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사원만큼이나 자연경관이 빼어난 나라.
베치란탄 폭포가 빚어낸 물보라 속에서 본 무지개, 소수 민족들이 펼쳐놓은 물건들은 우리네 삶의 모습과 다를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독특한 향료의 ‘#카오 팟’이 한국을 그립게 하는구나!

국왕을 섬기는 신심 가득한 곳
베치란탄 폭포의 물보라가 산 아래까지 퍼져간다. 물보라 사이에 피어난 무지개. 강렬하게 내리쬐는 빛과 섞여 만들어지는 구름다리의 모습에 눈을 뗄 수가 없다. 실로 이렇게 엄청난 장관은 그림속의 물감으로 짙게 새겨진 ‘빨주노초파남보’ 인공적인 일곱 색깔이 보여주는 것과는 비교가 될 수 없을 정도로 투명하게 비쳐지는 모습이 아름답기만 하다. 한참을 바라보다 어느덧 무지개가 감쪽같이 사라진다. 구름에 가려 실종된 강렬한 햇빛, 세상의 이치란 참으로 신기하다. 음양(陰陽)의 조화로 인해 새로운 창조물을 만들어내듯 물보라와 햇빛 어느 것 하나라도 빠지면 만들어질 수 없는, 교집합이 만들어낸 신의 작품.
베치란탄 폭포의 물줄기가 지면과의 충돌을 일으키며 뿜어내는 마찰음을 뒤로하고 산 아래로 내려갔다.
태국의 지붕인 도이 인타논을 내려오면서 우연찮게 소수 민족들이 길 가장자리에 펼쳐 놓은 가판대가 눈길에 들어온다. 우리네의 시골 할머니들의 모습을 간직한 소수 산악민족들의 생활은 그야말로 비참할 정도라는 생각이 든다. 관광객들의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는 가운데 갖가지 토산품을 내놓고 팔고 있는 그들에게서 일종의 연민의 정이 느껴진다.

왕에 대한 존경심으로­납골탑
발걸음을 빨리해서 해발 2,300미터의 체디 파크(Chede Park)로 이동했다. 도이 인타논 정상의 안개가 이곳에도 짙게 감싸며 우기의 마지막을 장식하듯 비가 쏟아졌다. 일단 비를 피하기 위해 식당으로 들어갔다. 식당이라고 하기에는 규모가 작은 간이 매점과 같다.
볶음밥과 비슷한 형태의 ‘카오 팟’이라고 불리우는 태국의 전통 음식을 주문했다. 태국의 음식은 그 독특한 향료 때문에 많은 한국인들이 싫어하는 경향이 있지만 ‘카오 팟’은 한국인의 입맛과 유일하게 맞아떨어지는 음식이라고 한다. 특히 생선을 발효시켜 국물을 우려내고 매운 고추를 섞은 간장맛 나는 소스를 비벼 한 숟가락씩 떠먹는 맛이 일품이다. 배가 부르다는 신호에도 불구하고 혀에서 느껴지는 매콤한 맛에 수저 놓을 용기가 도저히 나질 않는다.
소화가 되기도 전에 자리를 뒤로하고 현재 태국국왕인 라마9세와 왕비의 납골탑을 잠시 보았다. 현재 태국국왕과 왕비의 납골탑이 있어 유명한, 죽어서도 태국을 지키겠다는 마음으로 태국의 제일 높은 곳인 이곳에 자신의 사후자리를 결정했다.
웅대하게 하늘을 향해 뻗어있는 탑과 같은 납골당은 태국 국민들의 왕에 대한 존경심을 반영함과 동시에 국왕이 차지하고 있는 위상을 느낄 수 있는 건축물이다. 공화국인 우리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국왕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심(?)은 태국의 문화를 이루는 큰 줄기로 자리잡고 있다.
현 라마9세(푸미폰 아둘야뎃)는 세계에서 최장기간의 재위기간 기록을 보유하고 있으며, 역대 태국의 국왕 중 국민들로부터 가장 존경받고 있는 국왕으로 그의 친형인 라마8세 아난다 마히돌 국왕의 갑작스런 의문사로 형의 자리를 계승해 만 18세의 나이로 라마 9세의 자리에 즉위하게 되었다. 그러나 일설에는 현명한 동생에게 왕위를 계승하기 위해 잠적했다는 소문도 널리 퍼지고 있다. 태국 국민에게 국왕은 국가의 상징 그 이상이다. 특히 1992년 유혈 민주항쟁 당시 군부의 수친다 총리와 야권의 잠롱 방콕 시장을 불러들여 무릎을 끓어 앉히고 질책하는 모습이 전세계에 방영되면서 태국민의 커다란 감동은 물론 나 자신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었다. 지난 1996년 6월9일은 푸미폰 국왕의 즉위 5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전국의 사창가와 환락가는 이날만큼은 영업을 하지 않았다. 또한 태국의 국기인 뜨라이롱(Tri-Rong)기에도 국왕의 충성심이 한껏 표현되어 있다. 중앙의 청색부분은 국가 원수인 국왕을 의미하고, 다음의 흰색은 불교를, 제일 바깥쪽의 붉은색은 국민을 표현하며 국민의 피로써 불교를 정신적 바탕으로 하여 국왕을 수호하고 있는 태국의 현실을 나타낸다.

화려한 황금빛의 도이수텝사원
치앙마이의 시내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도이 수텝으로 올라가는 길이 흡사 태백산맥을 넘는 도로를 연상시킨다.
도이 수텝 (Doi Suthep). ‘도이’란 말은 란나어로 산을 뜻한다. ‘수텝’은 당시 이 산에서 수도하던 은자의 이름에서 따온 말이다. 1200M의 고지 위에 자리잡고 있는 사원이다. 회전하듯이 올라간 끝에 황금빛으로 빛나는 도이 수텝의 전경이 시야로 들어왔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는 동안 부산하게 고막을 때려오는 중국어를 들어야만 했다.
1386년 란나왕국의 게오나(GEUNA)왕은 수코타이 왕국으로부터 부처님의 사리를 얻어 가장 신성한 곳에 안치하기 위해서 흰 코끼리 등에 사리를 모신 후 코끼리가 가는데로 왕과 대신들이 뒤따라 가보니, 현재 이 사원의 파고다가 서있는 장소에 이르러 더 이상 가지 않고 우뚝 서버려 부처님의 사리상자를 안치한 후 이 사원을 지었다. 목조 건물의 한국 사원이 정갈함을 추구했다면 태국의 사원은 황금빛의 화려함을 뽐낸다.
국기에도 나타나듯 태국인의 80%가 불교를 믿고 있다. 지금 현세에 처한 고통은 전생의 고통이요, 다음 생에서 이를 보상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이 곳 도이 수텝 여기저기서 볼 수 있다. 머리에 물을 뿌려주며 아무 것도 모른 채 만냥 신기해하는 어린 아이에게 복을 기원하는 승려의 모습에는 인자함이 가득하다. 현재의 고통도 종소리와 함께 멀리 날려 버리렸고 정성들여 탑 주변에 있는 종을 일일이 쳐가는 아낙네의 수심에 찬 모습이 연정(戀情)을 불러일으키며 가슴 찡하게 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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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마이 글·사진=김헌주 기자 hippo@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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