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1월1일부터 2002년 12월31일까지 한시적으로 외국인의 관광호텔 객실이용에 대한 부가세에 영세율이 적용된다.

이번 조치는 비록 한시적이기는 하지만 여행업계 발전은 물론 한국 관광산업의 비약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초기에 부가세 영세율 적용 대상의 범위, 여행사의 대금 지급 수단 등 영세율 제도의 세부사항을 놓고 호텔, 여행사 등 관련업계 종사자들이 다소 혼란을 빚기도 했지만 이제는 대부분 해소된 상태다.

대신 여행사, 호텔, 관련 정부 부처가 각자의 입장에 서서 제각각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며, 이런 저런 불만과 요구사항을 제기하고 있다.

인바운드 여행사의 시선은 이르면 이번 달 말, 늦어도 2월중에는 발표될 각 호텔들의 그룹요금에 온통 쏠려 있다. 호텔은 호텔 나름대로 이런저런 애로사항을 토로하고 관련 정부 부처를 원망한다. 재경부, 국세청 등 관련 부처 또한 할 말이 많다.

영세율 제도가 관광산업 발전의 호재라는 총론에는 동의하고 있지만 각론에 들어가서는 쉽게 동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호텔이 나서야 할 때다.’

“이제는 호텔이 나서야 할 때다.”

인바운드 여행사 종사자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말이다. 곧 공개될 그룹요금을 염두한 언급이다. 여행사 입장에서는 호텔 객실가격이 과연 어느 정도 인상되느냐에 따라 영세율 실시에 따른 득실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부가세 10%에 대해 영세율을 적용받기 때문에 호텔이 최대 10%까지 객실가격을 인상하더라도 결국은 지난해와 같은 가격대를 유지하게 된다. 여기까지가 여행사들이 배수진을 치고 있는 선이다.

A 여행사 관계자는 “영세율 제도는 인바운드 업계에 가격 경쟁력을 가져다주는 더할 나위 없는 호재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칼자루는 또다시 호텔이 쥐고 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여행사의 모든 이목이 쏠린 사안인 만큼 각 호텔들 또한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현재 호텔간의 ‘눈치작전’, 혹은 ‘암중모색’이 이뤄지고 있다.

서울시내의 특1급 B호텔 판촉부 관계자는 “그룹요금과 관련해서 현재 신중하게 협의 중”이라고 밝힌 데 이어 “대부분 호텔들이 지난해 수준이나 그 보다 약간 오른 선에서 결정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특2급 C호텔 관계자는 “늦어도 2월초에는 여행사 요금을 통보할 예정”이라며 “매년 평균 5%∼6% 정도 인상한 점을 감안할 때 10% 인상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호텔의 가격 인상 움직임에 대해 D여행사 관계자는 “문제의 핵심은 인상폭이 아니라 호텔측의 이기적인 마인드”라고 항변했다.

“서울지역 호텔의 경우 연간 평균 객실 가동률이 85%에 이르는 등 개·보수 작업 중인 객실을 고려하면 실제로는 100%로 봐도 무방할 정도의 호황을 누리면서도 매년 요금을 인상해왔고, 그것도 모자라 일년에 두 세 번까지 올릴 정도니 할 말이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여행사 관계자는 “러시아나 인도 등 미개척 시장에 관광공사, 문화관광부 등이 신시장개척단을 파견할 때 언제 한 번 호텔에서 참여한 적이 있느냐”고 의문을 제기하고, “가만히 앉아 있어도 호텔이 배짱을 부릴 수 있는 바로 그 비정상적인 구조가 근본 문제”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런 인식 아래 대부분의 인바운드 여행사 관계자들은 ‘이제는 호텔이 나서야 할 때’라고 힘주어 말한다. 전체 맥락에서 왜 정부가 영세율을 실시하는지 그 근본 취지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익도 없이 잡무만 늘었다.’

이번 부가세 영세율 실시와 관련해 지역, 등급 구분없이 모든 호텔 관계자들이 지적하는 점은 ‘잡무만 늘었다’는 것이다.

일부 호텔들은 영세율 실시에 따른 전산시스템 마련 문제로 속을 썩고 있다. 객실용역에만 부가세 영세율이 적용될 뿐만 아니라 내국인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내년까지만 한시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더욱 난감해하고 있다.

프론트 직원들의 업무량 또한 대폭 늘어났다. 영세율 적용 여부 판단에서부터 숙박기록표 작성에 이르기까지 영세율 실시에 따라 추가 업무가 많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또 영세율 적용 여부 문제를 놓고 고객들과의 마찰도 잦을 것으로 보여 각 호텔들은 예상되는 각종 ‘가상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그 대처방법을 연구하는 등 분주하게 보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서울의 한 호텔 관계자는 “객실용역에 대해서만, 특정 조건을 갖춘 외국관광객에게만, 내년까지만 부가세 영세율을 적용하게 해 일 처리가 상당히 복잡해졌다”고 밝혔다.

객실과 식음료 업장 등을 연계한 호텔 패키지상품을 개발하기가 상대적으로 복잡해졌고, 영세율 적용 여부를 두고 애매한 상황에 있는 고객들과도 자주 승강이를 벌여야 할 판이라는 얘기다.

또 다른 이는 “국세청이 입국일자, 입국장소 등 불필요한 기입사항까지 포함시켜 외국인숙박기록표 서식을 고시한 데 이어 최근에는 문화관광부에 6개월마다 호텔가격 변동 상황을 보고하도록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안다”며 “이게 ‘앞에서는 풀고 뒤에서는 묶는 행위’가 아니고 무엇이겠냐”며 강하게 불만을 나타냈다.

◆ 과세 형평성을 고려하면 ‘특혜’

재정경제부 무엇보다 타업종과의 과세 형평성을 강조하며 사소한 불편은 감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과세 형평성을 고려할 때 이번 조치 자체는 관광분야에 대한 일종의 ‘특혜’로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소비세과 김상술 주임은 “이종 업종은 차치하더라도 모텔 등 중저가 숙박업소만 해도 관광호텔만을 대상으로 한 이번 조치에 대해 부족한 객실을 공급할 실제 주체를 외면한 것이라며 강하게 항의하는 상황”이라며 이런 점을 충분히 고려해 줄 것을 요구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세수 600원억과 맞바꾼 것인 만큼 투명과세 차원에서나 제도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서는 얼마간의 문서상 자료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밝히고 “세수 600원억보다 더 많은 부가가치 창출이 궁극적 목표”라고 말했다.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잣대는 이미 정부의 손에서 업계의 손으로 넘어온 듯하다. 업계 자체의 노력 여하에 따라 영세율 열매의 크기와 당도가 판가름나는 셈이다.

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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