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 석유, 이슬람교의 고장인 아라비아 남단 오만에서는 아랍 사회와 이슬람 관습을 관찰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를 갖게 된다. 어디를 가도 정교한 장식과 엄숙한 분위기의 모스크를 만날 수 있어서 이슬람 관습을 경험할 수 있다. 이슬람 교도들은 금요일마다 정오쯤이면 모스크에 모여 합동 예배를 드린다. 낭랑한 코란경의 리듬에 따라 엎드려 절하는 그들의 형제애와 공동체 의식은 전세계 12억 이슬람 교도를 하나로 묶어 주는 엄청난 연결 고리가 된다. 예배가 끝난 뒤 그들은 사원을 중심으로 대화를 나누고 거래를 하며 시와 노래를 즐긴다. 모스크 자체가 하나의 도시이고 거대한 생활 공간이다. 따라서 모스크 주위에는 대개 목욕탕과 시장, 학교와 병원이 들어서 있고, 여론을 수렴하고 창출하는 카페가 즐비하다.
큰길에서는 머리에 터번을 쓰고 턱수염을 기른 남편과 그 뒤를 따르는 서너 명의 여인을 흔히 볼 수 있다. 검은 옷으로 얼굴까지 가렸지만 색색의 스카프를 머리에 감고 얼굴을 드러낸 채, 지나가는 이방인에게 때때로 해맑은 미소를 보내는 아랍 여인이 인상적이다. 코란경에 따르면, 이슬람 교도는 특수한 상황에서 네 명의 아내까지 둘 수 있다. 원래 일부다처의 허용은 가까운 동료와 친지, 이웃의 전쟁 미망인과 고아들을 보살피기 위한 지극히 인도적인 의도에서 출발했다. 또한 모든 아내와 자식들에게 동등한 상속 권리와 사회적 지위를 부여한 이슬람의 다처관은 아내가 매매의 대상이었던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인권혁명이었다. 현재 아랍 사회의 전통적인 다처관은 부자들에게 악용되면서 본질이 많이 퇴색했다. 전쟁과 남성 본위의 유목 생활이 다처를 불가피하게 했지만, 많은 아랍 남성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일부일처의 원칙을 지켜가고 있다.
한양대 문화인류학 교수 lee@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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