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희 칼럼]벙커샷의 미학
[이태희 칼럼]벙커샷의 미학
  • 여행신문
  • 승인 2000.12.0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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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을 일부러 벙커에 빠트리기 위해서 골프 공을 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잘 치려고 한 공이었지만 원하는 방향과 관계없이 빠지게 되는 게 보통이다. 친 공이 벙커에 빠져서 기분 좋을 골퍼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프로골퍼들은 오히려 그 공을 한 번에 홀 컵에 넣을 수 있는 기회가 왔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도 한다고 한다.
골프 코스를 두고 흔히들 인생의 여정을 축소시켜 담아낸 것이라 하지 않는가. 한 동안 잘 나가는 듯 싶어 교만에 빠지면 어느 틈에 고난을 접하게 된다. 다스리고 참고 인내하면 웃게되지만 사소한 것을 다스리지 못해 순간의 역경을 딛고 일어서지 못하면 결국 실패하게 된다. 이런 골프를 결혼 생활에 비유한 유명 골퍼도 있다. 살아가며 겪는 삶의 굴곡이 홀 컵에 골프 공을 열 여덟 번 넣어야 하는 게임을 통해 깨달아지는 것이다.
살다보면 어쩔 수 없이 벙커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헤쳐나가야만 하는 사건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 경우를 당당히 인정하고 맞서서 헤쳐나가는 경우가 있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기는 가에만 집착하는 경우도 있다. 해법은 생각하지 않고 좋지 않게 닥친 결과에만 몰두하는 경우다. 이런 경우 보통 절제력을 잃게 된다. 결과적으로 벙커를 빠져 나오는 데 무수히 많은 샷을 허비하다보면 자멸의 길로 이를 수밖에 없다.
오히려 공이 벙커나 경사 심한 러프에 빠질 때 희열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래 이런 곳에서 한 번 샷을 날려보고 싶었다. 이런 어려움을 차라리 즐기면서 넘어가고 싶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벙커 안의 하얀 모래는 짜증을 부추기는 게 아니라 아름다운 삶의 배경이 된다. 그러다 보니 벙커 안에서의 플레이가 오히려 진부한 골프 플레이 중에 경험되는 일탈감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살아가면서 혹은 골프 라운딩을 하면서 찾아올 수밖에 없는 이런 기복을 어떻게 다스리는가에 따라 삶의 내용은 큰 폭으로 바뀔 것이다. 결국 앞으로 닥쳐올 허물과 불운에 이미 그런 것들이 결과될 수밖에 없도록 원인제공을 해왔던 본인이 있었음을 인정하는가 못하는가의 차이일 뿐이다.
요즘 유명 연예인들의 사생활이 대중에 노출되면서 구설수에 오르는 경우가 유난히 많아졌다. 백지영 비디오가 그렇고 성폭력 사건관련 주병진의 구속이 그렇다. 최근 들어 유독 섹스와 관련된 뉴스들이 집중 보도되고 있다. 특정 장면을 알게 모르게 기록하는 수단이 다양해졌기 때문이리라.
이런 경우 당사자들이 당하는 어려움은 벙커에 빠지는 샷을 날리는 것과는 사뭇 경우가 다르다. 당사자에게 돌아가는 상처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골프에서 벙커에 빠진 것이 지워지지 않는 허물이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한번 노출된 치부가 영원히 기록으로 남는 이 정보 공유의 시대는 골프가 아니라 냉정한 현실이다. 그런 허물을 세상에 내보이지 않도록, 스스로 자중하고 컨트롤하지 못할 때 벙커샷을 즐기는데 치러야 할 대가는 항상 크게 돌아오고야 마는 것이다.
경희대 관광학부 부교수 taehee@nms.kyunghee.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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