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인간을 하늘로 실어 나르는 비행기가 없었던 시절, 그때는 바다를 건너 여행하려면 배를 탈 수밖에 없었겠지…’ 하면서 오른 배 여행은 너무나 낯설다. 어머니의 자궁 속과 같은 바다가, 무수한 별들 사이 양자리(Aries)를 찾아 헤매는 두 눈의 피로를 덜어주지만 않았어도 견딜 수 없었을 만큼.

바다위의 별 크루즈엔 낭만과 휴식만이
지구를 중심으로 태양이 도는 궤도(黃道)와 그 궤적선을 12등분하는 마디마디에 위치한 12개의 별자리(黃道十二星座). 스타크루즈의 각 선명(船名)은 짐승의 이름을 붙인 이들 수대(獸帶)의 별자리를 따른다. 황소자리 수퍼스타 토러스(Taurus) 호(號)에 이은 한일간 두 번째 노선 수퍼스타 에이리스(Aries) 호도 양자리의 이름을 빌려 현해탄을 오가게 됐다. 별의 이름을 따서인가, 부산 다대포항에서 처음 본 에이리스 호는 눈이 부셨다. 그게 햇빛을 죄다 반사시키는 흰색 선체 때문이라고는 해도.
수퍼스타 에이리스 호는 3만7,000톤 급 크루즈 선으로 금강산 크루즈 선 중 가장 규모가 큰 현대 금강호보다도 9,000톤이 더 나가는 대형 선박이다. 특히 세계적인 크루즈 선으로서의 에이리스 호의 명성은 지난 1997년 그 해 최고의 크루즈 선으로 선정된 이후 더욱 높아졌으며 한일 노선으로 변경되기 전까지는 태국과 캄보디아, 베트남 지역을 순항했다. 배 내부에는 아직도 열대 지역을 운항하던 흔적들, 예들 들어 태국 전통 민속춤을 추는 여인상이 선내 바(Bar)에 그대로 비치돼 있다든지, 각 층을 오르내리는 계단 벽에 베트남 식 조어도(釣魚圖)가 그려져 있다든지, 직원들의 유니폼도 태국 전통의상과 비슷하다든지 하는 것들이 남아있어 특이하다.

도심속 특급호텔에 온 듯
에이리스 호의 선실은 규모와 시설, 위치에 따라 10여가지 형태로 구분돼 있으나 일단 배에 오르면 배에서 즐길 수 있는 모든 시설은 선실 타입과 관계없이 동등하다. 모든 선실에는 TV와 비디오가 설치돼 있고 욕실이 딸려있으며 객실 내 시설은 고급호텔과 비교해도 큰 손색이 없을 정도로 훌륭하다. 특히 이 배에 단 하나뿐인 로열스위트 룸과 베토벤 등 유명 음악가 이름을 딴 6개의 이그제큐티브 스위트 룸은 발코니는 물론 침실과 거실이 분리돼 있고 최고급 자재를 사용한 비품들로 꾸며져 마치 도심 속 특급호텔 스위트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듯한 착각에도 빠지게 한다.
즐길거리도 풍부하다. 4층에 위치한 카지노에는 슬롯머신은 물론 블랙잭, 바카라, 룰렛 등 테이블 게임이 숙련된 딜러와 함께 고객의 건전한 게임을 기다리고 있고 심심찮게 터지는 잭팟에 매일 밤 일본인과 한국인 관광객들로 붐빈다. 바다라서 유난히 심한 향수가 매일 밤 잠 못 들게 할 때면 9층에 위치한 클리퍼 바에서 바다 내음을 맡으며 술을 마실 수도 있다. 바는 총 세 개로 클리퍼 바 외에도 7층의 해리스 바, 11층의 리도 풀 바가 있어 고객의 취향에 따라 분위기를 선택할 수 있다. 이제는 국제적인 문화가 돼버린 노래방(가라오케)도 9층 선미에서 늦은 밤 1시까지 운영된다.

매일밤 연회장에선 다양한 공연이
8층의 연회장 유럽 라운지에서는 매일 밤 다양한 공연이 펼쳐진다. 보통 8시부터 펼쳐지는 공연은 요일별로 다르지만 다양한 국적의 엔터테이너들로 구성된 수퍼스타 빅 밴드의 라스베가스식 쇼와 빙고게임, 경마게임 등 게임프로그램이 즐길 만하다. 또 승선기간 중 하루 저녁은 에이리스 호 피터 닐슨 선장이 주최하는 갈라디너가 모든 탑승자에게 무료로 제공되며 이 날 유럽 라운지에서 공연되는 특별 쇼가 에이리스 호에서 즐길 수 있는 쇼타임의 가장 하이라이트이다.
여행이 주는 가장 행복한 순간 중에 하나인 식사시간. 7층 그랜드 레스토랑과 9층 클리퍼 레스토랑은 아침, 점심, 저녁과 밤참까지 하루 4번 식사를 제공한다. 메인 레스토랑인 그랜드 레스토랑에서는 오전 6시부터 오후10시까지 시간대별로 뷔페부터 풀코스 양식까지 다양한 메뉴를 선보인다. 샥스핀 스프, 양고기, 안심 스테이크, 프랑스식 디저트 등 미각을 흥분시킬 만한 메뉴가 매일매일 새롭다. 늦은 시간의 허기는 클리퍼 레스토랑이 준비한 스낵과 튀김, 음료로 해결할 수 있다. 밤 11시부터 1시까지 무제한으로 제공되며 간단한 주류를 사면 훌륭한 안주거리도 된다. 물론 이 모든 것을 무료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

