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보항공기에 대항해 싸우다 목숨을 잃는 철없는(?)새들이 늘고 있어 공항관계자들이 골치를 앓고 있다. 비행기가 새들을 괴롭히는 건지, 아니면 새들이 비행기를 귀찮게 하는 건지 분간하기 어렵지만, 최근 들어 새떼와 비행기가 충돌하는 사고, 즉 버드 스타라이크(Bird Strike)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어 이에 대한 항공기 안전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지난해 국내에서 발생한 버드 스트라이크는 모두 36건(대한항공24/아시아나12), 이는 91년의 22건(14/8)에 비해 약40%나 증가한 것이다. 올 들어서 만도 벌써 지난달 9일과 20일(이상 아시아나) 그리고 지난 4일(KAL)등 3차례의 조류충돌사고가 보고되었다.
운좋게 3건 모두 별다를 피해는 없었지만 대한항공은 이날 긴급 정비점검을 하느라 다음 연결편인 서울-제주도간 KE229/228편 2편이 결항하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
항공기 추락 초래도
미국에서는 4대의 전투기가 에어쇼를 벌이던 도중 철새떼 속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3대가 추락한 적이 있고 영국에서는 전투기와 정면충돌한 새가 방탄용 유리를 뚫어 버린 일도 있다.
항공운항 전문가들은 최악의 경우 버드 스트라이크가 공중폭발이나 항공기 추락사고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집계한 자료에 의하면 조류충돌사례가 연간 평균 4천∼5천건 이상 보고되고 있고 미국에서만 적어도 1주일에 2번꼴로 발생하고 있다.
새가 항공기 동체와 충돌할 경우에는 「계란으로 바위치기」격으로 끄떡없지만 아무리 작은 새라도 엔진부위와 충돌하거나 엔진의 흡입력을 견디지 못하고 기류에 빨려 들어가는 경우에는 사태가 달라진다. 자칫 대형참사의 원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엔진팬블레이드를 비롯 관련부위에 손상을 입혀 수억원의 수리비가 드는 경우도 허다하다.
실제로 지난 91년3월29일, 김포공항에서 이륙중이던 대한항공의 B747점보기는 이륙직후 고도 2백피트 상공에서 황새류로 보이는 큰 새가 엔진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바람에 4천여만원어치의 연료를 쏟아붇고 다시 착륙해야 했는데 46개나 되는 엔진팬 브레이드가 모두 일그러졌었다. B747기의 엔진 팬블레이드 1개는 엑셀승용차 1대값과 맞먹는 5백90만원이고 46개면 2억7천1백80만원에 달한다. 새 한마리가 순식간에 엑셀승용차 50여대를 꿀꺽 삼킴 셈이다.
그러나 이 액수는 단지 부품구입비만 산출한 것이고 방출해 버린 연료비와 인건비등 정비에 소요되는 영업손실로 인한 무형의 비용까지 감안한다면 그 피해규모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또 지난해 8월에는 부산 김해공항에 착륙하던 항공기에 물오리들이 겁없이 침입, 엔진손상으로 1억 4천만원을 날려버린 일도 있다.
아시아나 항공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91년 3월 착륙을 위해 김포공항에 접근하던 항공기가 갑자기 지상에서 날아오르는 30여마리의 기러기떼중 7마리와 충돌, 27개의 팬블레이드가 상처를 입어 약 6억원의 손해가 났고 지난해 6월에는 꿩 한 마리 때문에 8천만원의 수리비를 지출해야 했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갈매기떼와 충돌, 팬블레이드 24개를 교환했는데 아직 정확한 손해액은 산출되지 않았지만 이사고 역시 억대의 피해를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보험적용 안돼
교통부 보고자료에 읳며 대한항공은 지난 한햇동안 버드 스트라이크 덕분에 2억8천2백만원, 90년에는 10억8천8백만원의 재정적 손실을 낸 것으로 집계돼 있다. 또 아시아나는 지난해 약2억7천여만원, 91년에는 5억원가량의 부품 수리비를 지출했다.
물론 모든 항공기는 항공보험에 가입돼 있긴 하지만 이같은 경우 보통 최신형 점보기를 기준으로 손실액이 1백만달러(약8억원)이상일 경우에만 보상받을 수 있다는 조건 때문에 항공사는 회사자금에서 고스란히 수리비를 지불해야 하는 실정이다.
대한항공 안전관리실의 성용철 과장은『버드 스트라이크로 인한 L해가 기체손상으로만 그친다면 돈으로 보상할 수 있지만 만약의 경우 추락하기라도 한다면 누가 그 엄청난 사고를 책임질 것인가』라고 반문하면서 『주로 공항근처에서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만큼 조류퇴치를 위한 공항관리공단측의 적극적인 노력과 대책이 요구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안전관리실의 함종하 과장도『조류충돌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소관기관인 공항공단 및 교통부로 수차에 걸쳐 항의 공문과 함께 유사사례 재발 방지대책 수립을 의뢰했고 항공공단등에서도 공항내 조류충돌방지위원회 구성운영 및 세계 유명타공항에서 사용하고 있는 조류퇴치용 신형장비 도입설치등 나름대로 방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면서『자체적으로는 비행중 승무원들이 취할 수 있는 최대한의 예방법을 시달, 주의를 기울이도록 당부하고는 있으나 항공사로서는 더 이상 적극적인 방법을 모색할 수는 없는 실정』이라고 호소한다.
이에대해 한국공항공단항무부의 조연호씨는 『활주로 주변이 주택가에 비해 잔디와 수목이 많아 서식환경이 좋기 때문에 새들이 몰려드는 것같다』고 설명하고 『공단측에서도 엽총사냥을 비롯해서 초목을 제거하거나 새들이 싫어하는 특수음향(초음파) 발생장치를 차에 싣고 활주로 주변을 정기 순시하기도 하고 활주로 녹지대에 가스 폭음기를 설치하는 등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또『새들의 먹이가 되는 곤충류를 박멸하기 위해 연간 1∼2차례씩 항공방제를 실시하기도 한다』면서『올해부터는 보다 전문적이고 다양한 방법을 동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엽총사격 가장 효과적
가장 효과적인 조류퇴치방법은 엽총사격인데 지난해까지는 총기사용의 규제를 받아 적기에 쓸 수 없었지만 이제는 경찰서등 관계기관의 협조로 규제가 풀려2자루의 엽총을 적극 활용할 수 있게 됐고 철새도래시기 이전에 엽총 2정을 더 확보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조류보호협회 등의 거센 반발이 일고 있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에 대해 항공사 및 공항관계자들은 『공항에서의 새사냥(?)은 항공기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그 항공기를 타고 있는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천연기념물이라도 활주로 침입은 용납할 수 없다』며 동물애호가들의 항의에 강력하게 맞서고 있다.
『가능한한 피를 보는일은 피하고 싶지만 폭음기 사용이나 초목제거만으로는 별 실효성이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그물이나 덫은 이미 새들에게 장난감이 돼버린지 오래고 처음엔 제법 효과를 보는 듯 하던 가스 폭음기도 이제는 새들이 놀이터 삼아 드나들고 있다는 것.
앞으로는 「새들과의 싸움」이 보다 과학적이고 지능적이어야 할 것 같다.
"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