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관광호텔 경영난이 심각하다. 또 부도를 낸 관광호텔들의 경영권이 계속 바뀌면서 지방 관광호텔들이 관광호텔로서의 운영권을 포기하고 주거용 오피스텔이나 상업용 상가 등으로의 업종 전환을 꾀하고 있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때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지방 숙박시설 부족현상이 심화될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 10일 국회서 열린 ‘관광정책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토론회에 참가한 한국관광호텔업협회 회원사인 새재관광호텔 유경칠 회장은 “특급호텔을 제외한 지방의 1∼3급 관광호텔 376개사 중 현재 200여개 업체가 부도가 난 상태”라며 “최근 들어 오피스텔이나 상가로의 업종 전환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 회장의 돌출발언의 배경에는 참가한 국회의원, 관광행정당국 관계자, 업계 대표자, 학계 교수 등이 모두 ‘객실난’이라는 서울 한 지역에 국한된 문제만을 가지고 여행업계의 가장 큰 문제점인양 지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유 회장은 서울지역의 ‘객실대란’과 ‘부르는 게 값’이라는 서울 지역 특급호텔 객실 가격에 대한 여행업계의 성토와는 별도로 지방에서는 하루에 객실 2실도 못 파는 허울좋은 관광호텔이 허다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국관광호텔업협회(이하 호협) 관계자는 “지난 1월까지 145개 호텔이 폐업, 부도, 업종전환 등을 신고해 정상적인 영업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약 200여개의 호텔이 부도가 났다고 한 유 회장의 말은 신빙성이 높다”고 말했다.
현재 전국에 산재한 관광호텔은 457개소. 이중 특급호텔은 81개(특1급 31개, 특2급 50개소)인데 비해 1급부터 3급까지의 저급관광호텔은 376개로 특급호텔의 4배에 가깝다. 호협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서울시내 특급호텔은 객실점유율이 80∼90%에 이르고 서울시내 및 인근 일반관광호텔 만해도 60∼70%대까지 올라 유례없는 호황을 맞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방 호텔업계 사정은 참담하다.
하루에 객실을 두 개 판다면 도대체 어느 누가 경영을 맡으려고 하며 어느 누가 투자를 하려고 할지 대답은 뻔하다”며 “지방 관광호텔은 부채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요인을 항상 떠 안고 있다”고 말했다.

부채 허덕이다 업종전환 하기도
문제는 부채에 허덕이는 관광호텔들이 오피스텔이나 상가 등 주거용이나 상업용 건물로 업종전환을 시도하면서 지방 관광호텔 숫자가 점차 줄어드는데 있다. 또 최근에는 관광호텔 사업자들이 차라리 업종을 ‘러브호텔’로 변경하자는 자조적 의견도 나오고 있다.
서울이나 부산, 제주 등 몇 개 대도시에서만 관광호텔이 늘고 정부의 관광정책도 서울지역에 중저가 호텔이나 특급호텔 건립을 적극 장려하는 쪽으로 가닥이 맞춰져있어 지방 호텔은 점차 줄고 일부 대도시 호텔은 점차 늘어나는 관광인프라의 불균형이 심화될 우려가 있다.
8일 열린 토론회에서 박양우 문관부 관광국장은 “내년도 관광진흥개발기금 중 관광호텔지원에 약 300억원의 자금이 책정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 회장은 “담보를 잡힐 대로 잡혀 더 이상 잡힐 담보도 없는 데다 이자율(6%)도 높아 관광진흥개발기금을 지방 호텔이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문관부의 이러한 정책은 국민과 행정부에 대한 ‘립서비스’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호협 관계자는 “지방 호텔들이 돈(관진금)을 쓸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라며 “신축이나 증개축, 개보수에만 관진금을 사용할 수 있는 데다 그나마 소요자금의 50%만 신청가능하고 이중 15%가 나오면 잘 나오는 상황이다”고 지방 호텔들의 고충을 대변했다. 동 관계자에 따르면 관광진흥개발기금에 대한 이자율 6%는 현 시중금리인 9.5%보다는 낮으나 외국 자본에 대한 이자율이 3% 미만인 것에 비하면 높은 수준이라고 한다.

토론회서 관광정책 비난 목소리도
한편 최근 국감을 통해 대두된 ‘러브호텔의 외국인 관광객 대상 숙박업소로의 변경’이나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여관 시설 개보수를 통한 중저가 숙박업소 확충’ 등의 관광정책은 현실을 모르는 ‘탁상행정’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러브호텔이나 여관 등 일반 숙박업소의 시설과 서비스는 객실 크기와 부대시설, 주차장 등 엄격한 규격을 갖춰야만 허가되는 관광호텔과는 확연한 차이가 난다는 주장이다. 또 객실 하나 당 하루 3∼4회전이 가능하고 이를 위해 밤 12시가 돼야 손님을 받는 러브호텔이 관광호텔로 업종을 변경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호협 관계자는 “지난 88년 서울올림픽 때 적지 않은 정부의 관광자금을 쓰면서 실시된 지정여관제도가 거의 실효를 못 거둔 것은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중저가 숙박업소’의 현실성을 의심케 하는 하나의 잣대”라며 “당시 관광자금을 빌려 쓴 여관들 중에는 물침대를 사는 등 외국인 관광객 수용태세와는 상관없는 시설 보수에 소중한 관광자금을 남용하기도 하고 저급 관광호텔과 객실요금을 비슷하게 받는 등 편법요금을 적용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또 “당시 전국 283개 올림픽지정여관이 선정됐으나 대회기간 중 들어온 24만1,299명의 외래관광객 중 0.1%(약 250여명)에도 못 미치는 적은 수의 인원만이 이러한 숙박업소를 이용했다”고 말하고 “외국인 관광객을 수용하는 숙박업소가 반드시 제공해야만 하는 기본적인 서비스를 위해서는 숙달된 관광종사원이 필요한데 과연 어떤 관광인이 러브호텔이나 여관에서 일하려고 하겠냐”며 서비스에 대한 문제도 걸림돌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토론회에서 유 회장은 “지방 저급호텔들의 회생방안을 정부 차원에서 제공해주길 바란다”며 “이번 관광진흥법개정에 호텔업계의 의견을 반영해 달라”고 주문하고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관광을 지양하고 돈을 쓸 수 있는 관광문화를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 관광호텔들의 이 같은 성토는 결국은 관광호텔에서 오락실, 증기탕 등 부대시설을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법규를 개정해 외래관광객들에게는 즐길거리를, 지방 호텔업자들에게는 수익원을 제공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달라는 요구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 같은 문제는 항상 당시의 국민정서와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성급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철 기자 ruke@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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