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쏟아진 폭설로 온 나라가 한바탕 홍역을 치뤘다.

항공이 마비돼 제주도가 고립됐고 신혼의 꿈을 안고 공항에 나온 신랑신부는 푸른 바다가 아닌 하얗게 눈 덮인 공항 지붕만 바라봐야 했다.

국적항공사들은 이번 폭설로 130억원이 넘는 손실을 입었다고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항공사의 처지를 딱히 여기는 사람들은 그리 없는 듯하다.

오히려 여행사 직원들은 항공사에 대해 거리에 쌓인 눈만큼이나 두터운 불만만 간직하고 있다.

A여행사 관계자는 폭설이 내리고 하루 후인 8일 저녁 6시가 돼서야 8일 저녁 11시에 항공기가 운항할 예정이니 탑승 가능한 손님을 태우라는 연락을 받았다며 분개했다.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충분히 대비 못한 항공사의 안이함에도 화가 나는데 상황이 어떻다 연락 한 번 없다 불쑥 손님 태우라고 하니 항공 재개도 반가울 리 만무하다.

지난 번 난데없는 대한항공 파업 때 손님들 항공편 조정하느라 혼줄이 났던 기억까지 겹쳐 항공사 얘기엔 말마다 험한 소리가 섞여 나온다.

여행사 직원을 답답하게 만들기는 인천국제공항공사도 마찬가지다.

인천공항은 지난 10일부터 5일간 여행사 사무실 임대 신청을 받고 있는데 정작 중요한 임대료는 아직 정해놓지도 못하고 있다.

임대할 사무실에 얼마의 비용이 들어갈지도 모르는 데 신청부터 하라니 배짱도 이 정도면 통배짱이 따로 없다.

급조된 행정과 권위적인 일 처리는 이뿐이 아니다. 개항이 코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정작 여행사는 공항 이용과 관련해 변변한 정보 하나 받지 못하고 있다.

쌓인 눈은 결국 녹게 마련이지만 “여행사는 항공사나 공항으로 사람들을 모아주는 소중한 고객인데도 귀찮은 혹처럼 여길 때가 많다”는 여행사 직원의 노여움은 내리는 폭설처럼 쌓여만 간다.

김기남 기자 gab@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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