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싣는 순서
Ⅰ. 잉카의 후예 페루
① 남미의 관문 리마
② 잉카문화의 중심 쿠스코
③ 불가사의한 공중도시 마추피추 上
④ 불가사의한 공중도시 마추피추 下

Ⅱ. 좋은 날씨·여자·와인의 나라 칠레
① 유럽풍의 차분한 도시
산티아고
② 칠레의 아카풀코 비냐 델 마르
③ 화산과 호수의 도시 푸에르토 몬트

Ⅲ. 한국 속 남미 중남미문화원

꼬박 지구 절반을 돌아 대한민국의 대척점(對蹠點) 부근에 위치한 칠레는 그 머나먼 지리적 소원함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로 이 땅과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각별한 것은 피노체트와 박정희라는 두 희대의 독재자를 배출(?)했다는 점이다. 그로 인해 두 나라는 인권탄압이라는 질곡의 역사를 깔고 관(官) 주도의 강력한 드라이브로 괄목상대의 경제성장을 이룩했다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칠레 현대사 영욕 ‘고스란히’
칠레 현대사의 명암을 고스란히 담고있는 산티아고는 높은 산들로 둘러싸인 고산 분지 도시다. 피노체트를 반추하려면 산티아고에서 가장 유서 깊은 녹지공원으로 마포초강과 오이긴스거리 사이의 중간쯤 위치한 아르마스광장에서, 남서쪽으로 500m 지점에 있는 모네다궁전을 찾으면 된다.
콜로니얼풍의 큰 궁전으로 1743년 착공시 조페국 건물로 예정돼 있었는데, 1973년 아옌데 대통령이 피노체트의 쿠데타 때 여기서 저항하다 최후를 마친 후로 유명해졌다. 마지막 저항까지 꺽은 피노체트와 그의 군부에 의해 자행된 불법체포와 사형, 수많은 자들의 실종, 그리고 암울한 시대...이 모든 것들을 역사의 저편으로 띄워 보내고 모네다궁전은 평온한 지금을 말한다. 세계 최초로 선거를 통한 사회주의 정권교체를 이룬 아옌데의 짧은 기쁨과 곧 이은 끝자락의 저항은, 80년 서울의 봄을 만끽할 새도 없이 신군부의 쿠데타가 몰아쳐 ‘광주학살’이란 골육상잔의 아픔을 치뤄야 했던 우리네와 어쩜 그리 닮았는지. 80년 5월27일의 전남도청의 마지막 새벽도 꼭 그만큼 절박했으리라.

피노체트와 박정희
권좌에서 물러난 이후에 끝없는 ‘향수’를 생산해 낸다는 점에서도 두 사람은 닮았다. 이 땅의 정치인들은 선거철만 되면 저마다 박 전 대통령의 적자임을 강조하는 촌극을 벌인다. 문제는 국민들 정서에서 이와 같은 전략이 소위 ‘먹힌다’는 것인데, 이것은 칠레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지금 비록 피노체트가 영국에서 추방되고, 의원면책특권을 박탈당하는 등 험로를 걷고 있지만, 지금이라도 다시 대선에 나온다면 압도적인 지지로 대통령에 당선될 것”이라는 가이드의 말에는 확신이 잔뜩 묻어 있다. 그는 또 “피노체트가 언젠가 방송에 나와 박정희 전 대통령을 가장 존경한다”고 언급했으며 “지금도 칠레 군대에서 유일하게 가르치는 무술이 바로 태권도”라고 연이은 자랑 아닌 자랑이다.
박정희와 태권도가 굳이 아니더라도 산티아고에서 ‘한국’을 만나기란 어렵지 않다. 웬만한 한국산 백색가전은 10년 동안 일본을 제치고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칠레 전체 차량 가운데 29.7%가 한국산이란다. 승용차 부분에서는 현대가, 택시 부분에서는 대우가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최근 라고스 대통령 취임 때에는 현대자동차가 에쿠스 30여대를 행사용으로 빌려줘 외국 귀빈들이 한국산 자동차를 타고 다닐 정도로 한국산 제품이 인기가 높다.

