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관광기구(WTO)는 전세계의 수많은 관광관련 기구 가운데에서도 가장 정통성을 인정받고 있는 조직이다. 내년에는 WTO의 14차 정기총회가 월드컵과 마찬가지로 한일 양국에서 공동개최될 예정이라 더욱 관심이 모아지고 있기도 하다. 이런 WTO에 지난 몇 년간 깊은 고민이 있다.
다름 아닌 민간부문(Private Sector)의 강세이다. 민간업자와 사업자 단체 그리고 지자체 등 정부가 아닌 민간부문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계의 관광산업을 조율하던 WTO의 정통성은 각국 정부에서 관광산업을 대표하는 장관 및 관료들이 모여 공동목표를 추진해 나가는 조직이기에 가능했다. 그 영향력 또한 각국 정부의 협조를 통해 나름대로 위력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고 관광산업이 치열한 경쟁력을 필요로 하면서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기존에 중앙정부가 이끌어 나가던 각국의 관광정책이 차츰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민간업자들의 사업자 단체 및 지자체에 의해서 좌우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 등 사업자단체나 지자체가 잘 운영되고 있는 일부 선진국들은 WTO를 탈퇴하고 말았다. 이유는 명백하다. 관광산업을 가장 잘 알고 큰 애정을 갖고 있는 사람은 바로 관광업 종사자 자신들이고 또 그들의 의견을 대변하는 사업자 단체이기 때문이다. 민간부문이 성숙하게 발달한 나라에선 더 이상 정부의 대표가 WTO에서 할 일이 없어져 버린 것이다.
이에 WTO는 더 이상 정통성을 고집하다가는 기구의 영향력을 잃을 것이라고 판단, 몇 년전부터 조직의 칼라를 바꾸고 있다. 기존의 정회원외에 민간부문을 강조한 찬조회원(Affiliate Member)을 강화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관광산업의 돈줄을 움직이는 관광업자들과 활발한 활동을 보이는 지자체들을 모두 끌어들여 WTO의 위상을 새롭게 구축해보려는 것이다. 정회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찬조회원과 준회원들에게 의사결정권을 부여하고 있는 WTO의 결단은 시대의 흐름이기도 하다.
한국에도 각종 사업자 단체가 있다. 호텔업협회도 있고 일반여행업협회(KATA)도 있다. 저마다 우여곡절과 산고의 아픔을 겪으면서 어렵게 출발한 사업자단체들이다.
특히 오는 24일에는 KATA 창립 이래 최초로 회장선거에 후보가 복수로 출마해 경선에 나선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 갖는 회원사들의 관심은 크지 않은 것 같다. 날씨가 추워지고 경기도 덩달아 냉각되면서 마음의 여유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관심을 가질것인가.
사업자단체가 성공하려면 강력한 리더십, 예산 배정의 우선순위, 수익창출을 위한 대안제시, 회원사들의 이익대변 등 여러 가지가 필요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회원사들의 관심과 애정이다. 당사자인 회원마저도 관심을 잃고 타성에 젖는다면 그 협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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