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건일 교통부장관 귀하.
외화가득률 90%이상이라는 외래 관광객 유치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습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해외여행은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관광수지 적자는 이제 관광업계의 차원을 넘어 무역적자와 함께 전국민적인 관심사가 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래서 최근 우리사회 인구에 회자되고 있는 관광수지 적자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이상한 거위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사육사의 보살핌이 극진 하자 이 거위는 이에 보답이라도 하듯 거위 알이 아닌 황금 알을 계속 낳았습니다. 사육사는 거위가 낳은 황금 알 때문에 시쳇말로 졸부의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그러자 이 사육사는 더 이상 이 거위 사육에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사육사와 거리가 멀어지자 그 거위는 황금 알이 아닌 원래의 거위 알을 얼마간 낳다 다음에는 무정란을 생산하는 쓸모 없는 한 마리의 조류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굴뚝 없는 무공해 수출산업인 우리의 관광산업이 이 지경에 이르렀다고 비유한다면 과장된 표현일까요.

지난해 우리나라의 관광수지는 무려 3억4천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이 같은 적자행진은 올해에도 이어져 지난 5월말 현재 적자액이 1억7천만 달러에 달했습니다. 단순수치로 풀이한다면 연말까지는 5억여 달러라는 사상최대의 관광적자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관광수지의 불균형은 우리의 국제수지방어에도 적신호가 되고 있습니다.

88서울올림픽 전후의 짭짤했던 관광수지 흑자와 비교한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각국이 관광산업을 적극 육성하여 외화획득의 주 소득 원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고 하겠습니다. 지난 89년의 경우 주요 국가의 관광수입을 보면 스페인은 총 수출액의 36%를 차지했고 태국은 19% 미국은 10%를 기록했습니다.

우리의 관광수지 적자와 관련, 관광정책 중 몇 가지 부문에서는 간과할 수 없는 점이 있습니다. 먼저 일부부유층, 불로소득자, 졸부 등으로 이어지는 일단의 자기과시욕자들에 의한 파행적인 해외 나들이입니다. 이들이 해외에서 싹쓸이 쇼핑을 하고 보신관광을 하면서 귀중한 외화를 물 쓰듯 한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 아닙니까.

선량한 국민들의 정서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이들 일부 몰지각한「해외 나들이 꾼들」에 대한 강력한 규제조치가 필요할 때라고 생각됩니다. 관광당국도 이들에 의한 폐해가 확산됨에 따라 외화 밀반출 과다환전방지 등의 보완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저급해외관광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해서는 보다 가시적인 조치인 연간 해외여행 횟수 제한과 자금출처 조사 등의 초강력 처방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하겠습니다.

다음으로 최근 몇 년간 해외관광객을 우리나라에 끌어들일 수 있는 이벤트의 개발이 미흡했다는 점입니다. 86아시안 게임이나 88서울올림픽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과거에는 관광올림픽과 금융올림픽을 통칭되는 ASTA총회와 IBRD총회 등 다양한 국제회의를 우리나라에 유치하는 등 확실한 관광 이벤트의 개발로 우리의 위상을 세계 속에 심으면서 관광달러도 벌어들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았습니다.

그러나 올림픽이후 우리는 관광외화 획득의 지름길인 각종 국제회의의 유치에 열의를 보이지 않은데다 외해관광객들이 국내에서 즐길 수 있는 각종시설의 확충에 미흡했던 것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내년에는 대전EXPO를 개최하고 94년을 「한국방문의 해」로 설정하는 등으로 「만년관광흑자」라는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것은 무엇보다 반가운 일이라 하겠습니다.

그리고 관광산업을 소비성 서비스업으로 지정하여 세제혜택에서 제외하고 외국인 전용유흥업소까지 내국인의 과소비 풍조와 연계하여 심야영업을 금지 한 점을 지적하고자 합니다. 대 내국인 겨냥의 이 같은 관광정책은 「빈대를 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태우는 우」를 범하는 것과 같은 시행착오의 대표적인 예가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굴러 들어올 수 있는 외화가 있는데도 이를 수용할 정책적 뒷받침이 없었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몇 일전 관광당국은 여행부분 국제수지 개선을 위해 올 하반기 중에 관계법령을 고쳐 관광산업을 소비성 서비스업에서 제외하고 외국인 전용유흥업소의 영업시간 제한을 해제키로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뒤늦은 감은 있지만 이 같은 결정은 관광업계 모두가 환영할 것으로 보입니다. 방침을 확정한 이상 이의 시행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관광산업이 자원 절약형 산업인데다 부가가치와 고용효과가 높은 산업인데도 이를 천시하는 편견이 관광정책입안과정에서 제기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관광산업을 무조건 사치스럽고 국민정서를 해치는 업종으로 매도하는 것 등이 그것입니다.

관광산업에 대한 이러한 편견은 시 산업이 무공해 청정산업 일뿐 아니라 외화획득의 총아라는 사실을 외면하는 잘못된 발상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더 이상 관광산업에 대한 비하가 있어서는 안되겠습니다.

지면을 통한 첫 대면에서 원칙론을 벗어나지 못한 수박 겉 핥기 식의 몇 가지 조언을 했습니다. 오랜 관료생활에서 터득한 풍부한 경험을 토대로 특유의 추진력을 동원하여 우리의 관광산업이 세계 속에 도약할 수 있도록 노력해 주식 바랍니다.

언론인, 연합통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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