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호주에는 646개 현지업체에서 나온 1,580여명의 셀러들이 전세계 544개 업체 681명의 바이어를 대상으로 5일 동안 홍보와 상담을 진행했다.
이번 행사에 다녀온 한국 참가단이 말하는 호주 관광전(이하 ATE: Australian Tourism Exchange)은 한 마디로 ‘실질적'인 관광전이다. 정보의 교류, 홍보부터 실제 계약까지 모든 관광전이 수행하는 기능이 이미 전문적이고 실용적이라고 하지만 굳이 ATE를 ‘실질적' 이라고 강조하는 이유는 준비하는 사람들의 마음가짐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ATE는 보여주기나 구색맞추기 식의 행사가 아니다. 한 나라의 관광산업의 현재와 미래가 종합적으로 반영되는 중요한 행사이기 때문에 그 무게가 묵직함을 떠나 거대하다.
ATE가 지금처럼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1979년부터 지금까지 다년간 쌓인 노하우 덕도 있겠지만 보이지 않는 힘은 전 호주국민에게서 나온다고 할 수 있다. ATC(Australian Tourist Commission)가 호주 국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최근의 조사에 의하면 응답자 96%가 관광이 호주의 경제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고 응답했으며 94%가 관광객의 호주 방문을 지지한다고 대답했다. 외면적으로도 호주의 관광산업은 전체수출의 15%를 차지하고 25만7,000명의 고용을 창출하는 핵심산업이기 때문에 이 나라 사람들이 관광산업에 기울이는 정성과 노력이 막대하다.
그래서인지 전세계에서 도착한 46개국의 참가자들은 개막 전날 저녁식사부터 5일동안 환대의 분위기에 흠뻑 취할 수 있다. 관광이 서비스산업이라면 관광전은 그야말로 서비스 정신으로 똘똘 뭉친 사람들이 벌이는 한판 잔치가 아니겠는가.
점심식사마다 제공되는 식사와 함께 어우러지는 유흥(?)시간은 즐기는 멋을 아는 여행업계 사람들에게 딱 맞는 시간이었다. 특히 일요일을 반납해 가면 열심히 준비했을 어린 소녀, 소년들의 공연은 박수갈채를 한껏 받았고 한창 뜨고 있다는 젊은 여가수 바네사 아모로시의 공연은 연이은 고기식사에 지친 속을 환히 뚫어 주었다.
그러나 ATE의 진가는 상담과 홍보전 속에서 발휘된다. “평소에는 가격을 잘 주지 않는 호주 업체들도 ATE에서 만나자는 말을 많이 합니다. 그래서 실제로 ATE에서 다시 얘기하면 좋은 가격을 주는 경우가 많지요"". 호주관광청 한국사무소 김연경 부장의 말이다. 셀러들의 기본 태도가 이런 이유로 바이어들의 자세도 예사롭지 않다. 한 배낭여행 전문업체의 차장은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정해진 약속이 10여개밖에 되지 않자 각 부스를 돌아다니며 두 시간만에 70여개의 스케줄을 만들기도 했다.
5일동안 평균 80여개에 이르렀던 스케줄에 한국의 참가자들은 일정이 빡빡했다고 했지만 일단 정해진 스케줄에 최대한 성실하게 임하는 것이 기본이다. 노 쇼우(No Show)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호주정부관광청에 대해 익히 알고 있기 때문에 감히 느슨한 마음을 가지지 못하는 이유도 있지만 ATE가 어떤 행사인지에 대한 바른 인식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ATE에 참가하는 호주의 셀러들도 부스에 앉아 가만히 손님을 기다리는 게 아니다. 멜버른의 데이투어를 전문으로 하는 오퍼레이터 업체인 ‘잭 드로버 오스트레일리아 투어스'의 토니 리 실장은 “ATE에 참가할 때마다 조금씩 타켓 시장을 넓혀 간다. 2년전부터 아시아 시장을 공략했고 작년에는 싱가포르, 올해는 일본을, 내년에는 아마도 한국과 필리핀이 새로운 목표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ATE는 현지 업체들에게 홍보와 마케팅를 위한 소중한 기회다.
일례로 미디어 센터 내에 마련된 작은 바구니에는 각각 기자들의 국적과 소속 언론사, 그리고 이름이 명기되어 있는데, 업체들이 별도로 홍보자료를 만들어 넣어두기 때문에 몇 시간만에 수북히 쌓인다. 이들이 치열한 홍보전은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는데, 눈에 띄기 위해 제작된 형형색색의 브로셔는 물론이고 나중에는 초코릿에 풍선까지 등장했다. 그 만큼 홍보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말 놀라운 것은 각 주정부관광청의 홍보전이다. 2층 부스를 쌓아올린 것도, 큼지막한 현수막을 여기저기 매달아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도 다 주정부 관광청의 부스다. 어떤 주에서는 그 주에서 참가한 업체들만을 별로도 표시한 행사장 지도를 배포하기도 하고 각 부스에 대한 소개를 담은 뉴스레터를 제작하기도 했다. 미디어센터 내에도 기자들을 위한 별도의 인포메이션 데스크가 마련되어 슬라이드과 브로셔를 제공했다. 또한 미디어 조찬이나 칵테일 파티도 주 정부가 마련하는 이벤트로 지역의 업계를 확실히 챙겨나가고 있었다.
이처럼 ATE는 작은 의미에서 공급자와 수요자,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지만 크게는 호주전체 관광산업의 큰 물줄기와의 만남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행사기간동안 호주 관광산업의 현안이 떠오르고 새로운 비젼이 제시되는 것을 당연하다. ATE의 존 모스 관광청장은 “우리가 2001년 브리즈번에서 다시 만난다면 그것은 새로운 세기가 오고 올림픽이 끝난 후가 된다. 세계는 새로운 시각으로 호주를 보게 될 것이고 이 곳에서의 환상적인 경험들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것은 말뿐인 공약이 아니다. 호주는 정확한 시장분석을 통해 지역별로 세부지침을 마련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흐름에 민감하게 반영한다. ATC에서 소비자 마케팅을 총괄하고 있는 카트리오나 프레이저는 “올림픽과 장애인 올림픽으로 지금 호주에 대한 전세계와 언론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따라서 호주의 관광산업 전반은 숙소, 원주민문화, 야생자연, 교육, 음식 등 호주 전 지역에 걸친 풍부한 경험을 제공해 올림픽이 끝난 후에도 이러한 분위기를 끌고 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식적인 21세기라는 새로운 전환기와 올림픽이라는 역사적인 사건을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올해 ATE의 가장 큰 화두는 올림픽이었다. 짧은 안목의 홍보가 아니라 ATC는 ‘세로운 세기, 새로운 세상, 호주'라는 5개년 마케팅 전략을 내놓고 진보된 기술과 사회환경에 신속히 적응하기 위한 계획을 발표했다. 눈에 보이는 가장 큰 변화는 아마도 2001년부터 시행되는 새로운 형식의 ATE가 될 것이다. 시장이 더욱 세분화되고 경쟁이 치열해진다는 분석을 바탕으로 적당한 사람을 적당한 시간에 가장 효율적으로 만날 수 있는 새로운 포맷을 내놓았다.(관련기사 본지 418호 4면, 6월12일자)
호주가 가진 천혜의 자연환경이 부럽기도 하지만 지역 시장부터 전세계 관광산업의 흐름까지 ATC가 선도해 나가는 철저한 마케팅은 기술보다 사람에게서, 그것도 전 국민의 애정과 관심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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