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2월31일 밤, 광화문과 종로 일대는 축제와 혼돈의 한마당이었다. 체감으로는 영하 5도가 훨씬 넘는 날씨에도 아랑곳없이 5만여명의 인파가 거리로 모여들어 지난 한해를 아쉬워하고 새해 맞이를 축하했다. 지난해 밀레니엄 열기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사람들은 카운트다운을 외치고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2001년을 맞이했다.
이날 행사는 관광업계에게는 더욱 뜻깊은 자리였다. 광화문 한복판에서 ‘2001년 한국방문의해’ 개막행사 ‘희망의 대합창’이 성대히 펼쳐졌다. 카운트다운이 끝나자 이희호 여사가 영상으로 개막 메시지를 보냈고 김한길 문화관광부 장관을 비롯해 관광업계 종사자 200여명이 한국방문의해를 선포했다.
여전히 관련업계에서는 ‘한국 방문의 해’ 행사에 대해 냉소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기획 단계부터 업계 실무자들의 참여는 원할하지 못했다. 오히려 인바운드 여행사들조차 “가뜩이나 부족한 항공과 호텔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 인프라는 그대로이면서 겉모습만 화려한 행사를 치루면 뭐하느냐”는 자조의 목소리도 내비췄다.
개막 행사 또한 화려하긴 했어도 부족한 듯 느껴졌다. 200여명의 관광업계 종사자들이 나와 선포를 한다고 안내장에는 쓰여있지만 정작 무대에 올라선 그들은 행사를 위한 동원이었지 진정 주인으로써 기뻐하며 참석하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추운 날씨이긴 했지만 관객석 한켠에는 명함만 가지고 오면 누구나 앉을 수 있는 관광업계 종사자들을 위한 자리도 아쉽게 느껴졌다.
하지만 바꿔 생각해보면 어떨까. 누가 뭐라고 하지 않더라도 업계 스스로가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 이미 행사는 시작됐다. 최대한 관광업에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업계 종사자들이 자발적으로 나설 수 밖에 없다. 지금껏 관광산업에 가장 호의적인 현 정권의 임기가 끝난 후는 기약할 수 없기 때문에 지금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한 연구원의 말은 아이러니하게도 사실이다.
“방문의 해 사업이 올해만 한정되는 단기적인 사업이 아니다”라고 하는 김한길 장관의 말에 업계는 그래도 기대를 걸어본다.
김남경 기자 nkkim@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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