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바이러스에 이어 다비다드 바이러스가 또 한차례 네트(net)를 휘젓고 있다. 여행업계도 물론 스페인어로 ‘크리스마스’를 뜻하는 다비다드로부터 안전하지 못하다.
러브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던 약 한 달전, 대기업 계열 모 여행사는 바이러스의 피해로 영업에 적잖은 차질을 빚었다고 한다. 대부분의 여행사들이 이제는 랜(LAN)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바이러스들은 언제라도 전 인터·인트라넷 통신망을 일시 마비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항상 가지고 있다.
바이러스의 치명성은 전염성에 있다. ‘뜬소문일수록 더 잘 퍼지는 법’이듯이 치명적인 바이러스일수록 전염의 속도와 피해는 더 컸다.
본지 인바운드·호텔면에는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인바운드 여행사들을 소개하는 코너가 있다. 코너의 제목이 ‘관광한국! 우리가 연다’라는 다소 거창한 것이라 그런지, 최근 들어 특히 대형사라는 곳들의 간곡한 부탁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는 좀 이 다음에 할게요.”
항상 그런 말 뒤에 따르는 것은 요약하자면, “업계는 난장판이요 우리 회사도 내세울게 없다”는 자중론(自重論)이다. 나서봤자 욕만 먹는다는 것.
왜 이렇게 됐는가. 올해는 자랑스럽게 내세울만한 실적이 없더라도 하다못해 앞으로의 각오나 비전 같은 것조차 없다는 것인지, 대부분 한결같은 태도에 오히려 숨기려는 것이 너무 많은 것은 아닌가라는 착각 아닌 착각까지 들 정도다.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뒤에 숨어서 일을 하겠다는 것인지.
모두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아직 ‘덤핑(Dumping)’ 바이러스와 ‘과당경쟁’ 바이러스의 피해로부터 자유로운 여행사가 없는 것이 아니다. 다만 대형사들조차 ‘덤핑’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없는 그 지독한 전염성 때문에 결국은 시스템을 새로 깔고, 때로는 공권력의 힘을 빌어 상처를 내고, 마지막에는 폐기처분 당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는 세기말적 염세주의까지 전염될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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