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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이요? 그거 특별 소비세다 뭐다 각종 규제란 규제는 다 따라다니는 데 뭐하려구 호텔에 돈을 투자합니까. 기껏 뭉칫돈 투자해 봤자 5~6년이나 지나야 초기 투자자금을 건질까 말까 하는데. 차라리 그 돈 가지고 은행에 맡겨 돈을 불리는게 훨씬 낳죠.”
인바운드가 활기를 띠면서 가장 표면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문제는 객실 부족사태.
객실을 찾는 수요는 꾸준히 성장해 온 데 비해 공급은 몇 년동안 제자리 걸음만을 하고 있기 때문에 객실 부족문제가 불거졌다.
1978년 방한 외래객이 100만명 수준일 때 전국에 호텔이 130개/15,000실의 객실이 있었고 200만명의 외래객을 방한한 88년 당시는 150개의 호텔이 신축돼 280개호텔/23,000실을 보유하고 있었다. 91년 300만명을 돌파시에는 400개 호텔/40,000실, 400만명을 넘어선 지난 98년 454개/47,000실의 객실수를 확보했다.
78년에서 88년까지 외래객이 100만명 증가한 10년 사이에는 호텔이 150여개가 추가로 늘어났지만 91년 300만명에서 400만명으로 증가한 지난해까진 불과 54개의 호텔만이 추가된 것을 알 수 있다.
한국관광연구원은 ASEM이 개최되는 2000년에는 516만명의 외래객이, ‘한국방문의 해’로 지정된 2001년 590만명, 지구촌 최대의 축제인 월드컵이 열리는 2002년 640만명, 2005년에는 800만명까지 외래객들의 한국방문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수요의 증가에 객실공급이 따라주지 않고 있어 앞으로 호텔 객실문제는 관광업계가 해결해야 할 최대 현안으로 그 심각성이 더욱 크게 불거질 것이 예고되고 있다.
지금도 우리나라의 메이저급 관광시장인 일본 최고의 황금연휴동안에는 매년 호텔수배 문제가 현안으로 떠올랐고 굵직한 국제행사가 개최될 때마다 호텔객실 수배는 진통을 겪었다.
IOC총회가 지난 12일 서울에서 개최돼 한바탕 호텔 객실잡기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세계 각국의 IOC위원들과 관련 인사, 언론인들이 서울시내의 특급호텔 1,600여실을 잡아두자 단체 여행객을 유치한 인바운드 여행사들이 객실수배를 할 수 없었던 것이다. 당초 예정돼 있던 3,000여명의 참석자가 100% 방한했다면 호텔 객실확보는 더 힘들었을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오는 8월 외국에서 800여명이 참가 수속을 마친 원자력 학술회의 개최가 예정돼 있고 9월에 세계 법률가 대회, 10월에는 약 3,000여명의 외국인 참가가 예상되는 세계 NGO(비정부기구)회의가 서울에서 개최될 예정으로 호텔들의 특수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특급호텔과 관광호텔들은 객실 점유율이 90%이상을 계속 기록하며 최고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 때문에 국제 행사나 컨벤션 등의 규모있는 행사가 열리는 반짝 특수기간에는 비수기·성수기에 관계없이 프리미엄을 얹은 별도의 호텔객실요금을 부과해 적용하고 있다.
객실부족문제는 호텔 가격상승과 서비스 질의 저하까지 초래해 결국 관광 목적지, 혹은 컨벤션 개최지로 한국을 외면하게 만드는 우리나라 관광산업성장의 최악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외래객 1만명당 각 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객실수를 비교한 97년 자료를 보면 호주가 345실, 영국과 이태리가 각각 322실, 미국이 683실에 비해 한국은 118실에 불과한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97년말 IMF의 원조를 받아야 하는 금융위기에 빠져 98년 전국에 휴·폐업을 하거나 도산, 양도한 호텔이 119개/12,000실로 전국에 26%까지 이르렀을 뿐아니라 사업승인을 받아 새로 건립중이던 150여개의 호텔들도 자금난으로 40%가 공사를 중단하기도 해 보유 객실수는 더 줄어들었다.
그나마 정부가 호텔 특별법을 제정해 규제를 완화해 진로가 서울 서초동에 짓기로 했던 호텔과 현대가 한국 중공업 사옥 자리에 계획했던 호텔, 동양에서 마포에 계획중이던 700실 규모의 초특급호텔을 비롯해 한화, LG 등 대기업들이 호텔 건립을 계획했다가 IMF로 인해 서울지역에서만 12~13개 특급호텔들의 건립계획이 모두 취소된 사례도 있었다.
또한 235실의 객실을 확보한 뉴월드 호텔과 180실을 운영하던 리버사이드, 163실의 리베라호텔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 있어 인바운드 업체들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의 호텔산업에 대한 억제정책도 객실공급을 막았다. 호텔산업을 사치성·소비성 업종으로 분류해 30대기업들의 투자를 금지시키고, 법인세와 소득세 등 중과세로 부담을 늘려 80년대 호텔사업을 억제한 것이 역효과를 내고 있다.
서울시내에 호텔을 건설하는 데는 건축부지를 확보하는 데도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는 문제가 있어 좀처럼 대기업에서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뒤늦게 정부에서 우리나라의 숙박수용능력에 문제가 있음을 파악하고 2002년까지 환경개선부담금과 교통유발 부담금, 건폐율·용적률과 주차장 시설 기준 등을 완화시키는‘관광숙박시설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한시적으로 제정해 호텔에 대한 투자증대를 꾀하고 있어 앞으로 호텔산업에 얼마나 투자가 이루어 질지가 주목된다.
그러나 당장 호텔을 신축한다고 해도 최소한 3년의 시간이 필요하고 막대한 초기 투자비로 자금조달이 어려워 정부의 저리 자금지원과 금융세제 지원, 호텔 신축에 필요한 간접 시설지원 등이 수반돼야 한다.
호텔의 건립으로 객실공급의 증대와 함께 지방 관광호텔들과 기타 여관이나 여인숙, 콘도미니엄 등의 중저가 숙박시설 들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도 시급하다.
월드컵 조직위원회는 2002년 월드컵 대회기간동안 FIFA대표단과 심판진, 선수단, 각 국의 보도진 등 관계기관에서 1만3,000여명을 포함해 약 20만명의 외래객이 방한할 것으로 내다보고 하룻동안 전국에서 약 33,600실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도시별로 관광호텔이나 일반호텔의 보유 객실수가 많은 차이를 보여 일부 도시에서는 외국인 관람객의 절대다수가 여관 등의 중저가 숙박시설을 이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에는 현재 메리어트 호텔과 인터콘티넨탈 증축으로 4개의 호텔이 건설중으로 추가로 1,821개의 객실이 늘어나게 되지만 당분간 서울지역의 ‘객실전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객실전쟁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호텔을 신축하거나 서울에만 편중되는 수요를 지방이나 외곽으로 분산시키기 위한 대책마련도 호텔 산업의 지원과 함께 연구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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