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쿠라지마를 비롯해 7개의 활화산이 지금도 분연을 내뿜고 있을 정도로 가고시마는 화산지대가 많다. 또 화산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게 바로 온천인 만큼 일본에서 2번째로 많은 온천을 갖고 있다. 제각각의 규모와 특징, 효능을 간직한 수많은 온천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즐비하다.
일본 최초의 국립공원인 기리시마(霧島)산맥에 들어서 있어 자연경관이 빼어날 뿐만 아니라 운치 깊은 다양한 노천탕으로 유명한 ‘기리시마 온천마을'을 비롯해 가고시마에는 약 50여 곳에 이르는 유명 온천이 고원지대, 계곡, 해안가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들어서 있다.
단순히 수가 많다는 이유로 가고시마가 일본을 대표하는 온천지역으로 손꼽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 숫자도 숫자지만 색다른 감흥을 선사하는 가고시마 온천만의 독특한 특색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가고시마만의 독특한 온천, 가고시마가 아니면 선사할 수 없는 색다른 온천을 경험해보고자 한다면 두말할 나위 없이 이부스키(指宿)시의 천연모래온천에 몸을 묻어야 한다. 채 20분도 지나지 않아 깃털처럼 가벼워진 몸과 산뜻한 기분에 더없이 개운해진다.
가고시마현의 남단에 자리잡고 있는 이부스키시는 탁 트인 태평양을 바라보고 있다. 바다와 접한 해변가는 어디를 파헤치더라도 뜨거운 온천수가 솟구쳐 오른다고 할 정도로 온천수가 풍부하기로 유명하다. 그것도 해변가에서 솟아오르는 온천수이니 그 풍류가 가히 상상을 뛰어넘고도 남는다. 드넓은 바다를 조망하며 즐기는 온천욕의 풍류가 그럴진대 하물며 ‘온천물'이 아닌 ‘온천모래'에 온몸을 묻고 즐기는 모래찜질온천의 풍류야 말해 무엇하랴.
모래찜질온천은 말 그대로 온천수로 달궈질 대로 달궈진 뜨끈뜨끈한 천연 모래 속에 온 몸을 묻고 즐기는 온천이다. 언뜻 생각하면 피서철 해변가에서 많이 본 듯하고 또한 제법 많이 해 본 듯한 느낌이 들지만 그 내용에 이르러서는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 피서철 해변가의 모래는 밑으로 깊게 파면 팔수록 온도가 낮아지지만 이곳 모래온천의 모래는 파고 들어갈수록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급격히 온도가 상승한다. 때문에 모래찜질온천장에서 삽 하나 달랑 들고서 온천객들 하나하나를 모래 속에 ‘매장하는' 업무를 맡고 있는 직원들은 각 개인의 체력과 건강상태 등을 확인하면서 그에 따라 매장깊이(?)를 결정한다. 그러나 불과 한 삽 더 뜨고 안 뜨는 것에 따라서도 몸에 전달되는 체감온도가 큰 차를 보이기 때문에 대부분 거기서 거기인 깊이에 매장당한다.
모래온천에 매장당하기 위해서는 우선 옷을 ‘홀랑' 다 벗어야 한다. 속옷 한 장 남김없이 모조리 말이다. 그래야 제대로 된 모래찜질온천을 만끽할 수 있단다.
대신 얇은 가운 하나를 걸치게 되니 안심해도 된다. 단, 실내 온천탕에서 옷을 갈아입은 뒤 해변가 모래찜질온천장으로 향할 때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일본식 가운(유카타)에 익숙하지 않은 탓에 제대로 입지 않으면 걷다가 혹은 바람에 날려 본의 아니게 보여주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해변 모래찜질온천장은 이곳저곳서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새파란 바닷물도 빨갛게 달궈져 뜨끈뜨끈하다. 바다 냄새 물씬한 선선한 바람이 얇은 가운을 여지없이 뚫고 들어온다. 눈앞에 스멀거리는 연한 수증기 무리가 저 앞 둥그스름한 수평선을 신비로 물들인다.
