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에서 첫발을 내딛고 난 뒤 도대체 어느 곳에서 첫 날을 묵어야할지 적지 않게 고민되
는게 사실이다. 인터라켄, 로잔, 바젤, 생모릿츠, 루가노, 몽트루 등 각각 독특한 특징과 분위
기를 간직한 유명 관광명소가 있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스위스의 고요함과 동시에 웅장함
까지 맛보고자 하는 이들은 주저없이 루체른을 택한다.

스위스에서는 기차, 우체국버스, 선박, 산악철도 등 편리하고 다양한 대중교통수단이 어디서
든 쉽게 여행객이 원하는 목적지까지 데려다 준다. 때문에 첫 목적지로서의 루체른은 기차
창밖으로 펼쳐지는 아기자기한 스위스의 경치를 감상하면서, 혹은 버스로 도심을 비롯한 스
위스 구석구석을 보며 약 1시간3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다.

루체른의 고요함
호반의 도시 루체른, 루체른을 감싸고 있는 비에르발트스태더 호수는 한없이 잔잔하고 포근
하다. 잔잔한 물결과 천천히 미끄러지듯 호수위를 움직이는 유람선은 더없이 평화롭고 호젓
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로이스강을 중심으로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로 구분돼 있는 루체른의 도심을 들여다보면 중세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시간의 흐름이 가슴 속 깊이 밀려든다. 건물벽 곳곳에 남아있는 옛
벽화들과 카펠 광장에 있는 고딕양식의 프리취 분수가 한참동안 시선을 잡아끈다. 또 중세
의 길드 하우스가 모여있는 와인시장과 골목시장은 쇼핑을 하기에도 제격이다.
카펠교 (Kapellbucke)는 너무나도 유명한 루체른의 상징물. 1333년에 완성되었으며 기와지
붕이 있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다리이다. 1333년에 요새의 일부로서 루체른 호수와
로이스강 사이에 놓여졌는데 탑 중간에 있는 8각형의 탑은 보물 보관소, 기록 보관소, 고문
실 등의 역할을 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약 200m에 이르는 카펠교에는 모두 112장의 삼각형
널판지 그림이 걸려 있는데 당시의 중요한 사건이나 루체른 수호성인의 생애 등이 그려져
있다.
비록 1993년 8월의 화재로 많은 부분이 소실되어 약 10m에 이르는 다리 초입 부분을 제외
하곤 모두 재건된 것이지만, 강물에 비치는 아름다운 모습에는 변함이 없다. 특히 호수위에
비친 출렁이는 붉은 가로등 불빛과 강위를 유영하는 하얀 오리가 더할 나위 없는 조화를 이
뤄내는 야간에는 긴 여정의 피로가 단숨에 사라질 정도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루체른에 들르면 꼭 한번씩 찾아보는 ‘빈사의 사자상’은 애초 생각했던 만큼의 감동을 주
기에는 어딘지 부족한 면이 있어 실망스럽기도 하지만 시티투어의 마지막 장소로 한 번쯤
들를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이 사자상은 거대한 암벽에 조각되어 있는데, 1792년 프랑스 혁
명 중 왕가를 호위하다 전멸한 스위스 용병 786명을 기리기 위하여 제작되었다고 한다. 사
자는 마치 베개처럼 흰백합 방패를 안고 옆으로 누워있는데 이것은 부르봉 왕가를 상징하
고, 머리맡의 다른 하나는 스위스를 상징하는 것이라고 한다.

