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관광청 지원 아무나 받나?
[커버스토리] 관광청 지원 아무나 받나?
  • 천소현
  • 승인 2000.08.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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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막을 내린 웨덱스(WEDDEX)나 코트파(KOTFA) 같은 굵직 굵직한 행사를 앞두면 여행사와 주한외국관광청 사이의 접촉이 활발해진다. 간단한 경품 협찬부터 홍보물 제작 지원, 지면 광고 지원, 성과금 지급까지 다양한 지원을 요청하고, 조건을 협의하기 위한 만남이다. 그러나 관광청들이 제한된 예산안에서 최대의 효과를 거두기 위해 모객력과 실적이라는 획일적인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각 관광청마다의 지원기준과 입장, 그리고 여행사 관계자들의 서로 다른 의견을 들어보자.

지난 16일 막을내린 제14회 한국결혼상품전에는 6곳의 관광청과 약 30여곳의 여행 업체들이 참가했다. 이 중에서 괌정부관광청은 여행사를 대상으로 가장 활발한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14개 여행사를 선정해 실적에 따라 여행사에게 일정 액수의 지원금을 지급하고 상담직원에 대해서도 상위 5명을 선발하여 개별 포상을 실시했다. 관광청의 이은경 과장은 “지난 춘계 웨덱스부터 했는데 대부분의 여행사에서 목표치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한국 시장이 성장하자 현지에서의 관심도 증가해 이번 추계 웨덱스에서는 액수를 좀 줄였지만 더 많은 여행사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 기준, 모호하다? VS 다르다!
그러나 관광청마다 예산의 규모가 다르고 기본적인 정책방향이 다르기 때문에 여행사의 입장에서는 관광청의 지원이 편중되는 것이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도 높다. 허니문과 일반 패키지는 물론 가끔씩 비수기에 등장하는 특별상품의 경우도 모객이 보장되는 여행사만이 수혜의 자격을 얻는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러한 프로모션의 과정에는 관광청마다의 고유한 상황이 적용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지에서 파악하는 한국시장의 성숙도에 따라 마케팅의 방향과 규모, 단계가 달라지게 되고 또 이윤을 추구하는 입장이 아니기 때문에 고려하게 되는 형평성, 공익성도 크게 작용한다.

태국정부관광청의 경우는 여행사 선정에 있어서 까다로운 조건을 적용하고 있다. 김주희 부장은 ‘신상품인가?’ ‘얼마나 이벤트화 하는가?’도 중요하지만 현지 상황 때문에 거래하는 랜드사와 랜드피의 문제도 꼼꼼히 따진다고 말한다. 스위스관광청의 경우는 한국 시장의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당장은 체재 박수를 늘리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지인 소장은“홍보지원비의 명목으로 적지 않은 액수를 지원한다. 유럽쪽을 중점적으로 홍보하는 여행사 중에서 매년 꾸준히 송출이 증가하는 10여개 여행사를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원금의 사용내용에 대해서는 박수 증가를 조건으로 자율에 맡기고 있다.

홍콩관광협회는 최근 들어 홍콩을 허니문 목적지로 부각시키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기 때문에 여행사의 선정도 같은 맥락으로 흐르고 있다. 기본적인 홍보물 지원과 개별 홍보물 제작, 지면 광고비를 일정 정도씩 분담하는 정도지만 경우에 따라 그 비율이라든가 조건은 유동적이다.

