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은 서비스산업의 본질이다. 사전을 보면「태도가 매우 정답고 고분고분함」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니 극히 추상적이고 주관적인 표현이다. 그래서 친절을 베푸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 그 정도를 객관적으로 집계하기도 어렵거니와 상품으로 규격화하기도 어렵다.
일반적으로 친절은 두 개의 축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하나는 제도적인 (institutional)축이고 다른 하나는 행위자, 즉 인적인 축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서양에서는 외면적인 즉 제도적인 면에 치중해 왔으나 동양에서는 내면적인 즉 인적인 요소에 큰 비중을 두어왔다. 제도적인 것의 예로 스위스의 경우를 들 수 있다.
모든 관광지는 완벽한 안내문과 표지판 그리고 설명이 여러 나라말로 제공된다. 또 보도에서는 여러 가지 색깔의 타일로 코스를 구별하여 한가지 색선만 따라다니다 팜플릿에 적힌 숫자와 일치하는 가장 알맞은 방법으로 설명을 해준다. 안내인이 별도로 필요 없다. 반면에 제도적인 것에 비하여 사람이 친절한 곳은 일본을 들 수 있다. 길을 물어보면 얼마나 자세하고 설명해 주는가. 심지어는 데려다 주는 사람도 있고 먼발치에서 길손이 제대로 찾아가고 있는지 목을 뽑아 확인하고서야 자기 길을 간다.
우리는 어떠한가 친절이 제도화 된 것도 아니고 몸에 밴 것도 아니다. 지난 어느 날 가을비가 촉촉이 내리는데 시내에서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까지 리무진 버스를 탔다. 많은 외국인들과 함께 탄 버스는 만원이었다. 주차장과 다를 바 없는 88도로를 거쳐 1시간이 넘어서야 공항에 도착했다. 승객들이 화물칸에 수화물이 내려지기를 기다리고서 있는데 버스회사의 직원이 자기 키보다 더 긴 쇠갈고리로 수화물을 끌어당겨 비에 젖은 차도 위에 엎드려서 내려놓았다. 화가 난 승객 한사람이 『여보시오. 짐을 보도 위에 올려놓아야지 다 젖지 않소』했다. 그 직원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짐만 내려놓았다. 일을 끝낸 후 쇠갈고리를 세워 옆의 기둥에 걸었다. 보기만 해도 섬짓한 쇠갈고리에 기가 질린 승객이 혼잣말로 『원 이러고도 서비스라니』하고 빗물에 젖은 가멘트 백을 들고 총총히 청사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같은 달 로스앤젤레스 공항에서 있었던 일. 디즈니랜드가 있는 아니하인에서 공항까지 리무진 버스에는 일본사람들이 많았다. 버스가 공항에 진입하면서 마치 발주걱처럼 생긴 환상도로를 따라 각 터미널마다 승객을 내려놓고 운전사가 수화물을 보도 위에 내려놓았다. 모두들 다 내리고 마지막 터미널에는 나 혼자였다. 내려서 보니 짐이 없다. 운전사에게 내 짐이 없다고 하자 5번 터미널에서 내린 일본단체의 짐과 함께 내려진 것 같다면서 곧바로 공항입구까지 나가서 다시 환상도로를 타고 돌아와 5번 터미널에서 내렸다. 그곳에는 스카이캡(Sky cap-시차역의 레드캡과 같은 포터)이 짐을 지키고 있었다. 버스운전사는 혹시 비행시간에 늦지 않았으냐면서 계속 「아이엠 쏘리」를 연발했다. 나를 일본단체의 일원으로 알았다고 했다.
80년대 초 우리나라의 대부분 서비스업체가 바로 이 태도를 고치기 위해 「5대 접객용어」라는 것을 만들어 매일 아침 조회 때마다 직원끼리 줄을 지어 마주서서 허리를 굽히며 「어서 오십시오,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십시오」하고 열을 올려 몇 차례 몸을 푼 후 대 고객 서비스의 일터로 나갔다.
그러나 친절이 인사만으로는 향상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았다. 친절도 상품이다. 여기에는 반드시 포장과 내용이 함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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