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의 귀재 아라비아의 상인이란 해상 실크로드의 무역상을 일컫는 말이다. 낙타를 탄 사막의 주인공들이 바다의 상인으로 성공한 배경에는 사막과 바다라는 환경의 공통성이 있었다.
낙타는 사막의 배다. 폭풍우나 풍랑과도 같은 사막의 먼지 바람을 뚫고 햇볕과 갈증 속에서 물이 있는 섬, 오아시스를 찾아 험난한 항행을 한다. 때로는 오아시스가 끝없는 지평선에 섬처럼 신기루가 되어 나타났다 사라지곤 한다. 돌고래와 식인 상어의 위협에 시달리듯이 모래속에 덮여 있는 전갈이나 사막 코브라의 공격을 견뎌야 한다. 때로는 200㎞의 거대한 사막의 배를 코브라에게 물려 20초 만에 잃고 초인적 표류를 경험하기도 한다. 여기서 우리는 사막의 대상(隊商) 아랍인이 해상의 주인공으로 쉽게 변신할 수 있는 근거를 찾을 수 있다. 해를 넘긴 긴 항해에는 뛰어난 기상 관측, 순간적 판단력과 강인한 정신력을 필요로 한다. 아랍인들이 이슬람 시기에 이루어 놓은 천문학과 점성술, 종교에 대한 집착은 결코 우연한 것이 아니었다.
오만은 아프리카와 유럽, 인도양을 잇는 해상 교역의 중심지였다. 고대에 이 지역에서 해상 활동을 주도한 민족은 예멘인이었다. 솔로몬과 시바로 유명한 시바국의 여왕은 현재 예멘의 수도인 사나 근처에 도읍하여 해상 교역으로 부를 축적했다. 장미수촵안식향촵유향을 비롯한 진귀한 향료와 모카 커피는 지금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그곳의 주요한 교역품이다. 뿐만 아니라 오만인은 선박 제조 기술의 개발로 8~9세기경 아랍인이 주도하는 해양 교통 혁명을 일으켜 동서의 만남에 크게 기여했다. 그들은 뛰어난 항해 기술과 앞선 과학 문명을 바탕으로 한반도의 산라에까지 진출, 1000년 전 한국과 아랍의 만남을 가능케 했다.
이와 관련해 845년 아랍인 이븐 쿠르다드비가 편찬한 왕국과 도로총람 이란 책에는 신라에 대한 흥미로운 기사가 있다.
- 중국의 맞은편에 신라라는 산이 많고 여러 왕들이 지배하는 나라가 있다. 그곳에는 금이 많이 생산되며 기후와 환경이 좋아 많은 이슬람 교도가 정착했다. 주요 산물로는 금, 인삼, 옷감, 안장, 토기, 검 등이 있다.-
한국의 역사서 고려사 에 ‘대식인(大食人)’이라 불리는 아랍 상인들이 한반도에 진출한 내용이 1024년으로 기록되어 있으니, 이보다 200년이나 앞선 기록이다. 그 뒤 아람 상인이 고려를 ‘KAO-LI’로 표기하여 유럽에 전달함으로써 ‘KOREA’란 이름이 한국의 국명으로 굳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KOREA란 이름이 13세기경 동서 해상 교역의 결과로 나타났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유네스코가 기획한 해상 실크 로드 탐사 팀의 일원으로 무스카트에 머무는 동안 오만 친구가 초대한 한 만찬에서 모처럼 아랍 최고의 낙타 요리를 시식할 기회도 가졌다. 낙타 요리는 껍질 벗긴 어린 낙타의 배를 갈라 양을 넣고 양 뱃속에 칠면조와 닭을 넣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런 다음 대추야자, 잣, 호두, 건포도 그리고 각종 양념과 향료를 채운 뒤 봉합한다. 장대에 끼워 24시간 이상 돌리며 은은한 불꽃으로 바비큐를 한다 기름은 땅에 떨어지고 양념과 향료가 고기 속까지 스며들어 잘 익게 된다. 그것을 세로로 잘라 접시에 담으면 낙타, 양 칠면조, 닭고기가 형형색색으로 등장하는 일급 요리가 된다. 반찬으로는 마늘과 오이 장아찌와 올리브가 놓인다. 낙타 젖으로 빚은 걸쭉한 요구르틀르 큼직한 구리잔에 가득 채워 준비하고 약간 태운 듯한 진한 향의 모카 커피 한 잔을 곁들이면 더욱 좋다.
한양대 문화인류학 교수 lee200@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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