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취재]현대화 급물살 탄 베트남
[현지취재]현대화 급물살 탄 베트남
  • 여행신문
  • 승인 2001.01.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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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싣는 순서〉
1. 변화의 중심에 선 호치민
2. 고대도시 숨결 간직 후에·호이안
3. 베트남 저력의 상징 구찌터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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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자유주의 수호라는 맹목적인 이데올로기를 위해 총뿌리를 겨눠던 우리네의 젊은 피보다는 민족의 생사를 눈앞에 둔 베트남인들의 절박함이 더 강했던 것일까. 아직도 불안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네의 분단 현실과는 사뭇 다르게 떳떳한 통일국가를 이룩한 베트남이 개방의 길로 치달으며 자본주의 물결이 하늘을 뒤덮고 있다.
외부 세계와 고립을 탈피하고 지난 1989년 과감하게 외국인 관광객과 투자자들에게 문호를 개방하면서 이제는 국제사회 일원으로 세계화의 힘찬 대열에 합류하고 있지만 역사라는 것은 참 아이러니하다. 과거 프랑스의 식민지배를 벗어나기 위한 국민적 저항과 함께 자신들의 통일을 위해 피 튀기는 전쟁을 벌여야 했던 미국을 포함한 여타 국가들이 개방이라는 미명하에 다시 베트남에 진출하고 있다. 공산주의가 싫다고 무작정 보트를 타고 목숨 건 탈출을 감행했던 보트피플 역시 다시 돌아와 베트남 경제의 크나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한다. 불과 15년이 채 못되는 사이에 말이다.
최근 재취항 한 베트남항공을 이용해 호치민을 향해 떠났다. 그리 오래지 않아 녹색 산림지대가 이내 눈을 스쳐 탄손냐트(Tan Son Naht)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한국의 지방공항을 연상케하는 건물 속 여기저기에서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하지 않는 애연가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베트남 로컬 가이드의 반가운 마중과 함께 인구 500만명이 넘는 대도시 호치민을 향했다.
정치적인 수도는 북쪽의 하노이지만 아직까지 문화와 경제의 중심지는 호치민이다. 도심으로 접근하면서 베트남의 특색으로 지칭할 수 있는 것이 어지럽게 대열을 이루고 달리는 오토바이와 자전거의 행렬이다. ‘이륜차의 천국’이라는 말이 정확할 듯 하다. 전체 인구 500만명 중 200만명의 인구가 오토바이를 소유하고 있고 100만명이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물론 도로는 몇 대 보이지 않는 자동차와 이륜차들이 뒤섞여 활보한다. ‘빵빵’.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경적음, 사람의 신경을 곤두 서게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어느 누구하나 짜증내는 사람은 없다. 경적음 역시 조심하라는 의도이지 짜증스러움의 표현으로는 들리지 않는다. ‘어디 가서 이런 진풍경을 볼 수 있을까’하는 마음으로 이내 마음이 돌아선다.
정부가 버스 등의 대중교통 수단을 적극 권장하고 있지만 이륜차를 사랑하는 베트남인들의 마음을 쉽게 바꾸지는 못하고 있는 형세다.
연료의 값은 리터당 5,800동 한화로 4,800원으로 한국에 비해 상당히 저렴하다. 물론 베트남은 산유국이다. 개방화의 부작용라고나 할까 예상과는 달리 호치민의 공기는 의외로 오염이 심해 이륜차의 운전자들이 마스크를 한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피부보호를 위한 수단으로 마스크가 널리 이용된다고 한다. 이륜차의 인구가 증가하면서 정부는 3년전부터 헬맷 착용을 의무화했지만 지키는 사람이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옆으로 지나가는 건물이 미국의 패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던 마지막 헬리콥터가 떴던 구대사관 건물이라고 말한다.
거리 뒷편 모퉁이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간이주점에서 잠시 목을 축이기 위해 자리를 잡았다. ‘사이공 맥주’라는 베트남 고유의 맥주를 한잔 마시기도 전에 베트남의 또 다른 명물인 시클로 운전사들이 일행을 기다리며 탈 것을 종용한다. 나이가 26살이라고 밝힌 시클로 운전사 ‘얀’이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얀은 단지 6개월 동안 학교에서 영어를 배우고 대학에 들어가지 못하고 군대를 2년간 복무하고 제대한 후 바로 시클로 운전사를 해오고 있다고 한다.
베트남은 중국과의 국경분쟁이 종료된 후 대학에 들어가지 못한 일부 젊은이들을 징집하고 있다고 한다.
얀의 시클로를 타고 이곳저곳을 둘러 보았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물어보라는 얀의 말에 ‘전쟁중에 생긴 혼혈인들은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을 받자 단호하게 ‘그들은 베트남인들이며 절대 차별은 있을 수 없다’라고 말하는 얀의 말에 잠시 우리의 배타적인 국민성을 떠올릴 수 밖에 없다.
오랜동안의 프랑스 지배가 남긴 흔적인 역시 건물들에 느낄 수 있었다. 인구 전체의 10% 가량을 차지하는 카톨릭 신자들이 있는 만큼 호치민시 관공서가의 한복판에 노틀담 성당이 자리를 잡고 있다. 네오-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어진 노틀담 성당 옆으로 반원형 천장의 고풍스러운 멋을 자아내는 중앙우체국이 위용을 자랑한다. 베트남도 화교의 진출이 예외일 수는 없었다. 중국의 바다 여신을 모셔 놓은 티엔 하우(Thien Hau) 사원은 중국관광객들이 빠지지 않고 방문하는 곳으로 어부, 선원, 상인 그리고 바다로 여행하는 그 누구든지 보호받는다 해서 인기가 높은 곳이다.
저녁이 되자 약간의 피곤함이 몰려왔지만 피로 자체를 느끼는 것이 사치스러움 같아 다시 거리로 나갔다. 어린 아이들이 믿기지 않을 정도의 유창한 영어로 껌과 꽃을 내밀며 사달라고 조른다. 2살이나 되어보일까,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 아이까지 손을 내민다. 변화의 물결은 단순히 긍정적인 면만을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니다.
개방화에 따른 빈부격차 역시 크나큰 부작용으로 사회의 어두운 곳을 감싸고 있는 것이 베트남의 또 다른 면이다. 유난히도 길거리 노점상들과 물건을 가득 실고 장사를 하는 사람들도 눈에 많이 띄인다. 특히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매춘인구의 급속한 증가는 베트남 관광을 멍들게 한다. 거리의 선술집이나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펍에서도 공공연하게 매춘은 이뤄진다. 아무런 거림낌없이 삶 그 자체만을 위해 터부시 되지 않는 매춘 요구가 더욱 안타까운 마음을 들게한다. 어느 사회나 있을 수 있는 단편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베트남의 아름다움은 그들의 전통의상인 아오자이에서 찾을 수 있다. 아오자이의 치맛자락을 한손으로 잡고 오토바이나 자전거를 모는 여성들의 아름다움에 잠시 정신을 잃는다. 베트남 여성들의 미의 절대적 기준은 흰피부, 날씬한 몸매, 긴 머리라고 한다. 어디서나 친절한 모습으로 관광객을 향해 미소 짓는 모습이 아름다울 뿐이다.
베트남의 아름다움은 사람뿐만 아니라 그들의 이룩했던 문화에서도 찾을 수 있다. 전형적인 베트남 고유의 문화가 살아 숨쉬는 중부지방으로 발길을 옮긴다.
호치민=김헌주 기자 hippo@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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