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에 따라 연일 어두운 소식만 신문 지상을 뒤덮고 있다. 퇴출 기업들 명단이 드러나면서 실직자가 무더기로 생길 것이라는 잿빛 전망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일반 소비자들의 체감 경기가 악화되면서 소비 심리가 급랭하고 있다는 소식은 이제 더 이상 뉴스도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비수기인데다 경제까지 이렇다 보니 국민 주머니 사정에 가장 민감한 여행업은 곳곳에서 죽는 소리 뿐이다. 패키지 여행사들의 모객은 물론이고 그나마 경기 영향을 덜 받는다는 인센티브 여행사들도 예년에 비해 영업 실적이 한참을 밑돌고 있다. 여기에 내년 경기도 하향국면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는 우울한 소식이 계속되면서 여행업계는 전체적으로 ‘마음의 준비’를 하자는 분위기가 흐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돌파구 모색하는 여행업계
하지만 난세에 영웅이 나고 위기는 곧 기회라고 했던가? 모두들 힘들고 어렵다는 시절이지만 여행업계 곳곳에서는 나름대로의 돌파구를 찾아 활로를 개척하고 뿌리를 더욱 굳건히 내리는 업체들도 종종 만날 수 있다.
이달 초 C여행사는 창투사로부터 43억원 가량의 투자 유치를 확정지었다. 창투사들의 투자가 꽁꽁 얼어붙은 시기에 진행된 이번 투자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쟁쟁한 벤처도 아닌 일개(?) 여행사에서 진행된 일이기에 더욱 눈길을 끈다.
총 3회에 걸쳐 진행되는 이번 투자에서 지난 2일, 1차 3억 원의 자금을 투자 받은 이 여행사는 이와 함께 대대적인 변신을 기획 중이다. 우선 창투사의 투자를 이끌어 내 벤처 조건을 충적시킨 이 여행사는 벤처여행사로 지정 받을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여행사 관계자는 “일본이 아닌 유럽을 상대로 하는 제대로 된 인바운드에도 진출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밝히고 “런던에서 열리는 유럽 최대의 관광전인 월드 트래블 마트에 자체 부스를 신청하고 6명의 직원이 참가해 본격적인 사업 착수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동영상으로 확보하고 있는 국내와 유럽 곳곳의 관광 정보를 이용한 온라인 사업에도 눈길을 돌리고 조만간 사이트도 개편할 예정이다. 패키지 여행사로 남아 있다면 그냥 그렇게 숨죽이고 경제 한파를 벗어날 수는 있겠지만 그보다는 이번 투자를 계기로 덤핑이 아닌 큰 틀을 갖춘 여행업체로 다시 태어나겠다는 야심찬 계획의 첫 걸음을 내딛는 셈이다.

전문성으로 무장 경쟁력 강화
내실을 갖춘 전문성으로 승부를 노리는 여행사도 있다. 국내 테마 여행을 전문으로 하는 여행자 클럽은 지난 96년 2명의 직원으로 시작해 지금은 직원 규모가 27∼28명에 이르는 중견 여행사로 자리를 잡았다. 한달 동안 행사를 많이 치를 때는 3,000∼4,000명과 함께 국내 곳곳으로 여행을 떠날 정도다.
조금씩 늘려나간 버스도 11월 현재 14대에서 조만간 8대를 추가로 구입해 22대로 늘릴 계획이다. 그것도 흔히 사용하는 지입제 버스가 아니라 여행자 클럽의 이름으로 등록된 자체 버스라는 점에서 든든한 재산이 아닐 수 없다. 여행자 클럽이 IMF라는 거친 파도를 넘어 지금처럼 성장할 수 있는 배경은 국내 테마여행이란 전문성을 일관되게 지켜 나갔기 때문이다.
이 회사 최욱재 사장 또한 “전문성만이 최고의 경쟁무기”라고 강조한다. 전문성은 남들이 잘된다고 해서 흉내내는 모방으로는 이뤄지지 않는다. 여행자 클럽이 한 개의 백화점과 두 개의 신용카드사와 거래를 할 수 있는 비결도 그간 꾸준히 쌓아 온 전문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연합 상품 등의 범람으로 여행사 고유의 개성 있는 여행상품이 사라지고 있는 해외여행 시장이지만 전문화의 위력은 예외가 없다. 랜드를 통하지 않고 세계 곳곳의 관광전에 참여하며 리조트만을 전문으로 개발해 상품화하고 있는 클럽 아일랜드 센타는 고급 허니문 시장을 중심으로 확실한 자기 자리를 굳히고 있다. 클럽 아일랜드 센타는 이밖에 내년도엔 반얀트리 GSA 대리점을 맺는다는 계획 아래 별도 법인 분리 등을 준비하는 등 리조트 전문 여행사의 명성을 쌓고 있다.

