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필봉, 서해, 십리화랑 어느 곳 하나 절경 아닌 곳이 없는 산 천자(天子). 그 이름만큼이나 위풍당당하면서도 신비스러움을 잃지 않는 이 곳은 장가계 관광의 백미라 할 만 하다.

시간마저 숨죽인 아름다운 땅
어느 화백의 산수화가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 있을까. 케이블카 아래로 펼쳐지는 천자산의 자태에 일행들은 나름대로의 미사여구를 총동원해 찬양하기가 바쁘다.
희뿌연 구름위로 불쑥불쑥 고개를 내민 수 백여개의 기암괴석들과 그 위에 의연하게 서 있는 몇 그루의 노송들,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깊은 계곡 사이를 빼곡이 채운 수목들이 뿜어내는 신령스러운 기운에 우리는 구름이 아닌 케이블카를 탄 21세기의 신선이 되어 천자의 아름다운 풍경에 쏙 빠져들었다.
정상에 다다르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15분쯤. 천하의 절경을 단 15분만에 뚝딱 감상 해버렸다는 것이 어쩐지 ‘천자’에 대한 예의는 아닐 듯 싶은데 걸어서는 3시간이 족히 걸린다니 짧은 일정이 아쉬울 따름이다.
어필봉(御筆峰)은 무릉원의 수많은 봉우리들 중 단연 그 맵시가 돋보이는 곳으로 깍아지를 듯한 기암괴석위로 서있는 노송들이 꼭 거꾸로 꽂아 둔 붓과 같다 하여 황제의 붓이란 뜻의 이름이 붙여졌다 한다.
3억8,000만년전 바다였다던 가이드의 설명 때문일까 중국인들이 줄을 서서 똑같은 포즈로 사진을 찍어대느라 분주하던 서해(西海)는 산과 구름이 어우러진 것이 영락없이 바다와 섬이다. 숨을 들이쉬면 바다냄새가 날 것 같다.
역시 케이블카를 타고 하산했는데 오를때보다 천천히 내려왔다. 덕분에 느긋하게 천자산에 빠져 들 수 있었다. 멋지다.
흔들리는 차안에서 깜빡 졸다가 눈을 떠 밖을 내다보니 장가계의 산들이 어렴풋이 보이는 데 그 모습이 12폭 병풍을 펼쳐 놓은 듯 멋스럽다. 장가계에 와서는 졸지 말아야겠다. 잡시 잠든 사이에 수많은 볼거리를 놓쳐 버릴 수도 있으니, 대신에 밤에 버스를 탈 때는 꾸벅꾸벅 졸아도 손해가 없을듯. 그야말로 한치앞을 구분하기 힘들만큼 깜깜, 무료 그 자체니까 .
네발 달린 것들 중 책상만 빼놓고는 다 먹는다는 중국답게 돼지, 비둘기, 뱀, 개구리 등 ‘육해공군’이 총출동한 거나한 저녁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모처럼 호텔 밖으로의외출을 감행했다. 우리가 이틀째 밤을 보낸 강한산장은 3성급 호텔로 밖을 나서면 간단하게 술을 마실 수 있는 포장마차가 있다.어둠 속에 더욱 그 빛을 발하는 별과 맑디 맑은 공기, 좋은 사람들 그리고 우리 눈 앞에서 생과 사를 달리한 닭 한 마리를 가운데 두고 장가계에서의 마지막 밤이 저물어 간다.

갖가지 이야기를 만나는 곳 ‘황룡동’
용왕의 전설이 깃들어 있는 황룡동(黃龍洞)은 그 높이가 160m, 현재 개발되어 있는 코스만 15km나 되는 대규모 석회동굴로 굴 안에서 배를 타고 이동한다. 도로로 치자면 2차선 정도의 넓이의 물이 흐르는데 동굴안에서 배를 타는 재미가 독특하다. 발길 닿는 곳마다 손오공과 그의 부하들, 용왕님의 얼굴등 갖가지 형상과 이야기를 간직한 종유석들을 보고 있으려니 꼭 무슨 지하왕국이라도 온 듯한 느낌이다.

자연미와 인공미의 조화 ‘보봉호’
내노라 하는 자연미를 제치고 장가계를 찾는 관광객들의 사랑을 듬뿍받고 있는 보봉호(寶峰湖).
댐을 쌓아 물을 막았다는 이 인공호수가 장가계 여정의 마침표인 셈이다. 입구에서 천천히 20여분 정도를 걸어 들어가면 선착장이 나오는데 여기서부터 유람선을 타고 간다. 10여분쯤 갔을까 호수 한켠의 지붕이 덮힌 자그마한 배에서 토가족 전통의상을 입은 아가씨가 유람객들을 위해 목청껏 노래를 불러준다. 그 목소리가 호수의 울림과 어울러져 어찌나 고운지 사람들의 넋을 쏙 빼놓는다.
제법 단풍을 두른 계곡과 비취빛 호수에서 미끄러지듯 조용히 물살을 가르는 유람선에 몸을 싣고 있으려니 연이어 펼쳐지는 비경 감상에 조금은 지친 몸과 마음에 작은 평화가 깃든다. 20분쯤이면 건너편 선착장에 다다르는데 그곳에 앞으로는 호수를 뒤로는 아름다운 산을 배경으로 아담한 호텔 하나가 서 있다. 그야말로 보이는 건 산과 물이요, 들리는 건 새 울음소리뿐이다. 한번쯤 세상의 모든 소음으로부터 격리되고 싶을때 머물러도 좋을 듯 하다.
장가계서의 마지막 저녁식사는 뷔페식 전골. 염소, 양, 닭고기와 갖은 야채와 향료등을 넣어서 직접 만들어 먹는 전골로 무슨 실험실의 연구원들처럼 진지한 얼굴로 이것저것 넣어 맛내기에 열중하는 일행들을 보는 재미가 먹는 재미보다 더하다.

진한 아쉬움 안고 불산으로
공항으로 가기전 아무래도 아쉬움이 남아 짧은 시내탐험에 나섰다. 하루일과를 마치고 삼삼오오 모여든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활기와 거리를 가득 메운 쇼윈도, 여기저기서 한창 진행중인 공사현장등을 둘러보며 이곳도 변화의 물결에 휩싸여 있구나, 곧 이곳도 중국 최고의 비경이라는 위상에 걸맞게 조금은 화려하게 변해가겠지 싶은게 왠지 마음이 밝지만은 않다. 현대화에 밀려 오랜 세월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소박하게 살아왔던 그들 삶의 방식을 너무 쉽게 포기하지는 말았으면 싶은 조급한 바램을 해본다.
이제 우리는 장가계의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했던 2박3일을 뒤로하고 황비홍의 고향이라는 소개로 출발부터 손꼽아 기다렸던 불산으로 향한다.
장가계=박종란 기자
취재협조=웨이투어 02-3455-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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