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취재]남미를 만나다 ④ -공중도시 맞추피추下
[현지취재]남미를 만나다 ④ -공중도시 맞추피추下
  • 여행신문
  • 승인 2000.06.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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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싣는 순서
Ⅰ. 잉카의 후예 페루
① 남미의 관문 리마
② 잉카문화의 중심 쿠스코
③ 불가사의한 공중도시 마추피추 上
④ 불가사의한 공중도시 마추피추 下

Ⅱ. 좋은 날씨·여자·와인의 나라 칠레
① 유럽풍의 차분한 도시 산티아고
② 칠레의 아카풀코 비냐 델 마르
③ 화산과 호수의 도시 푸에르토 몬트

Ⅲ. 한국 속 남미 중남미문화원

걸작 중 걸작을 만나다
심지어 외계인의 흔적이라고 믿기도 하는 페루 남부 고원지대의 ‘나스카 지상그림.’ 기원
전 티티카카호 주변에 황홀한 티아후아나코 문명을 잉태한 ‘태양의 문.’ 고대 안데스의
고아시아인이 남긴 무수한 유적 가운데서도 유난히 도드라지는 양웅(兩雄)이다. 그러나 고고
학적 견지에서 마추피추만큼 흥미로울 수는 없다. 완벽한 보존상태에 잉카인의 뛰어난 조영
(造營)이 겹쳐있기 때문이다.

건물마다 경이로움을 새기다
하늘로 열려진 공중도시 마추피추는 그 외형만으로도 사람을 압도한다. 해발 2,400m의 높은
산봉우리 정상을 개간해 만든 도시라는 사실이 우선 놀랍고 계단식 밭, 넓은 시가지, 중앙
광장, 태양신의 신전, 왕족의 궁전, 그리고 서민들의 주거지역에 이르기까지 한결같이 정교
한 석조 축조술이 경탄스럽다.
기술도 기술이려니와 그 수많은 거석들을 ‘어디서, 어떻게’ 이곳까지 날라 왔을까 하는데
까지 생각이 미치면 절로 어리둥절해진다. 주위를 돌아봐도 작은 돌멩이 하나 보이지 않는
산꼭대기에 상상을 초월하는 거대 성곽도시를 건설했으니 말이다. 문자가 없었던 그들인지
라 추측의 나래만 끝간데 없이 펴지고, 이 장대한 유적은 오직 침묵만을 돌려줄 뿐이다.

끈으로 말하다
문득 스치는 의문 한가지. 고도로 발전된 문명을 가진 이들에게 문자가 없었다니? 참으로
이해 난망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잉카인이 가지고 있었던 것은 문자가 아닌 결승법(結繩
法)이었다. 끈의 굵기나 매듭의 수를 통해 개념을 타나내는 방법이다. 굵은 마디의 끈은 색
깔과 마디의 수가 다르고 그 차이로 의미를 전달했던 터인데, 그나마 결승법에 관련된 지식
도 일부 전문가의 입에 의해 그 후계자에게로 전달됐다. 문자에 관한한 원시 부족사회의 수
준을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다. 이런 문자수준으로 지금의 에콰도르, 페루, 볼리비아, 칠레에
이르는 거대 영토의 국민과 물자를 세세히 관리했다는 것은 고고학적 영구미제다. 하나 더.
문자와 더불어 가장 근본적 도구인 수레가 없었다는 점도 손색없는 잉카문화에 견줘볼 때
아이러니다.

있어야 할 곳을 알다
마추피추의 한꺼풀 한 쪽으로 들어가면 너무나 많은 역사적 사실에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하
게 된다. 각각의 석조건축물들은 저마다 독특한 솜씨와 기능이 있음은 물론이고, 반드시 있
어야 할 제자리를 알고 있다. 그만큼 빈틈없는 잉카인들의 도시구성력을 보여준다.
마추피추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진다. 그 경계선이 되어 주는 것은 동-서를 잇는 커다
란 층계와 높은 방호벽, 그리고 수로다. 북쪽은 도시구역이고 남쪽에는 고·저지대 농업지구
가 위치한다.
도시구역은 다시 중앙광장을 중심으로 서부도시구역인 하난(Hanan)과 동부도시구역인 후린
(Hurin)으로 갈라진다. 왕국, 탑, 신정 등 권위적이고 종교적인 건축물로 뛰어난 조형성을
특징으로 하는 서부지역에 비해 동부지역은 주로 대중집단을 위한 주거와 작업공간으로 특
징지어 진다.