고객 재창출의 기본은 데이터 관리
당장 눈에 띄는 성과는 없지만 힘찬 도약을 위한 에너지를 충전하는 여행사도 있다. 범한여행은 지난 9월 중순 고객관리 프로그램을 완비하고 자동응답 전화와 함께 고객 데이터 관리에 나서고 있다. 범한의 경우는 회원 관리와 재수요 창출이 가장 중요한 영업 수단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비용 등의 이유로 원시적인 회원 관리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여행사에겐 주목 할 만한 본보기다.
총 예산 3억 5,000 만원과 6개월 이상의 공을 들여 여행사 최초로 고객관리 프로그램을 구축한 범한의 시도는 가고 싶지만 가지 못하고 있는 길을 먼저 개척한다는 점에서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미 7만 명 정도의 회원 데이터를 구축해 놓은 범한은 최근 드러난 프로그램 상의 몇몇 문제점을 해결하면서 내년부터는 고객 사은제도의 활성화 등으로 본격적인 고객 관리를 실시할 예정이다.

인바운드 관광객 사로 잡는다
불황 탈출은 여행사만의 숙제가 아니다. 외국 관광객을 상대로 우리의 리듬을 파는 난타의 경우도 지난 7월1일 전용 극장에서의 상설 공연을 시작하면서 외국관광객 유치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한시적이 아닌 상설 공연이 주는 부담을 메우기 위해서는 정기적으로 객석을 메워줄 관객 확보가 급선무라고 할 때 외국인 단체 관광객은 놓칠 수 없는 주요 고정 관객이기 때문이다.
지난 7월부터 일본 측 여행사들과 접촉을 시작한 이래 11월6일과 7일에는 440명 규모의 일본 수학여행단을 유치해 공연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처럼 대규모의 일본 수학여행단 공연은 난타 전용 극장이 생긴 이래 처음있는 일이다. 학생들의 해외 단체 여행을 제한하고 있는 관동 지역이 2002년부터 단체여행을 완전 자율화한다는 발표를 한 것을 고려하면 안정적인 시장 확보의 교두보를 삼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주)PMC 프로덕션의 관계자는 “7월에 접촉했던 JTB 등 일본의 주요 14개 여행사들이 최근 난타 공연을 상품으로 출시하고 있어 현재 매 공연 당 평균 23∼24% 수준인 외국인 입장객의 수도 12월 경에는 획기적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밝은 전망을 내놓았다.
여행업계에서는 이밖에도 내년 사업 계획을 준비하면서 새로운 도전을 꿈꾸는 업체들이 많이 있다. 신문 광고를 줄이고 본격적인 대리점 영업 등의 새로운 마케팅 도입을 계획 중인 업체도 있고 사업 영역을 다각도로 확대하려는 여행사들도 있다. 아무리 어려운 시기라 해도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시장을 개척하는 회사는 어느 분야나 존재하기 마련이며 여행시장은 이들에게 결국 문을 열어 줄 수밖에 없다.
김기남 기자 gab@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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