멀뚱히 하얀 김 하늘거리는 해변과 하얀 김으로 더욱 맑게 보이는 바다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작은 삽 든 아줌마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퍽퍽' 모래를 파헤치기 시작한다. 그리곤 손짓한다. 드러누우라는 신호다.
어른 키 만한 길이에 발목 조금 위까지 잠길만한 깊이로 파인 기다란 웅덩이에 몸을 맞춘다. 기다렸다는 듯이 여기저기서 삽 든 아주머니들이 달려들어 마구 삽질을 해대기 시작한다. 한 삽 한 삽 모래가 더해질수록 온 몸에 묵직한 무게가 느껴지고 삶아지는 듯한 열기가 온 몸을 휘감고 돈다.
이윽고 모래위로 얼굴만 남게 되자 이제 더 이상 관심 없다는 듯 아주머니들은 썰물처럼 시야 밖으로 사라져버린다. 이내 몸이 후끈거리기 시작하고 더운 숨이 나온다. 모래 속에 갇힌 몸은 뜨거운 땀으로 뒤범벅이 된다. 등골을 타고, 가슴팍 언저리로, 팔뚝 밑으로 ‘주루룩' 미끄러지는 수많은 땀방울들의 흐름이 느껴진다. 이따금씩 불어오는 선선한 미풍이 이마를 간지럽히고, 온천모래의 묵직한 압력은 포근함과 안정감을 준다. 몸은 한없이 덮고 화끈거리지만 마음은 그 보다 더 상쾌하고 시원해진다.
가장 적당하다는 10∼15분 정도가 지난 뒤 일으켜 세운 몸은 이미 내 몸이 아니다. 모든 노폐물이 다 빠져나간 모양으로 산뜻하고 가볍기만 하다. 땀으로 흠뻑 젖은 가운은 몸의 곡선을 그대로 드러내지만 반갑게 불어오는 바다 바람이 금세 펄럭이게 한다.
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혈액순환 촉진 염증치료 ‘탁월’
이브스키 모래찜질온천은 과연 어떤 효능을 지닐까. 또 보통 온천수와는 어떤 점에서 차이를 보이는 것일까. 연간 200만명에 가까운 관광객이 이곳에서 몸을 묻는 데는 분명 남다른 사연이 있어서일 것이다.
가고시마대학 의학부 다나카 교수 등은 혈압, 심박수, 심전도, 혈당, 호흡기능 등 총 11개 항목에 걸쳐 모래찜질온천의 효과를 분석, 의학적으로 그 효능을 증명한 바 있다. 그 결과에 따르면 모래찜질온천은 특히 혈액순환을 촉진시켜 체내노폐물 배출을 활발하게 하고, 염증 등을 빠르게 아물게 한다. 또 혈액에 충분한 산소를 공급해 피를 맑게 한다고 한다. 이것은 모래찜질온천 입욕 전과 후의 혈액 색깔을 비교하면 간단히 알 수 있다. 입욕 전에는 검붉었던 혈액이 모래찜질온천을 하고 난 뒤에는 충분한 산소가 공급돼 선명하고 맑은 빨간 색으로 변해 있었다.
다나카 교수는 크게 다음의 세 가지 효능이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켜 놀랄만한 치료성과를 나타낸다고 설명하고 있다. 첫째, 누워서 모래찜질온천을 받기 때문에 혈액순환을 촉진시킨다. 둘째, 모래의 압력으로 심장이 내보내는 혈액의 양이 증가한다. 셋째, 섭씨 55도 안팎에 달하는 모래의 고온이 혈관을 확장시키고, 심장 기능을 높이기 때문에 전신에 걸쳐 활발한 혈액순환이 이뤄진다.
구체적으로는 신경통, 요통, 관절통, 골절, 뇌졸중마비, 화상, 아토피성 피부질환, 당뇨병, 위장병, 월경장애, 불임증, 냉증, 변비, 비만, 전신미용 등 다방면에 걸쳐 탁월한 치료효과를 보이며, 보통 온천에 비해 약 3∼4배 가량 높은 효능을 갖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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