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행사장의 매너리즘 이것이 최선?"
"[커버스토리]행사장의 매너리즘 이것이 최선?"
  • 천소현
  • 승인 2000.11.20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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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를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맨날 똑같다’는 푸념이 익숙한 여행업계지만, 사회가 변하고 사람이 변하고, 그에 따라 자기 모습을 조금씩이라도 바꾸지 않으면 금방 도태되는 것 또한 이 업계다. 하지만 바뀌어야 할 것과 그렇지 않아야 할 것들이 제자리를 찾기 어려운 형편에서 한번 빠진 매너리즘에 발목을 잡혀 허우적거리는 예들도 허다하다.
여행사와 항공사간의 먹이사슬과 여기에 랜드사들이 가세한 오랜 불신이 미궁속에 빠진 구조적인 매너리즘이라면 때마다 열리는 관광청, 항공사, 호텔 주최의 행사들이 보여주는 천편일률적인 진행은 일상의 한 부분이 되어버린 묵은 매너리즘이다.

비수기 맞아 갖가지 행사 줄이어
올해도 어김없이 전형적인 비수기를 맞아 서로 다른 포장의 비슷한 행사들이 쏟아지고 있다. 여름 비수기가 대충 정리된 9월에는 중국, 일본 현지의 관광청과 업계 관계자들의 지역설명회가 있었으며 10월에는 홍콩, 라스베이거스, 프랑스, 스위스, 호주 관광청들의 행사와 각 항공사들의 요금설명회가 이어졌다. 그리고 이 달 들어서는 본격적으로 그 열기를 더해 북마리아나 관광청, 싱가포르 관광청, 말레이시아 관광청, 힐튼호텔 등에서 개최하는 행사들이 이미 진행됐다.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관광청이나 항공사, 호텔에서 개최하는 업계 관계자 대상의 모임은 사은행사를 제외하면 거의 똑같은 형식으로 진행된다. 주최측의 인사와 참가자 소개, 프리젠테이션과 상담, 그리고 그 사이 혹은 마지막에 준비되는 식사, 그리고 마지막에 등장하는 경품추첨이 그 공식이다. 참가단의 규모와 성격에 따라 조촐한 저녁식사가 되기도 하고 대규모의 뷔페식 만찬이 되기도 하며, 상담시간이 프리젠테이션으로 대체되기도 한다.
평소 만나기 어려운 현지 관계자들을 적게는 서너 명, 많게는 수십 명씩 만나서 안면을 익히고 새로운 정보를 얻는 기회는 소중하다. 실무자들은 실제로 여기서 입수한 자료가 상품기획에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에는 미리 상담을 원하는 업체들과 약속을 잡아 효율적으로 시간을 이용하는 방법도 많이 도입되고 있는 편이다.
그러나 이런 저런 대외용 명분에 싸여 ‘적당히 좋았다’라는 평가로 끝나기에는 전반적으로 아쉬운 점이 많다.
지난 기자수첩(본지 460호 11월13일자 2면)에서 지적했듯이 행사가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참가자들과 하나라도 새로운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주최측의 동상이몽(同床異夢)은 다 공감하는 사실이다. ‘어차피 가서 자료받고 밥먹으면 끝난다’는 체념적인 태도가 팽배해 있지만 목소리를 낼 만한 사람들이 모두 반찬 투정하는 어린이처럼 이러쿵 저러쿵하는 궁상스러움이 될까봐 방관해버리기 일쑤다. 어쩌면 이제 체질화되어 고통스러운지도 모르는 일상의 매너리즘이 구조적인 부패보다 더 죄질이 나쁘다면 과장이 될까? 문제는 그런 동상이몽을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 인정하고, 같은 과정을 계속 답습해 버린다는 것이다.

어렵게 행사준비…“현재로선 최선”
이런 문제가 주최측의 안일함 때문만은 아니다. 실무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행사를 준비하는 것이 결코 간단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식장의 데코레이션이나 식사 등의 물리적인 것부터, 업그레이드 된 자료를 준비하는 일,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힘든 것은 사람을 모으는 일. 정해진 날까지 참석여부를 밝히는 사람은 3분의1에도 미치지 못한다. 몇 번의 확인전화 끝에 명단을 받아도 당일에는 불참자가 수두룩하기도 하고 의외의 인물이 등장하기도 한다.
어느 항공사의 실무자는 “지금으로서는 현행의 방법들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두시간이라는 절대적인 시간이 일단 부족하고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세부적인 설명을 하면 지루해하기 십상이다. 그렇다고 아무 준비를 안 하면 성의 없다는 비난이 바로 돌아오는 실정이다”고 토로한다. 같은 입장의 관계자들은 사실 많은 것을 기대하는 것보다는 나쁘게 말해 ‘구색맞추기’, 좋게 말해 ‘대외적인 이미지 고취’의 효과를 노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어느 관광청의 실무자는 “준비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미안한 마음이 들 때가 있다. 따분한 프리젠테이션과 식사로 이어지는 행사가 즐거운 자리가 아니라는 것을 이해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공공예산을 집행하면서 오락적인 부분으로 치중할 수도 없으며 그런 행사를 개최했을 때 지금처럼 많은 사람들이 올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장소나 시간의 제약, 그리고 예산에 대한 부담과 인력부족 등의 걸림돌만 없다면 하고 싶은 행사는 너무너무 많다”고 말한다.

행사결과는 참석자의 몫?
‘행사의 제 색깔찾기’에 있어서 방해요소는 진퇴양난의 상황과 여러마리의 토끼를 잡으려는 욕심뿐이 아니다. 새로운 형식을 도입해도 참가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에 대한 두려움도 크다. 어떻게 준비가 되던 간에 모이는 사람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에 참석자들에 대한 불만도 없는 것은 아니다.
별다른 기대없이 식사나 한끼 처리할 생각으로 참석하는 사람들은 배만 불리고 돌아가고, 열심히 자료를 모으고 공부하는 사람들은 머리를 채우고 간다. 행사의 포맷은 두 가지가 다 가능할 만큼 느슨하게 짜여진다. 그러나 어떤 것이든 목적을 가진 자리에서 그 결과가 참석자 각자의 몫으로 돌려지는 것이 합리적인 일은 아니다.
그래서 그런지 행사가 끝나고 주최측에 반응을 물어보면 두 가지 대답이 나온다. ‘많이 참석해서 좋았다’와 ‘생각보다 사람이 적었다.’ 행사를 준비하는 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숫자이다. 준비한 좌석을 비우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참석하면 성공이요, 그렇지 않으면 실패, 혹은 망신이라는 통념의 잣대가 그대로 적용된다.
그러나 사실 그런 외형적인 수치보다 중요한 것은 참석자들이 무엇을 느끼고 생각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홍보와 마케팅 분야의 고도의 전문가들이 준비하는 일 치고는 엉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가장 아쉬운 점은 그 자리가 진정한 의견교환의 장으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개별적인 미팅이 어려운 사람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는 것과 불특정 다수를 향한 공중파 방송식 정보전달이 업계에서 행해지는 이런 저런 행사들이 갖는 기능의 전부다. 배포된 정보의 활용도라든가, 행사의 만족도, 효율성, 혹은 해당 지역에 대한 요구사항 등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업계의 여러 행사가 ‘없는 것보다는 나은’이 아닌 ‘꼭 필요하고 유용한 자리’가 되는 것은 요원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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