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동북쪽의 작은 항구도시 타운스빌(Townsville)에 위치한 빌라봉 생투어리(Billabong
Sanctuary)는 지난해 북퀸즐랜드주에서 환경관광상을 차지한 친환경적인 야생공원이다. 진
귀한 호주의 동물들이 10헥타아르에 걸쳐 열대우림, 유칼립 숲, 늪지가 공존하는 빌라봉에서
인간의 보호를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할당된 먹이 한봉지 주며 자연스레 친해져
빌라봉 생투어리(Billabong Sanctuary)에 들어서자 일단 여러 가지 잡곡이 섞인 먹이가 한
봉지씩 할당된다. ‘이걸 다 처치할 수 있을 만큼 많은 기회가 주어지는 걸까?' 미심쩍어
하면서 울창한 숲 속으로 들어섰다. 사진으로 많이 본 유칼립 나무를 빼면 온통 낯선 열대
우림의 식생이 펼쳐진다.
우리는 이 거대한 야생공원에서 호주 특유의 야생동물을 가까이서 안아보고, 또 직접 먹이
를 주는 ‘와일드 토크 앤 쇼(wild talk and show)'에 참가하는 중이다. 앞서가던 안내원이
갑자기 멈추더니 우뚝하니 서 있는 나무 꼭대기를 가리킨다. 가지 끝에 달린 시커먼 비닐봉
지들이 박쥐라고 말한다. 대낮에 햇빛을 쬐는 박쥐가 신기해서 목이 아픈 줄도 모르고 올려
다보고 있는데 등뒤에서 나뭇잎이 ‘사각' 소리를 내며 흔들리고 색다른 움직임이 감지된
다.
“앗! 캥거루""
종이 봉지에서 얼른 먹이를 한 움큼 꺼내어 손을 내밀자 작은 캥거루 한 마리가 총총 다가
와 눈치를 한번 쓰윽 본다. 이렇게 관광객을 따라다니며 배를 채우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린
걸까? 후레쉬가 터질때마다 도망가 버릴까봐 조심스러운데, 녀석은 오히려 내가 먹이를 쥐
고 멀리 가 버릴까봐 걱정이 되는지 작고 가는 두 손으로 내 손을 꼭 쥐고 있다.

빌라봉에서는 이렇게 사방에서 기척도 없이 다가오는 레드 캥거루, 동부 회색 캥거루와 캐
소워리(Cassowary 화식조), 오리(Plumed Whistling Duck) 따위의 동물들을 만날 수 있다.
자칫하면 공원에서 길을 잃을 수도 있겠다. 먹이 봉지를 비우느라, 또 동물들과 시선을 맞추
느라 넋을 놓고 있으니 어디가 길인지 어디가 숲인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토끼가 아닌 캥거루를 따라 자꾸 자꾸 깊은 숲속으로 들어가면 어쩌나?
가다보면 토토로처럼 집채만한 캥거루가 진두지휘하는 캥거루 가족을 만날 수 있을까? 아니
집채만한 코알라는 어떨까?
코알라 하니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빌라봉에서 가장 신이나 했던 캐시. 그녀는 코알라의 극
성팬이다. 어느 정도인가 하면, 첫날부터 코알라 그림이 그려진 가방을 매고 나타나 코알라
에 대한 애정을 만천하에 공표하더니 다음날은 아예 코알라 티셔츠까지 입고 나왔다. 야생
코알라를 볼 수도 있다는 말에 싫다던 새벽 5시 산행도 가뿐히 나섰던 그녀는 마지막날 코
알라 모자까지 장만했다.

자연의 일부돼 짜릿함 만끽
캐시의 열성적인 홍보 덕택도 있겠지만 가장 인기를 독차지하는 건 역시 코알라다. 한없이
졸린 눈. 느릿느릿한 움직임. 늘어진 카세트테이프 음악처럼 한없이 축축 처지는 코알라들.
마치 1년 365일, 하루 24시간, 쪼갤수록 모자라는 인간의 시간을 벗어나 순간을 영원처럼
사는 듯하다. 한 순간의 고뇌도 책임도 없이 평화로운 그래서 무료한 얼굴. 사람들이 연신
카메라를 눌러대며 코알라의 시선을 끌어보려고 분주한 동안에도 눈 한번 떴다 감는 것조차
가슴 터치게 느리다.
잠시 후 어디선가 슈퍼모델 코알라가 등장했다. 방문객들의 품에서 품으로 즐거운 여행을
즐기는 이 커다란 코알라는 특히 미녀들을 좋아하는 것 같다. 물론 그 와중에서도 동작은
굼뜨기 그지없다.
그 다음으로 등장한 움뱃(Wonbat)은 새끼곰처럼 생겼다고 하지만 아무리 봐도 굴곡 없는
몸체가 네모난 인형쿠션을 닮았다. 1년쯤 세탁 안한 쿠션 말이다. 조심스럽게 무릎 위에 올
려놔 보지만 나도 낯설고 움뱃도 역시 어색한 표정이다. 하지만 희귀하고 귀엽고 친근하고
사랑스러운 동물들을 보고 쿠션 따위를 연상하는 척박한 상상력도 여기까지다.
철창 너머로 2미터 악어와 매서운 독수리를 앞에 두니 사고(思考)가 정지하고 소름이 쫙 끼
친다. 한국의 동물원에서도 봤던 맹수들인데 새삼 두려울 것이 뭐가 있겠는가 싶지만 이곳
빌라봉의 산림감시원들은 동물들의 야생성을 자극한다.
안내원이 휘두르는 막대기에 반응해 번쩍 번쩍 솟아오르는 인도-태평양 악어는 다 크면 길
이가 6∼7미터가 된다고 한다. 악어는 지구상에서 2억4,000만년을 살아온 동물이다. 지금 우
리가 볼 수 있는 종류의 악어도 6,500만년동안 그 형태를 지속해 온 것이라고 한다. 악어는
흐린 진흙물 속에서 죽은 듯 잠복해 있다가도 미끄러지듯 재빠르게 움직인다.
저렇게 우리 안에 사람이 들어가 있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끼치는데 만져보라는
건 무리한 요구다. 그러나 빌라봉의 안내원들은 방문객들이 구경만 하며 스쳐가는 것을 원
치 않는다. 애완견을 쓰다듬듯 직접 만져보고 안아 보면서 짜릿한 경험들을 얻어가라고 한
다. 사람들이 하도 비단뱀을 두려워하자 한 안내원은 아예 비단뱀과 ‘진한' 키스까지 해
보인다. 그냥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일부가 되어 보라는 적극적인 충고(?)다.
천소현 기자 joojoo@traveltimes.co.kr

‘와일드 토크 앤 쇼’
악어·뱀 만져볼 수 있어
빌라봉은 호주 동북쪽의 타운스빌 시내에서 남쪽으로 17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으
며 20분 정도 소요된다. ‘와일드 토크 앤 쇼' 프로그램은 오전 8시30분부터 수시로 이어진
다. 코알라와 껴안기, 악어와 비단뱀 만져보기가 하루에 몇 차례식 마련돼 있고 거북이, 독
수리, 악어 등에게 직접 먹이를 주는 것은 한 차례씩 진행된다. 호주 내에서는 특히 아이들
을 위한 교육용 장소로 인정받고 있다. 가족단위의 휴가여행이라면 꼭 한번 들러야 할 곳이
다. 호주의 숙소에서 전화로 예약하면 오전에 8시, 9시30분, 오후 1시30분에 출발할 수 있고
사정에 따라 오전10시30분이나 오후 2시, 혹은 4시30분에 돌아올 수 있다.
(www.billabongsanctuary.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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