그러나 대상 여행사가 되든 그렇지 못했든 간에 여행사의 공통적인 의견은 너무 실적과 외형 위주로 지원이 흐른다는 점. 정작 필요한 부문에서는 지원을 해주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아쉬움이다. 특히 중・소 여행사의 경우 자금력이나 인지도의 문제로 광고나 가격경쟁으로 접근하기도 어렵고, 새로운 상품을 런칭하는 위험부담을 고스란히 안으면서 투자를 할 수도 없지만 관광청에서는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원을 꺼리고 있다. 한 홀세일러 업체의 관계자는 “홀세일러면서 소비자 프로모션 행사에 참가하는 것이 타 여행사의 원성을 사기도 하지만 관광청 지원금을 얻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 실적으로 말하라
이에 대한 각 관광청의 입장은 다양하다. 우선 ‘매출’은 획일적인 잣대가 아니라 그나마 공정성을 확보하는 ‘유일한 기준’이라는 입장이다. 한 관광청의 관계자는 “항공사의 추천을 받아 항공좌석 블록을 가진 여행사를 우선으로 선정하다보니 온라인 업체 등 전망 있는 회사에 지원하지 못하는 것이 개인적으로 아쉽다. 하지만 업계 전체가 ‘빈익빈 부익부’ 쪽으로 흐르듯 지원도 마찬가지다. 지원을 해도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여행사를 지원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대부분의 관광청에서는 같은 목소리를 낸다. 기준이 뭐냐는 질문은 많이 받지만 여행사들이 관광청의 업무와 성격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의 실적이 아니라면 무엇을 기준으로 여행사를 선정하는가? 관광청의 예산으로 모험이나 무리한 투자를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어느 실무자는 “그 실적이라는 것이 몇 명당 얼마라는 식의 산술계산이 아니다. 대상 여행사에 요구되는 세부적인 선행조건들이 다 충족되어야 한다. 관광청이 편파적으로 돈을 뿌리는 곳 정도로 보여지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한다. 한 마케팅 전문가는 “시장의 논리에 따르는 것이다. 지금 행해지는 프로모션 등도 하나의 방법이고 아이디어일 뿐 방법사이의 우열이나 획일적인 방안 등은 있을 수 없다. 중・소 여행사들이 지원을 얻고 싶다면 그 만큼의 경쟁력이나 기획력을 갖추고 관광청의 문을 두드려야 한다”고 말한다.

관광청 나름대로 엄격한 선정 과정을 거쳐도 꼭 만족할 만한 성과를 보장받는 것도 아니다.
특히 현금 협찬의 경우는 자금력이 취약한 여행사 측에서 매우 민감하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기 때문에 오해의 소지도 많고, 지원후의 성과도 정확하게 측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돈이 샌다는 느낌’이 없지는 않다고 입을 모은다. 계약서에 조건을 명시하지만 개별 사안으로 적용되는 지원의 효과를 전체 항공 좌석 판매 통계에서 파악하기는 어렵다. 일부 관광청에서는 여행사가 애초의 예상한 실적에 터무니없이 미치지 못하자 약속한 지원금을 거부하거나 성취도에 비례해 지불했던 사례도 있지만 결국은 대외적인 이미지에 손상을 입었다.

◆ 딜레마를 넘어서
시장의 논리를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형평성이나 공정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사실은 관광청의 딜레마로 보인다. 관광청 지원 수혜자들이 ‘빈익빈 부익부’ 현상에 머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시장논리의 측면이 강하다. 그러나 너무 낮아도, 너무 높아도 안되는 관광청의 문턱. 걸려 넘어지지 않으면서도 적당히 한계를 그어주는 가이드 라인이 필요하다.

문제는 이런 지원책들이 다양한 프로모션 전략에서 한 부분이라고는 하지만 단기간의 전시효과가 아니라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안목의 마케팅 전략 안에서 움직이고 있느냐는 지적이다. 실무자나 결정자의 사적인 부분이 공적에 업무에 개입될 여지가 너무 많은 채로 관광청들 사이에 비슷한 자기 복제의 지원을 실시하는 것이 ‘상호협력’이 아닌 ‘상호이용’의 성격을 짙게 만들고 있다.

사실, 여행사의 입장에서 볼 때 관광청의 지원이 전체 상품개발이나 판매의 판도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이번 웨덱스에 참가한 어느 여행사의 관계자는 “지원을 받으면 좋긴 하지만 100~200만원 정도의 현금 지원은 사실 자체 매출에서도 얼마든지 커버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중요한 부분이 아니다. 오히려 장기적으로 신상품 개발 등에 대한 거시적인 지원이 아쉽다”고 말한다.

천소현 기자 joojoo@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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