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일부 언론에 보도된 짤막한 토픽기사 하나가 많은 독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관광객 등 많은 여행객을 수송하는 기내에서 담배를 피운 승객 한 명 때문에 여객기가 이륙 1시간 만에 회항하는 소동을 빚었다는 내용이었다. 도쿄 나리타 공항을 이륙한 미국 시애틀행 아메리칸 항공 소속의 보잉 777기는 술취한 40대의 일본인 승객이 기내 화장실에서 승무원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담배를 계속 피우자 여객기 안전에 위험을 느낀 조종사가 1시간 정도 경과후 나리타 공항으로 되돌아 오고 말았다는 것이다.
세계 각국의 항공사들은 몇 년 전부터 승객의 안전과 건강을 이유로 기내의 모든 곳을 금연지역으로 선포, 운행하고 있다. 그런데도 문제의 승객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륙한지 20분이 지나자 줄곧 담배를 피웠다니 대단한 ‘골초’였던 모양이다.
흡연이 몸에 해롭다는 논문이 처음 발표된 것은 1939년 영국에서였다. 그후 지금까지 나온 수많은 연구논문이 담배의 유해론을 강조하고 있다. 담배가 타는 도중에 나오는 여러 가지 화학물질 가운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니코틴’과 ‘타르’이다. 이들 물질은 장기나 근육신경을 흥분 또는 마비시키며 혈압상승과 헤모글로빈의 산소운반 능력을 감소시킨다. 이같은 결과는 암, 심장병, 뇌졸중 등 각종 성인병의 발병률을 높이는 원인이 돼 결과적으로 흡연자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영국왕립의사회는 담배 한 개비를 피울 때마다 5분30초씩 수명이 단축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계산대로라면 하루 한 갑의 담배를 피울 경우 1년마다 한달씩 수명을 앞당기는 셈이 된다.
지난 90년대에 발표한 자료를 보면 우리 나라의 흡연 인구는 법이 정하는 성인의 경우 1천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들이 연기로 날려보내는 담배는 하루 평균 2천만 개비에 이르러 한사람이 하루에 한 갑 이상씩 재로 만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담배값만 해도 약 40억원으로 이를 연간으로 계산하면 1조5천억원에 이른다. 당시 우리 나라 국가 총예산 17조4천억원의 9%에 육박하는 천문학적인 수치다. 흡연자가 이렇게 많기 때문일까. 해외여행을 떠나거나 귀국하는 내국인의 경우 국내외 공항면세점에 진열된 갖가지 담배를 사려는 사람들이 외국인들보다 상대적으로 많다. 외국 관광객들이 토산품점 등에 몰리는 것과 상당히 대조되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외국의 흡연률을 보면 미국의 경우 지난 74년 42%이던 것이 82년에는 33%, 86년에는 27%로 크게 떨어졌다. 일본의 경우도 66년 남자 84%, 여자 18%이던 것이 86년에는 남자 63%, 여자 13%로 크게 떨어졌다. 그러나 우리 나라 사람들의 흡연 인구는 남자의 경우 65% 선에 이르고 있다. 내국인의 흡연현상이 외국과 다른 점은 외국에서는 학력이나 경제력이 높을수록 그 율이 낮은데 비해 우리 나라는 반대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 특이하다. 더욱이 우리 나라는 점차 늘어나고 있는 청소년들의 흡연이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모든 담배 포장지에 ‘19세 미만 청소년에게 판매할 수 없습니다’라는 경고문이 인쇄되어 있으나 별 효과가 없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청소년들이 담배에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완전히 개방되어 있다는 시사인지도 모른다.
금연관계 법률제정을 비롯, 공중이 사용하는 장소에서의 흡연제한구역 확대 등으로 흡연자들의 설 땅은 자꾸 좁아지고 있다. 하지만 애연가의 경우 담배를 끊는 것은 정말 어렵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도 세계적 추세에 걸맞게 금연운동을 전개, 더 이상 담배 연기에 건강과 돈을 떠맡기지 말아야 겠다. 그런 점에서 한사람의 흡연 때문에 여객기 회항소동을 벌였다는 해외 토픽이 애연가들에게 하나의 경종이 되기를 바란다.
전 연합뉴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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