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다녀오고 난 후 그 허탈함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내 자신에게 있어서 처녀지로서의 신비로움, 하나씩 사라지는 그 순간 순간의 영상을 잊지 않기 노력했던 일들이 매번 반복된다. 그러나 시간이 주는 어려움은 한계라는 이름으로 이를 허락하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다.

란나왕국의 전설이 무지개처럼…
유사이래로 수많은 민족의 흥망성쇠가 끊임없이 반복되어 왔다. 이제는 태국 제2의 도시가 되어 큰 문화 속에 한 주류를 이루고 있는 치앙마이(Changmai)는 먼 옛날 그들만의 언어와 문자를 가졌으나 이제는 단지 그 흔적만을 찾아볼 수 있다.
치앙마이, 어쩌면 한국인들에게 낯설게만 느껴지는 이곳이 너무 많은 여운이 남아 잊혀지지 않는 잔상으로 잔잔하게 마음속으로 밀려든다. 태국의 역사와 문화의 보고라고 할만큼 온갖 유적과 자취가 살아 전해 내려오고 있는 곳으로 태국의 ‘샹그릴라(이상향)’라고 불릴 만큼 아름다운 경관이 여행객들을 매혹하는데 그 명성이 주변은 물론 유럽까지 알려져 ‘북방의 장미’라는 별칭을 얻고 있다.
방콕 국제공항을 이륙해 치앙마이를 향해 출발한다. 방콕과는 너무도 색채가 다른 곳이라는 풍문에 두려움 반, 기대 반이 뒤섞인다. 태국의 수도 방콕에서 북쪽으로 700km 떨어진 이곳은 항공기 편으로 1시간 남짓 걸린다. 이 거리감은 방콕과 치앙마이를 완전히 다른 분위기로 만들어 준다. 치앙마이는 태국 제2의 도시이지만 면적은 방콕의 1/7에 불과한 지방 도시에 가깝다. 비행기가 분지 속으로 들어가는 듯 하더니 이내 넓은 녹색의 대지 위에 아담한 건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점점 치앙마이 국제공항으로 다가설수록 도시 색채가 완연하다.
국제공항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아담한 모습이 정겹다. 공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호텔에 여장을 풀고 한적한 분위기의 태국전통식당을 찾았다.
샤브샤브와 비슷한 태국 전통음식인 수끼와 곁들여지는 태국의 대중주 생솜의 향기가 코끝을 자극한다. 태국인들에게 있어 생솜은 메콩과 더불어 한국의 소주와 같은 존재로 알려져 있다. 문득문득 음식을 나르는 태국 여인의 모습에 눈을 뗄 수 없다. 기존의 우리가 갖고 있는 개념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치앙마이 여인들은 자연환경 못지 않게 아름답다.
치앙마이 여인들에게 눈길을 보내면 나의 아름다움을 인정해 주는 것으로 인식해 웃음으로 화답한다고 하니 우리 현실과 비교하면 보다 솔직해 보인다. 말이 나와서 잠깐 다른 이야기를 하자. 태국에서 남자로서 최상의 조건은 재력이라고 말한다. 여자는 이와는 달리 얼마나 하얀 피부를 갖고 있느냐가 우선 순위라고 해 북부지방의 치앙마이의 여인들이 인기가 좋다. 미인이 많은 치앙마이. 치앙마이는 결코 미인이 많은 것만을 내세우지는 않는다.

예술미, 건축미 돋보이는 사원 볼거리치앙마이는 이름만큼 역사적으로도 의미 있는 고도의 도시다.
13세기말에 창건된 란나(Lannna)의 수도로 태국에서도 이곳은 문화적으로 가장 풍부하고 예술과 건축미가 돋보이는 곳으로 여겨지고 있고 태국 왕족들의 여름 별장지인 푸핑왕궁과 프라탓 도이 수텝 사원이 있어 훌륭한 볼거리도 제공한다.
란나 왕국을 건설한 멩라이 왕에 의해 1296년 건설된 치앙마이의 원래 이름은 ‘놉부리 시나타칸 핑 치앙마이’다. 북서쪽의 수텝산을 방패삼아 동쪽에 삥강을 끼고 건설된 이곳은 예전부터 천혜의 요새지였다고 한다. 1.6km의 너비와 길이 2km에 달하는 직사각형 모양의 성벽을 세우고 삥강 이남을 정복하여 북부 태국을 평정했던 란나 왕국은 16세기 초반에 세력이 급격히 약해져서 1556년 미얀마에 정복당하게 된다. 약 200년 동안 미얀마의 지배를 받던 치앙마이는 1775년 딱신 왕의 연합군이 탈환했고 그후 북부 지역의 통치권을 가지고 있던 람빵 왕조가 치앙마이를 다스리게 된다. 1938년 라마5세가 태국 전역을 평정하면서 치앙마이는 방콕 왕조의 통치를 받게 됨으로써 650년 역사를 자랑하던 란나 왕국도 무너지게 된다. 이제 란나 왕국은 이곳저곳 흔적만을 남겨둔 채 언어마저 치앙마이 사람들의 뇌리에서 사라져 버렸다.
단지 2박3일이라는 일정이 왜 이렇게 짧게만 느껴질까.
긴장감이 풀린 탓일까 피곤함에 일정이 시작되기도 전에 침대에서 일어나기가 힘들다. 오늘은 태국의 지붕이라고 불리우는 도이 인타논(Doi Inthanon)을 찾아간다. 도이 인타논을 찾아가는 길 주변으로 방콕과는 다른 자연의 전경이 펼쳐진다.

태국인들의 성지-도이 인타논
태국하면 단순히 넓은 모래가 깔려 있는 바다만을 연상할 수 있지만 단지 태국의 반쪽만을 보고 느끼는 선입견이 아닐까. 도이 인타논은 태국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해발 2,565m. 한국의 백두산보다는 낮으면서 한라산보다는 높은 곳이다. 아직까지 란나어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도이 인타논이다. 도이는 란나어로 산을 뜻한다고 한다.
산 정상에 도달하기 위해 적지 않은 돈을 주고 매표소를 통과했다. 정상으로 다가갈수록 달라지는 자연환경이 놀랍다. 산림형태가 특이해 1,500,지점까지는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할엽수림, 1,500∼1,800m지점까지는 소나무가 우거진 침엽수림, 1,800m 이상의 고도에서는 열대정글로 2,565m까지 이어지는 특이한 산림구조로 되어 있다.
정상에 오르자 안개에 휘감겨 앞을 분간하기 힘들다. 구름이 걸터 있다고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다. 여기저기에서 꽃을 들고 헌화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끊이지 않는다. 바로 산정상에는 태국 국왕과 왕비의 납골탑이 있어 많은 태국인들의 성지로 여겨지고 있다. 태국인들의 국왕에 대한 경배심의 단적인 표현이라고 할 수 있을 만하다.
놀랍게도 열대의 나라라는 편견을 간단히 깰 정도로 날씨가 무척 쌀쌀하다. 눈은 오지 않지만 서리가 내릴 정도로 태국 내에서도 별천지로 유명한 곳이 도이 인타논이다.
습하기 때문에 여기저기서 피어난 야생난이 향기를 피우고 있다. 쌀쌀한 날씨를 벗어나 베치라탄 폭포를 찾았다. 작은 규모이면서도 그 물보라의 힘이 장관이다. 물보라 사이로 넓게 펼쳐져 생겨난 무지개가 산새의 아름다움과 더불어 그 멋을 한층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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