테라스의 도시, 마법의 분수
마추피추는 테라스의 도시다. 도시 전체가 테라스에 둘러싸여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
비탈은 물론이고 깎아지른 벼랑까지도 테라스를 만들어 농업에 이용했다. 산비탈의 계단식
테라스는 잉카의 훌륭한 농업 수단이었다. 길이 90cm, 너비 4m, 높이 1.5m로 형성돼, 마추
피추의 어느 곳에서나 잘 관찰된다.
이 계단식 영농은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을 정도로 견고하게 지어졌는데, 역설적이게도 안데
스 산맥 전지역에 걸쳐 조성돼 있어 산림 황폐의 원인으로 지적받고 있다.
마추피추의 유적들에는 놀랄만한 과학성이 담겨 있다. 특히 물이 귀한 고지임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물관리’를 보여준다. 수원지처럼 깨끗한 수로와 정밀하게 조각된 16개의 분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산에서 내려와 아래쪽 샘에서 모아진 물은 수로를 따라 흘러가면서 16개나 되는 분수로 힘
차게 뿜어져 나온다. 각각의 분수는 보다 위쪽에 위치한 이전 분수로부터 물을 끌어와 육면
체의 저수통에 쏟아 붓는다. 즉 석조 저수통에 일정량의 물을 채워 넘친 물은 또 다른 수로
를 통해, 연차적으로 다음 분수로 보내진다.
각 분수들은 대계단과 왕실도로에 접하고 있으며, 각각의 지형에 따라 모아지고 갈라져 왕
궁을 비롯한 도시의 여러 곳에 물을 공급하고 있으니 ‘마법의 분수’란 칭찬이 아깝지 않
다. 이러한 분수시설은 도시인들에게 시원한 휴식을, 적정한 습도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목
욕, 세탁, 직물제작 등에 필요한 생필수(生必水)의 공급처였다.

미이라, 마추피추를 지켜보다
일반 대중들을 위한 주거와 작업장, 거주민 통제를 위한 건물군으로 계획된 동부도시구역은
심한 단애지형으로 외곽이 거의 수직에 가까울 정도다. 이러한 벼랑에는 돌을 깎아서 만든
동굴 속에 일반 서민계급의 무덤을 만들었다. 조상의 미이라들이 마추피추를 지켜주는 보초
로서 위압적인 인상을 갖도록 의도한 것일까? 동부지역의 가장 낮은 지역에는 독수리 부리
모양의 신전그룹과 감옥그룹이 있는데, 전자는 일반 대중들의 신앙 및 자유와 연관이 있을
것으로, 후자는 도시의 질서 유지를 위한 통제와 처벌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어딘지 음산하
다.

나타나지 않는 ‘굿바이 보이’
완강한 신비를 견지하고 있는 마추피추에서 구절양장 같은 비포장도로를 타고 기차역으로
내려가면서 말로만 듣던 ‘굿바이 보이’의 출몰을 기다렸다. 길굽이의 목마다 지켜섰다가,
관광객을 태운 버스가 지나가면 목청을 돋궈 길게 ‘굿바이’를 외치며 전송하고는, 다시
오솔길로 먼저 뛰어내려와 아래 굽이에서 ‘굿바이’를 반복하는 그 아이들 말이다.
그러나 끝내 바램도 허사. 어쩐 일인지 아이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굿바이’를 외치며 관
광객들한테 받는 팁이 요긴할 터인데…. 받지 않아도 될 만큼 이미 가난한 생애에 ‘굿바
이’를 고했을까? 사사로운 안쓰러움이 마추피추를 뒤로 한 서운함과 섞여, 묘한 기분을 자
아낸다.
취재협조:란칠레항공 02-775-1500
라틴투어스 02-756-2721
페루 마추피추 = 노중훈 기자 win@traveltimes.co.kr


아, 스러져간 태양의 꽃들이여…
1911년 미국사람 하이럼 빙검이 약 400년간 잠들어 있던 마추피추를 발굴했을 때, 유적지
주변에서 다수의 미이라가 발견됐다. 미이라의 주인은 다름 아닌 어린 잉카의 여자들.
비트코스요새에 도착한 스페인 정복자들은 도망가는 망코 잉카를 더 이상 쫓지 않았다. 그
들의 눈과 마음을 잡아 맨 건 다름아닌 황금과 여자. 이미 멸망한 제국의 잉카보다 눈앞의
현혹이 더 중요했다. 태양의 신전에 걸린 황금고리는 떼어지고, 황금 푼차오의 보물들은 그
들의 차지가 되었으며, 앳된 처녀들은 여지없이 무너지고 욕보임을 당했다.
이러한 신전의 처녀들은 제국의 수도나 지방의 중심도시에서 황금신전과 더불어 사는 태양
의 처녀들. 각 종족에서 뽑혀온 가장 아름답고 순결한 소녀들만으로 구성됐는데 어려서부터
출가, 태양의 사원에서 특별한 교육을 받았다. 이들을 ‘아크야’라고 부르는데, 잉카의 허
락 없이는 결혼이나 성관계가 불가했다. 성장하면 신전의 사제가 되거나 왕족의 시녀, 황제
나 귀족들의 첩이 되야 했다.
만일 규율을 어기고 젊은 남성과 사랑에 빠진다면? 가혹한 형벌만이 기다릴 뿐이다. 아크야
는 산채로 매장을 당하고 교수형에 처해진다. 남자가 기혼자일 경우에는 더 잔인해서, 처자
식을 비롯한 전 가족을 처형하고 그가 속한 공동체의 사람은 물론 가축까지 도살했다.
그러나 금단의 사과가 더 달다고 했던가? 젊음과 아름다움을 겸비한 아크라들을 유혹하는
손길은 끊이지 않았다. 아크야의 집을 침범한 죄목으로 거꾸로 매달려 죽음을 당한 인디오
의 시체들. 연대기 작가들의 기록이 이를 말해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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