스모그에 잠긴 도시
흔히 칠레는 3W의 나라로 불린다. 과연 무엇을 뜻하는 걸까? 눈치 빠른 독자라면 글싣는 순서에 실린 제목을 보고 벌써 알아차렸겠지만 3W는 다름 아닌, weather(날씨), wine(와인), woman(여자)을 뜻한다. 여자에 대한 평가야 보는 관점에 따라 틀리기 때문에 논외로 하고, 날씨와 와인은 각각 상반된 실제상황을 드러낸다.
산티아고 도시 북쪽에 자리잡은 산 트리스토발 언덕은 한인들이 남산이라 부르는 곳. 케이블카를 타고 전망대에 오르면 산티아고 전경을 조망할 수 있는데,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스모그다. 이는 5,000m 이상 되는 동쪽의 안데스산맥이 통풍길을 막아,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가 정체돼 있기 때문이다. 스모그 아래에 사람들이 살고 있으니, 첫 번째 w인 weather(좋은 날씨)는 일단 예선 탈락인 셈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스모그를 통해 본 산티아고 시내가 정확인 부촌과 빈촌으로 뚜렷이 갈린다는 점이다.
두 번째 w인 wine(좋은 와인)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칠레는 프랑스, 브라질에 이은 세계 3대 포도주 생산국으로 유명한데, 1년에 300일 이상의 맑은 햇살을 자랑하는 산티아고가 낳은 좋은 포도가 있기에 가능하다. 거기다 칠레가 포도주의 맛을 좌우하는 또 하나의 변수, 코르크를 생산하는 몇 안되는 나라인 점도 한몫한다. 적당한 가격에 독특한 맛으로 미국인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유럽의 향기를 드리우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남미라고 한결같은 남미가 아니다. 저마다 문화에서, 건축에서, 분위기에서, 또 역사에서 ‘같은 듯 다름’을 도도하게 보여준다. 칠레로 건너오기 전 머문 페루의 쿠스코가 잉카문명의 도저한 숭엄함과 사라진 제국에 대한 아련함, 압도하는 자연의 힘을 전해준다면, 칠레의 산티아고는 중세시대에 세워진 중후한 건물이나 돌을 깐 길, 다수의 박물관 등이 말해주듯 유럽풍의 안정된 분위기를 느끼게 해 준다. 프로콜럼비아시대의 유물을 모아놓은 박물관에서부터 현대미술을 전시하는 미술관에 이르기까지 다수의 박물관은 산티아고에 유럽의 향기를 한결 짙게 드리운다.
특히 산티아고에 도착, 새벽의 공항을 빠져나오자 맞은 짙은 안개는 그런 ‘센치한’ 감상을 더욱 부추긴다. ‘산티아고는 안개에 젖어...’
취재협조 : 란칠레항공 02-775-1500
라틴투어스 02-756-2721

남미 최강 항공사 ‘란칠레’
‘남미 최고의 항공사로 거듭난다’
지난 1929년 칠레 국영항공사로 시작, 85년 민영화된 란칠레항공은 욱일승천의 기세로 발전하는 항공사다. 지난 3년간 세계에서 가장 발전한 3대 항공사로 선정됐으며, 최근에는 고객을 위한 최고의 항공사로 거듭나기 위해 로고와 기내좌석 배치, 승무원 교육 및 복장, 새로운 기내식 메뉴 도입 등 다양한 면에서 변화를 주고 있다.
산티아고에 위치한 란칠레항공의 본사를 방문하면 이런 발전적 변화를 위한 노력들을 어렵잖게 감지할 수 있다. 우선 자유로운 직원들의 복장이 눈에 띈다. 국제여객담당 업무를 맡고 있는 안드레아 워멀드(Andrea Wormald)(사진)씨는 “올해부터 직원들의 창의성을 고양시키기 위해 복장자율화를 실시하고 있다”며 “6개월 후 성과를 확인한 후 지속적인 실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많은 수의 직원들이 비교적 젊은 편”이라며 “항시 젊은 생각과 능동적인 입장에서 고객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내부에서 비행기 이착륙을 볼 수 있도록 시원스레 설계된, 3살짜리 건물도 인상적이다.
란칠레는 올 하반기부터 더욱 적극적인 영업활동을 펼친다. 지난해 12월 글로벌 얼라이언스 가운데 하나인 ‘원월드’에 가입했던 란칠레가 최근 준비기간을 마치고, 기존 회원사와 동등한 서비스와 혜택을 제공하기 시작한 것. 이로써 회원사간 상용고객 우대프로그램 공유 및 공항라운지 공동이용 등의 보다 폭넓고 원할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하반기 중에는 퍼스트 및 비즈니스 클래스 등의 좌석을 전면 교체할 것으로 알려져, 란칠레 이용객들은 더욱 안락한 여행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란칠레항공의 한국내 총판매대리점을 맡고 있는 미방항운(대표 성재원)은 지난해 전사적인 란칠레 연합팩 판매로 전년대비 30% 이상이란 큰 폭의 성장을 보였으며, 올해도 작년만큼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 팸투어 개최를 통한 남미 알리기 등의 활발한 영업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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