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가계공항에 내리자 제법 쌀쌀한 바람이 얼굴을 때린다.
이상기온이란다. 원래는 사시사철이 따스한 곳이라 난방도 안하는 곳이라는데. 고개를 돌려 보니 천문산이 그림처럼 앉아있다. 일행 모두 감탄사 연발. 이곳 관광을 왜 ‘와와관광’이라고 하는지 알만하다.

때묻지 않은 자연과 사람들
공항을 빠져나오자 장가계시 시장단 일행이 우리를 반긴다. 간단하게 인사를 마치고 버스에 올랐다. 가이드의 안내로 2,000년이 되간다는 장가계시의 역사를 귀로 담으며 눈은 연신 차창밖으로 펼쳐지는 한폭 풍경화속으로 빠져든다.
장가계시는 호남성 서북부에 위치한 곳으로 신선들이 산다는 이상향 무릉원에 속해있다.
무릉원 관광원은 1992년 세계문화자연유산으로 지정됐으며 장가계,삭계욕,천자산 등 3개 경치구를 묶어서 이르는 말로 웅장함이나 아름다움이 계림이나 황산에 비할 바가 아니다.
백양고찰로도 불리는 보광선사는 명나라때인 1413년 지어진 곳으로 곳곳에 새겨진 조각 등에서 도교적인 색채를 물씬 풍긴다. 연못에 손오공 일행이 거북이를 타고 가는 석상이 있는데 동전을 던져 거북이입에 적중하면 그 날 하루는 운수가 대통이란다. 우리 일행들도 거푸 던져보기는 하나 행운을 잡기가 그리 쉽지는 않나보다.
잠시 밖으로 나와 거리를 걸어본다. 마치 우리나라 70년대를 보는 듯 모든 것이 소박하다. 가끔 마주치는 사람들의 미소조차도.

토가족 삶을 한눈에 토가족 민속촌
장가계시 인구의 60~70%를 차지한다는 토가족 민속촌을 찾은 것은 해가 거의 질 무렵. 통통하고 귀엽게 생긴 토가족 아가씨 3명이 환영의 노래를 불러준다. 토가족은 노래하고 춤추는 것을 아주 즐긴다. 전통가옥은 보통 3~4층으로 높게 짓는데 습기와 산짐승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날아갈 듯 하늘을 향해 마음껏 휜 지붕 양쪽으로 금방이라도 날개짓을 할 것 같은 백로 두 마리, 붉은 기둥을 휘휘 감으며 눈을 부라리는 흰 용 등이 놀랄만큼 생동감 있게 새겨져 있다.
토가족 여인네들은 뛰어난 손솜씨를 가지고 있어서 어디를 가나 햇볕 아래에 다소곳이 앉아 뜨개질 하는 여인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곳에서도 직접 물레를 돌려 베를 짜는 여인들과 그들이 손수 짠 옷 가방 그림 등을 판매하는데 그 섬세함에 혀를 내두를 정도이다.
하루쯤 푹 쉬면서 이 곳의 정서에 푹 젖고 싶은 관광객을 위해 전통식으로 지은 호텔도 있다. 세상사 모든 시름을 잊고도 남을 만큼 그 전망이 좋다.
토가족 여인들의 삶은 울음과 밀접한 관계를 가져왔다. 시집갈 때 우는 모습이나 소리를 듣고 잘 울면 대접을 잘 받고 그렇지 않으면 매운 시집살이를 면키 어려웠다고 한다. 그래서 이들은 딸이 태어나면 5세 정도부터 우는 연습을 시켰다. 오죽 울었으면 딸들이 쓰는 침대를 눈물의 침대라고 했을까. 울어야만 행복을 보장 받을 수 있다니 토가족 여인들의 삶도 참 아이러니하다.

음악과 술과 춤이 있는 밤
어느덧 해는 넘어가고 어둠이 깔린 민속촌은 흥겨움으로 그 얼굴을 바꾼다. 여기저기서 경쾌한 민속음악이 흘러 나오고 관광객들과 토가족 주민이 음에 맞춰 발을 맞춘다. 건물마다 밝힌 조명등으로 축제분위기는 무르익고 처마 밑에 달린 홍등도 제 흥에 못이겨 살랑살랑 몸을 흔든다. 민속촌안에는 토가족 전통음식을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도 있다. 전통요리로는 비둘기 꿩, 토끼등 야생동물 요리가 주를 이루며 날씨가 따뜻한 곳이라 훈제요리도 즐겨한다고 한다. 맛은 짜고 맵고 독특한 향신료를 많이 사용한다. 여자 남자 가릴 것 없이 엄청난 주량을 자랑하는데 술 도수는 50도 정도로 손님에게 3잔 정도를 연속해서 권하는 것이 예의다. 그런 독주를 연거푸 입에 털어넣는 것이 기가 질릴 정도다. 음식향기에 취한건지 술향기에 취한건지 몸이 후끈 달아오른다. 밖으로 나오니 저녁바람이 사뭇 시원하다. 저쪽에서는 아직 그들만의 축제가 한창이다. 구슬픈 듯 흥겨운 음악소리가 싫지않아 가만히 어깨를 들썩거려 본다.
장가계에서는 관광객들이 뜸한 틈을 타 도로공사가 한창인데 덜컹덜컹 깜깜한 비포장도로를 버스는 환한 대낮인양 잘도 달린다. 12월 중순쯤이면 잘 닦여진 길로 다닐 수가 있다고 하니 편하겠다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쉽다. 이런 재미를 어디가서 다시 맛볼 수 있을까 싶어서.
한 40여분을 달렸나 우리 여정의 첫 쉼터인 비파시 호텔에 도착했다. 이곳은 장가계국가삼림공원의 금편계곡을 정원삼아 앉은 곳으로 그 풍경이 가히 일품이라 하는데 밤이 이슥해서야 도착해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내일 세상이 잠에서 깨기 전에 내가 먼저 깨어 그 아름다움을 마음껏 품어보리라.

금편계곡으로의 유쾌한 산책
깜박 잠이 들어섰나 싶은데 밖은 벌써 환하다. 이름모를 새 지저귐에 이끌려 밖으로 나오니 잘 정돈된 호텔중앙의 정원에는 채 가시지 않은 새벽의 여운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아침을 먹고 금편계곡으로 향했다. 날씨마저 화창해 봄소풍을 가는 어린아이처럼 마냥 유쾌했다. 금편계곡은 도보로 약 2시간30여분, 6km정도의 산책코스라 할 수 있다. 온갖 형상의 거대한 암석들과 깊은 계곡마다 깔린 안개, 유리알처럼 맑고 차가운 물, 세상 온갖 더러움을 씻어버릴 듯이 신선한 공기가 그 신비스러움을 더한다.
금편계에서의 빼놓을 수 없는 풍물은 가마. 2인1조의 가마꾼이 의자처럼 생긴 1인용 가마를 메는 것인데 걷는 것이 힘들 때 한 번쯤 타볼 만 하나 몸은 편해도 마음은 영 불편하다. 작은 몸집으로 이리저리 가마를 옮기며 걸어가는 모습이 고단한 그네들의 삶을 엿보는 것 같아 좌불안석이다. 그러나 이것이 그들의 유일한 생계수단이라 하니 불편(?)하더라도 한번쯤은 타 보도록 하자. 들썩들썩 거리면서 바라보는 바깥 풍경도 나름대로의 운치가 있으니….
장가계=박종란 기자
취재협조=웨이투어 02-3455-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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