 기준으로 삼고 잰 것 일 뿐, 중국과 북한이 원
산과 청진 앞바다를 기준으로 측정한 바로는 2,749.5m가 정확한 높이라는 것이다. 장군봉에
는 북한에서 설치한 케이블 열차가 운행되고 있다고 한다. 그 외 주봉으로는 향로봉, 청석
봉, 백운봉, 차일봉, 제비봉, 천문봉 등이 있다. 16개의 봉우리는 중국측에 6개, 북한측에 7개
가 있으며 나머지 3개의 봉우리는 중국과 북한의 경계선에 놓여 있다.

‘우리땅 밟으며 다시 오리라’
백두산 연봉과 천지를 다시 한 번 돌아보고 내려오는 마음이 무겁다. 아직도 통일을 이루지
못해 선열들의 넋이 깃든 민족의 영산을 우리땅을 통해 찾지 못했고, 백두산 동남쪽에 위치
한 장군봉에 올라 볼 수도 없었던 탓일 것이다.
‘원산, 청진을 통해 다시 찾아오리라'던 이생진 선생의 시구대로 먼 길 돌아오지 않을 그
날을 그리며 짧은 만남을 뒤로한 채 통일의 염원을 새삼 가슴에 묻고 돌아왔다.
취재협조 : 동춘항운 02-720-0101
중국 연길=이동진 기자 eastjin@traveltimes.co.kr

동춘항운, 4박5일 상품 선보여
이번 여행은 뱃길로 백두산에 이르는 새로운 노선의 첫 취항길. 동춘항운이 4박5일 일정으
로 개발한 이 상품의 기본 일정에 의하면 첫날 속초항을 출발해 그 이튿날 러시아 자루비노
에 도착, 곧바로 백두산 자락으로 이동하게 된다. 백두산에는 그 다음날인 3일 째 아침에 등
정하게 되는데 이 때까지의 모든 이동 과정이 시간적으로 만만치 않으므로 백두산에 오르려
는 사람은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여행자로서의 기본 마인드와 함께 민족의 성산을 찾는
순례자의 마음으로 나서는 것이 좀 더 즐거운 여행을 위한 지혜가 될 것이다.
이동시간을 제외한다면 이번 상품의 볼거리는 거의 3일째에 다 몰려있다. 백두산을 돌아본
다음엔 길을 돌아 장백폭포의 장관도 관람할 수 있으며 그 뒤엔 백두고원 하늘아래 첫 마을
이라는 이도백하를 지나 다시 우리 독립 투사의 요람이었던 용정을 둘러 볼 수 있다. 청산
리대첩의 전적지를 지나고 해란강을 건너 용정시내에 이르면 만주 독립운동의 산실이었던
옛 대성학교, 현재의 용정중학교에 들러 윤동주 시비를 비롯한 각종 유적들을 둘러보게 된
다.
동춘항운의 박형래 차장은 “현재 자루비노에서 훈춘에 이르는 입출국 과정이 엄격해 다소
시간이 소요되고 있긴 하지만 러시아 당국과의 협의를 통해 단체통과 비자를 얻어낼 것""이
라고 말했다. 상품가격은 44만9,000원(6월15일까지), 49만9,000원(15일 이후). 매주 월·수 출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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