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없는 태국 관광은 상상할 수 없다’는 편견을 불식시킨 곳이 치앙마이다. 태국 북부 지방에 위치한 치앙마이는 산세의 수려함과 함께 TV에서나 만날 수 있었던 고산족들의 삶의 모습을 뗏목과 코끼리가 어우러지는 트레킹을 통해 만나 볼 수 있다.

바다가 없어도 아름다운 곳
사라져가는 문화 보존­치앙마이 고전문화센터
치앙마이의 마지막 밤이다. 우리네의 남대문 시장과 같은 나이트바자로 걸음을 옮겼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상점에서 수 만가지 물품을 벌려 놓고 물건을 파는데 여념이 없는 상인들을 헤치고 치앙마이 고전문화센터를 찾아갔다.
치앙마이 고전문화센터는 사라져가는 치앙마이의 문화 및 풍습을 보전함과 동시에 외국인들에게 소개할 목적으로 문을 열었다. 코끼리들의 환영 인사를 받으며 입장하자마자 태국 고유의 타악기와 현악기가 울려 퍼지며 란나왕국의 건설을 형상화한 퍼포먼스가 진행된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생각나기도 전에 한 상 가득히 차려온 음식을 들며 태국 북방민족의 문화와 융화되어 가는 자리가 된다. ‘세계는 하나’라는 명제보다도 동양적인 가치관을 갖고 있어 그런지 어렵지 않게 동감이 간다.
오늘은 다른 날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해가 채 뜨기도 전이다. 치앙마이 대학 정문으로 달려갔다. 도이 수텝에서 승려들이 탁발(托鉢)을 하기 위해 시내 중심가로 내려오는 모습이 보인다. 치앙마이 사람들은 자신들이 고통을 당하거나 마음이 괴로운 일이 있을 때마다 승려들에게 음식을 주며 기도를 한다. 여기저기서 번뇌를 안고 신에게 의지하는 사람들이 간간이 보인다. 탁발승들은 새벽마다 맨발로 먼 거리를 내려와 자기가 먹을 양만큼 음식을 받고 번뇌에 쌓인 중생들을 위해 기도를 해주고 다시 사원으로 돌아간다.

젊은이들 사로잡는 ‘정글 트레킹’
치앙마이의 참 매력은 트레킹이다. 젊은이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정글 트레킹’은 도보를 주로 이용하지만 코끼리 등에 올라앉아 유유자적하며 정글을 누비거나 때로는 지프차로 때로는 뗏목을 타고 진행된다. 수풀 속을 탐험해 들어가다가 산악 마을을 만나면 그 곳에서 숙박도 하고 그들과 생활을 같이하며 아프리카나 남미의 아마존강 유역의 정글 트레킹과는 다른 태국 산악의 참 멋을 느낄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일년에 백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세계의 이곳 저곳에서 잃어 버렸던 옛 고향을 찾기라도 하듯 이런 오지까지 들어와, 현실의 속박된 삶에서 해방된 기분으로 마음껏 자연을 즐기고 간다고 한다.
일정이 촉박해 정글 트레킹에 참가 못한 게 아쉽지만 치앙마이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축약된 트레킹에 참가했다. 커다란 코끼리들이 떼를 지어 몰려있다. 이곳에서는 코끼리의 노동력을 이용해 숲 속의 나무를 나르거나 쌓거나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관광객들에게 이 코끼리를 훈련시키고 기술을 가르치는 장면을 공개해 볼거리를 제공하는 모습이 어렵지 않게 눈에 띈다. 치앙마이의 코끼리는 비교적 순하고 길이 잘 들어 있어 큰 위험없이 오래 전부터 교통수단으로 이용되거나 작업에 투입되어 왔다.
생각했던 것보다 코끼리 등에 앉아보니 꽤 높다는 생각이 든다. 강물을 거침없이 건너고 가파른 경사도 쉽게 넘어가는 코끼리를 통해 일찍부터 교통수단으로 사용되어온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넘실넘실 대는 코끼리에 몸을 맡긴 채 연인, 때로는 친구에게 그동안 말 못했던 부분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 둘만의 시공(時空)이 제공된다. 코끼리로부터 몸을 옮겨 이제는 뗏목이다. 황토 빛깔의 물이 축축히 젖어 있는 뗏목을 타고 미끄러지듯 강물을 박차고 나간다. 가볍게 마시는 한 잔의 술이 절실하게 생각난다. 유유히 흐르는 강물이 때로는 거친 물살로 돌변해 가슴을 졸이면서 스릴을 만끽하기도 한다.

난농장의 짙은 향기와 매력만점 쇼핑거리
난농장을 끼고 있는 식당에서 가벼운 식사를 위해 자리를 옮겼다. 유난히도 유럽인들이 눈에 들어왔다. 태국의 난은 한국과는 다른 멋을 갖고 있다. 뿌리를 땅에 내리지 않아 육안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공기 중으로 노출되어 있는 특징을 볼 수 있다. 유난히 꽃도 자주 피어 난농장에는 짙은 향기가 자욱하며 후각을 자극한다.
치앙마이가 세계적으로 알려진 것 중의 하나가 싼 캄팽 쇼핑거리다.
장장 12㎞에 걸쳐 단일 상품별로 제품 생산공장이 즐비하게 세워져 있으며 대로변에는 각각 디럭스 쇼룸을 갖추고 있어 쇼핑을 위한 쇼핑이 아닌 볼거리로서도 매력만점이다. 이 곳을 찾는 관광객들은 제품생산 과정을 직접 볼 수 있고 쇼핑요구를 자극할 만큼 선택 폭이 다양한 상품을 공장도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 주로 수공예품을 생산·판매하고 있으며 주요 품목은 은세공, 실크, 가죽, 목각 등이 있고 치앙마이의 상징처럼 되어버린 그림우산의 제작과정과 함께 구입도 가능하다. 대나무를 원료로 해서 우산의 뼈대를 만들고 종이를 붙여 얼마 되지 않은 시간 내에 화려한 색깔의 옷을 입혀 완성된다. 신기하게 쳐다보는 나를 위해 그림을 그려주겠다며 카메라 가방에 다채로운 색깔을 응용해 꽃에 앉아 있는 나비를 채 3분이 되지도 않아 그려주었다. 카메라 가방을 볼 때마다 웃음 지으며 유유히 그려 내려갔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정말 아쉬운 치앙마이와의 만남이었다. ‘수박 겉 핥기’라는 표현이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을 정도로 너무나 짧았던 2박3일의 일정. 다시 한번 오리라 기약 하며 치앙마이와 오랜 헤어짐의 길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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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마이=김헌주 기자 hippo@traveltimes.co.kr

태국의 산악 민족
태국의 북부 고원지역에는 7개 산악 부족이 각각의 독특한 생활양식을 유지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이들 소수 민족은 메오족, 카렌족, 야오족, 리수족, 라와족, 라후족 및 아카 족으로 불리우는데 문화, 종교, 언어 등 고유한 특성을 유지해 오고 있다.
‘북방의 장미’라는 칭호가 그 빛을 발하는 것은 이들 소수 민족들의 문화가 아직도 살아 있어 문화적으로 풍부한 볼거리를 제공해 주고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이 소수 민족들은 의복과 장신구, 독특한 언어 등 색다른 느낌을 주는데 생활 양식을 그대로 볼 수 있어 이들과의 만남 그 자체가 귀중한 체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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