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장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교통기관의 중심축은 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오늘에 와서는 항공망과 해운망 그리고 자동차에 의한 교통량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역의 위치는 상대적으로 격하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역은 과거의 의미와는 아주 다르게 발전되었으며 교통기관의 한 부분이기는 하여도 철도라는 특정한 교통수단에서 전용하는 용어로 축소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는 역을 열차가 정지하고 여객 또는 화물을 취급산기 위하여 설치한 장소정도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그 역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나라의 역 중 가장 붐비는 곳은 말할 것도 없이 서울역입니다. 서울역이 항상 만원사례를 이루고 있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먼저 지적해야 할 것은 서울의 이상배대 현상을 들 수 있을 것입니다.

인구의 도시집중화 그것도 수도집중화가 가장 큰 원인이겠지요. 거기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차량의 홍수 때문에 고속도로등 서울로의 진입로가 정체의 수렁에 허덕이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시간이 절약되는 철도를 이용하는 승객과 화물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서울역 혼잡의 촉매제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실제 수치로 나타나고 있는 인구의 서울 및 수도권 집중화가 이들 그대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남한면적의 0.6%에 불과한 서울의 인구가 우리나라 전체인구의 24.4%인 1천여 만명에 달하고 있습니다. 또 서울인근의 수도권은 남한면적의 11.8%에 불과하지만 이곳의 상주인구는 1천8백여 만명으로 가는 곳마다 사람 투성이의 행렬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수치를 근거로 한다면 서울과 수도권을 합친 면적은 남한면적의 12.4%에 불과한 반면 인구는 전체의 64.4%를 포용함으로써 자기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공룡의 모습을 하고있는 것입니다. 서울역은 이와 같은 엄청난 서울과 수도권 인구의 유동인구 뿐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인구의 서울 유입부분과 유출부분을 담당하는 육상교통의 메카입니다.

그런데 이 육상교통의 메카인 서울역에 문제점이 있습니다. 서울역이 철도전용의 육상역과 수도권 전철 및 서울지하철 전용의 지하역으로 구분되어 운용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입니다. 이 지상역과 지하역 중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 지하역 입니다. 새로 신축한 민자유치의 지상역이 각 종 편의시설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는 반면 지하역은 이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통로개념을 벗어나지 못한 낙후된 시설을 예나 다름없이 유지하고 있습니다.

거기다 관계당국 등이 지하역에 대한 유지보수를 소홀히 함으로써 각종 광고판이 파손된 채 그대로 방치되고 있으며 계약기간이 끝난 일부 광고판에는 각종 낙서가 제멋대로 갈겨져 있고 통로바닥은 껌 공해의 후유증으로 인해 지저분하기 이를 데 없을 정도로 되어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각종 잡상인이 복잡한 통로의 일부분을 차지함으로써 좁은 이 지하역을 더욱 혼잡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 같은 무질서와 혼잡한 양상은 이곳을 이용하는 많은 외래관광객들에게 불쾌감을 주고 있으며 올림픽 개최도시인 서울의 이미지에도 적지않은 상처를 안기고 있습니다. 또 하나 지적해야할 것은 최근 들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모국방문 중국국적의 우리교포들이 서울역의 지하역을 만남의 거점으로 이용함으로써 이곳의 혼잡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는 점입니다.

중국교포들중 일부는 이곳에서 귀국할 때 가져온 한약 등을 팔고 있으며 일부는 마땅한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서성거리고 있습니다. 일시 귀국 중국교포들의 딱한 사정과 당국의 대교화 미온단속도 이해가 가지만 이곳의 무질서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적절한 대중국교포대책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좁은 통로공간이지만 일시귀국 중국교포들을 위해 지하통로의 일부를 이들을 위한 공간으로 할애, 이곳에서만 한약제를 팔 수 있도록 하고 취업대기장소로 이용토록하는 방안 등이 그것입니다. 일시 귀국하는 중국교포 대책이 시급한 것은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중국교포가 2만여 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는 데서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해운항만청 집계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6월말 현재 한·중 여객항로를 통해 입국한 뒤 국내에 머물고 있는 중국교포는 7천1백67명에 달하고 있으며 지난해 입국한 뒤 출국하지 않은 1만3천5백60명을 포함하면 2만7백27명이 아직 귀국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수치는 중국에 거주하는 우리교포가 약 2백만명인 것을 감안한다면 재중 교포 중 1%정도가 국내에 머물고있다는 계산입니다. 따라서 이들 교포들이 모처럼 찾은 고국에서 따뜻한 동포애의 정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이야기가 좀 빗나갔습니다만 앞에 지적한 여러 가지 사안을 감안, 노 장관에게 가능하면 지하서울역을 한번 둘러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그것도 사전예고 없는 암행답사를 당부합니다. 왜냐하면 장관의 지하서울역 답사가 알려질 경우 부서진 광고판이 정비되고 통로바닥이 깨끗이 청소될 것이며 잡상인과 중국교포들의 한약상도 모도 자취를 감추게 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평소의 지하서울역 모습을 적나라하게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장관의 순시가 이런 결과로 나타난다면 지하서울역의 정비는 백년구제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게 될것입니다. 만약 암행답사가 이루어진다면 지하서울역의 모습을 액면 그대로 보고 문제점이 있다면 이를 하루빨리 시정함으로써 보다 쾌적하고 안락한 장소로 변모될 수 있도록 노력해 주십시요.

일반시민들이 원하고 있는 지하서울역의 모습은 수도의 육상관문중 하나로써 세계 10대도시에 걸 맞는 환경조성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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