‘스타네비게이터’선상 정보 가득
탑승자들의 쇼핑과 편의를 위한 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8층에 위치한 면세점 ‘스타 부티끄’에서는 주류, 의류 등 면세품을 갖추고 있고 같은 층의 포토샵에서는 수퍼스타 에이리스 호의 전담 사진사가 찍은 자신의 기념사진을 구입할 수 있다. 오락실, 인터넷이 가능한 도서실, 헤어숍 ‘오스카 살롱’ ‘쉬바 스파 센터’ 등에서 여가를 즐기거나 마작세트와 보드게임을 대여해 방안에서 게임을 할 수도 있다. 위급상황에 대비한 병원과 어린이가 뛰어 놀 수 있는 탁아소도 준비돼 있다.
내용이 매일 바뀌는 ‘스타 네비게이터’를 보면 사실 ‘오늘 내가 무엇을 해야 하나’하는 고민을 쉽게 떨칠 수 있다. 기항지의 날씨와 해뜨고 지는 시간으로 시작하는 네비게이터의 자세한 프로그램 설명은 물론 한글로 돼 있을뿐더러 선상에서 일어날 중요한 정보를 빠짐없이 알려줘 자칫 하는 일 없이 무료할 수 있는 크루즈 여행에 바이블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크루즈 여행의 묘미는 역시 낭만과 안락한 휴양. 바쁘게 이것저것 돌아보는 것은 하루로 족하다. 기항지 관광을 다 할 필요도 없다. 방안에서 태양의 오르내림에 따라 변하는 바다 색을 세상 그 어느 누구보다도 편한 자세와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저 그것만큼 편한 것은 없다. 책을 읽고, 조금 답답하면 갑판의 ‘오픈 데크(open deck)’로 올라가 시원한 바다 바람을 쐬고, 친절한 직원들과 잡담도 하면서 ‘나의 여행’을 살찌운다.
그 큰 배가 바다위에서는 얼마나 보잘 것 없는 미미한 존재인지, 나는 이 넓은 세상에 어떠한 존재인지, 크루즈, 또 바다는 공부가 아닌 생각의 여행이다.
수퍼스타에이리스 호 글·사진=김성철 기자 ruke@traveltimes.co.kr
취재협조 : 스타크루즈 한국지사 02-752-8998

에이리스 호의 기항지 관광
크루즈 여행에서 기항지 관광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다. 보통 ‘쇼어 익스커션(Shore Excursion)’이라 말하는 기항지 관광은 투어 코스에 따라서 가격과 소요시간이 차이 난다.
수퍼스타 에이리스 호의 경우 기항지인 제주-후쿠오카-나가사키-부산에서 각각 3∼5가지 정도의 서로 다른 투어 코스를 선보이고 있다. 에이리스 호 7층 투어 데스크에서는 단체 여행 예약을 받으며 버스를 이용한 한나절 또는 반나절 투어를 실시한다. 하지만 이 곳에서 예약을 안 했다고 배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개별적으로 일반버스나 택시 등을 이용해서 가보고 싶은 곳을 찾아갈 수 있다. 대신 배 출항 시간을 정확히 알고 적어도 출항 한 시간 전에는 배로 돌아올 수 있도록 스스로 스케줄을 짜야한다.
제주도에서는 세 가지 단체 관광 프로그램이 있다. 용두암, 한림공원,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이 주요 코스인 서제주 투어는 성인과 어린이 모두 4,900엔으로 점심식사가 포함되며 2세 미만 어린이는 무료다. 성산일출봉과 성읍민속마을 등을 방문하는 동제주 코스(5,500엔)와 신라면세점, 기념품점을 들르는 쇼핑투어(2,100엔)도 있다. 6∼7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후쿠오카에서는 다자이후 신사와 후쿠오카 돔 등을 둘러보는 코스(6,400엔)와 ‘무지개의 솔밭’이라 불리는 카리스 만(灣)의 니지노 마츠바라, 나고야 성 등을 둘러보는 코스(5,500엔), 그리고 일본 전통 정원인 ‘오하나’와 하카타 타워를 오르는 코스(6,900엔)를 선택할 수 있다. 모든 일정에는 식사가 포함돼 있지 않다.
서구 문물의 유입지로 유명한 나가사키에서는 시내관광(6,800엔), 하우스텐보스 투어(1만1,400엔), 시마바라 성과 운젠온천 투어(8,600엔) 등이 짜여져 있다. 특히 자연과의 조화를 강조한 네덜란드 마을 하우스텐보스는 실제로 하나의 동(洞)으로 운영되는 행정구역이어서 더욱 실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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