루체른의 웅장함
루체른은 그 고요함 못지 않게 인간을 압도하고 매료시키는 웅장함 또한 갖추고 있다. 루체
른 시내에서 받은 호젓한 느낌을 그대로 간직하고 해발 2,120m의 필라투스(Pilatus) 정상에
올라보면 왜 많은 이들이 첫 목적지로서 루체른을 택하는지 금새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필라투스에 오르려면 루체른호에서 증기유람선을 타고 알프나흐슈타트(Alpnachstadt)로 간
후 거기서 등산열차를 타면 되는데, 이 등산열차는 세계에서 가장 가파른 산을 오르는 것으
로 경사도가 30도에서 40도에 이른다고 하니 그 스릴은 말로 표현하는 게 미안할 정도라 할
수 있다. 단 5월에서 10월까지만 운행한다.
또 다른 방법은 루체른 시내에서 크린스 (Kriens)행 트롤리 버스를 타고 가다가 종점 바로
전 정류장인 린데(Linde)에서 내려 4인승 곤돌라와 20인승 대형 케이블카를 타는 것이다.
약 20분 정도의 곤돌라 탑승시간과 10분 정도의 케이블카 탑승시간 동안 고도가 높아짐에
따라 새파란 초원에서 점점 백설의 새하얀 색으로 옷을 갈아입는 필라투스산의 비경도 감상
할 수 있고, 마치 놀이기구를 타는 듯한 가슴 울렁거림도 느낄 수 있어 인기가 높은 코스다.
산 정상에 오르는 과정도 잊지못할 스릴과 감동을 주지만 정상에서 맞이하는 웅장함에 비하
면 조족지혈이다.
알프스 산맥의 다른 산들에 비해 그다지 높은 편은 아니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웅장하고
훌륭한 경관을 간직하고 있다. 맑은 날이면 산 밑 저아래 낮게 깔려 있는 루체른 시내와 주
위의 호수가 한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또 필라투스 쿨룸(Pilatus Klum)이라 불리는 필라투스 정상의 둥그런 건물안엔 얼음동굴과
‘스위스 익스프레스’라는 기차 내부모양을 본떠 만든 식당, 그리고 100여년의 역사를 자
랑하는 ‘벨뷔(Bellevue)’호텔과 ‘필라투스 쿨름’ 호텔 등이 있어 뛰어난 경관을 보며
한참을 머무를 수도 있고, 기분내키면 하루 이틀쯤 숙박할 수도 있다.
취재협조 동신항운 02-756-7560
스위스항공 02-757-8242
루체른=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현지인터뷰]루디 피스테르‘벨뷔호텔’총지배인

“하얀 뭉게 구름과 파란 하늘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루체른 호수를 볼 때 가장 행복하
죠.”
해발 2,120m 의 필라투스(Pilatus) 정상에 위치한 벨뷔(Bellevue) 호텔 총지배인 루디 피스
테르(Ruedy Pfister)씨는 이 말로 지난 20년간 필라투스를 떠나지 않은 이유를 대신했다.
1897년 건립된 벨뷔 호텔은 27개의 더블 룸을 가진 3성급 호텔로써 긴 역사만큼이나 빼어
난 경관과 편안함을 준다. ‘벨뷔’라는 말은 프랑스어로 ‘뛰어난 전망’이라는 뜻인데 말
뜻 그대로 벨뷔 호텔에서 바라보는 경치는 사방 모두 황홀함 뿐이다. 특히 호수쪽을 바라보
고 있는 객실은 더욱 그렇다. 아마 이런 이유가 피스테르씨를 이곳에서 20년간 한결같은
마음으로 근무하게 한 동인인 듯 싶다.
비수기에 해당하는 11월에서 4월에는 이곳을 찾는 관광객도 성수기의 10% 수준으로 떨어지
고 호텔 투숙객도 그만큼 줄어든다지만 피스테르씨는 오히려 비수기에 더 바쁘다고 한다.
“비수기에 얼마만큼 열심히 뛰느냐에 따라 성수기의 영업 실적이 결정나기 때문”에 “손
님이 없다고 해서 절대 게으름을 떨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관광객이 많으면
많아서 바쁘고, 없으면 없어서 더욱 바빠진다고 한다.
최근 몇 년 사이엔 한국인을 비롯한 아시아 관광객이 부쩍 늘었는데 이런 추세에 맞춰 아시
아인의 입맛에 맞는 요리를 개발할 예정이라고 한다. 총조리장이 과거 홍콩과 싱가포르 등
의 호텔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어 이는 무난하게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벨뷔 호텔이 가장 큰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은 바로 물공급 문제. 해발 2,000m가 넘는 고지
대에 위치한 탓에 겨울에는 산밑에서 직접 물을 끌어올려야 한다. 때문에 물 한방울이라도
헛되이 버릴 수 없다고 한다.
"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