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어렵다고 한다. 소비는 얼어 붙고 기업은 구조조정으로 숨가쁘다. 일각에서는 또 한번의 경제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건설업과 유통업을 비롯한 주력산업의 침체로 지역경제가 무너지고 있다는 보도는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일상이 되어 버렸다.
관광산업이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제주와 경주의 체감 경기 또한 최악이라고 한다. 경기는 내년에도 지금보다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지역을 활성화하기 위해 관광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자치단체도 적지 않다. 관광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두 손을 들어 환영할 일이지만 천편일률적인 개발내용을 들여다보면 걱정이 앞선다. 대개가 민자유치, 외자유치로 호텔과 컨벤션센터, 관광지를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에서도 남해안 관광벨트와 경북북부 유교문화권개발, 감포관광단지 등 대단위 개발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지난 1987년 국토의 20%를 리조트로 바꾼다는 꿈같은 목표를 내세워 일명 리조트법이 제정되면서 전국에 리조트붐이 일어났다. 그러나 곧바로 ‘버블붕괴’로 불려지는 경기침체가 시작되면서 리조트법에 기초해 계획된 시설 중 실제로 완성되거나 건설 중인 시설은 23%에 지나지 않았고 완성된 후에도 운영난을 겪고 있다. 긴 불황을 거치면서 일본 관광업계와 개발사업자들은 대규모 리조트 개발에서 지역과 밀착된 체험형 관광지를 개발하는 것으로 개발방향을 크게 선회한 바 있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만큼 경제상황이 불확실한 이때 대규모 자본이 소요되는 관광시설에 투자할 기업은 얼마나 될 것이며, 외자유치는 또 가능하기나 한 일인가. 이미 IMF이후 시설투자의 부담을 견디지 못해 경영은 급속히 악화되었고 급기야 문을 닫은 곳도 한둘이 아니다. 이제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호텔을 짓고 관광지를 만드는 일차원적인 해법에서 벗어나야 한다.
경제가 불안한 지금 관광진흥이라는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새로운 방정식을 찾지 않으면 안된다.
많은 투자없이 관광지의 활력을 유지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지역사람들의 일상생활이 관광객을 맞아 주는 그런 관광지를 만들어야 한다. 소프트 인프라를 갖추는데 전력해야 한다. 지역주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상가, 새벽시장, 지역특산물, 지역문화 등 하루하루 지낼수록 그곳에 빠져드는 체험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지역민들로 하여금 지역을 사랑하도록 만들어야 하고 관광객을 호텔에 잡아둘 것이 아니라 거리로 나갈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관광객 스스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그것이 가능한 사람들이 다시 찾도록 해야 한다. 생태관광이나 녹색관광, 지역사회형 관광개발은 바로 그런 소프트한 체험과 여행을 가능케 하는 새로운 개념의 방정식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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