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캐럴 중에 휄리스-나비다라는 캐럴이 있다. 나비다(Navided)는 성탄절을 의미하는 아르헨티나 말이다. 아르헨티나는 섭씨 40도의 무더운 여름에 크리스마스를 맞게 된다. 더위 속에 맞는 성탄절 인사로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주고받는 말이 휄리스-나비다(Feliz Navided)인 것이다.
정열적인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크리스마스에도 음악과 춤을 즐기는 흥겨운 성탄모임을 갖는다. 아르헨티나 인들은 성탄절에 보통 시드리라고 하는 사과주를 많이 마신다. 비노 블랑쇼라고 하는 백포도주나 비노 니그로라고 하는 흑포도주를 마시기도 한다. 포도주 색과 무관하게 두 가지 모두 차게 해서 마신다는 공통점이 있다. 무더위 속의 크리스마스에 마시는 성탄 축하용 음료이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 이브 자정이 되면 아르헨티나의 도시나 마을의 광장에 사람들이 일제히 모여든다. 그리고는 하늘에 축포를 쏘아 올리며 소원을 빈다. 예수 탄생은 동서남북 지역에 관계없이 모두에게 기쁨과 희망을 주는 주제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국가나 지역에 따라 크리스마스를 맞는 모습들은 조금씩 차이가 나고 나라별로도 변화가 생기기 마련이다.
우리 나라의 경우 한 때, 12월이 오면 거리의 레코드 가게 앞에 놓여진 스피커에서 크리스마스 캐럴이 계속 울려 퍼지던 적이 있었다. 그랬던 때가 지금보다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시기는 아니었었다. 그래도 그 캐럴을 들으며 길을 가는 사람들은 크리스마스에 대한 기대와 설렘에 잠시나마 마음속의 풍요를 느끼곤 했다. 무엇인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기대로 늦게까지 거리를 쏘다니거나 밤을 꼭 새워야 할 것만 같은 강박관념을 갖게 되는 날이 크리스마스 이브이기도 했다. 지금은 예전과 달리 크리스마스라고 해서 평소와 크게 다른 느낌을 갖지 않는 듯 하다.
생활양식이 바뀌기 시작하면서 언제부터인가 거리에서 크리스마스 캐럴 듣기도 힘들어졌다. 구멍가게 식의 레코드 가게들은 세련된 외관과 규모를 자랑하는 대형 음반전문점들로 대체되어 버렸다. 소규모 레코드 가게 시절에는 복사판 LP 레코드 한 장을 사고도 가슴 뿌듯한 행복을 느끼곤 했었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듣고 싶은 CD 몇 장을 한꺼번에 사도 별 감흥이 없다.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워 졌지만 마음의 풍요는 오히려 지금보다 더 춥고 눈도 많이 내렸던 과거의 크리스마스보다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버번과 재즈로 유명한 미국 남부의 도시, 뉴올리언스에서는 12월이 아닌 10월에 이틀 동안의 크리스마스 행사를 갖는다. 자원봉사자들이 가난한 사람, 노인, 장애자들을 위해 집을 지어주는 행사를 갖는 것이다. 인터넷을 통해 충분한 시간여유를 두고 자원봉사자와 집 짓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을 모으고 작업 진척상황을 알린다. 자재를 공급할 수 있는 사람은 자재를, 일반 자원봉사자들은 작업봉사를 제공하도록 한다. 이런 행사를 통해 소외계층이 크리스마스를 따뜻하게 보낼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다. 아기예수 태어난 뜻깊은 날을 맞아 물질적 풍요와 정신적 풍요를 이웃과 함께 나누는 좋은 예가 아닌가 싶다.
경희대 관광학부 부교수 taehee@nms.kyunghee.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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